좌파적 청중을 확인하다 파리에서 연설하는 장뤼크 멜랑숑 ⓒ출처 장뤼크 멜랑숑(페이스북)

6월 12일 프랑스 총선 1차 투표는 신자유주의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에 맞선 좌파적 대안이 대중적 지지를 누리고 있음을 보여 줬다. 기성 정치권 전반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마크롱에게 쓰라린 패배를 안겨 줬다.

이번 선거의 승자는 장뤼크 멜랑숑이 이끄는 신(新)생태사회민중연합(NUPES, 이하 “뉘프”)이다. 6월 12일 오후 10시(현지 시각) 현재, 뉘프 소속 정당들의 득표율은 총 25.6퍼센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 세력들을 통틀어 가장 높은 것이다.

개표 전 멜랑숑은 지지자들에게 이렇게 연설했다. “우리가 제시하는 것은 대안적인 세계와 사회의 비전입니다. 하루이틀 만에 낙원을 세우겠다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옥을 끝장낼 것입니다.” 개표가 진행되자 멜랑숑은 결선 투표에서의 선전을 기대하며 이렇게 말했다. “뉘프가 1위를 했습니다. 지지자 여러분들은 다음 일요일에 있을 결선 투표에 대거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마크롱의 선거 연합 ‘앙상블!’(“함께”라는 뜻)은 뉘프보다 낮은 25.2퍼센트를 득표할 것으로 예상됐다. 마크롱에게는 커다란 타격이다. 프랑스 총선에서 여당 세력이 30퍼센트 이하를 득표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결선 투표에서 마크롱이 전체 의석 577석의 과반을 획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몇몇 장관은 의석을 잃을 듯하다. 미움 받는 교육부 장관 장미셸 블랑케르는 이미 1차 선거에서 떨어졌다.

5년 전 마크롱의 정당과 그 동맹 세력들은 총선에서 356석을 획득했지만, 권위주의적이고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조처를 추진하자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이제 저항은 그때보다 더할 것이다.

‘앙상블’의 저조한 성적은, 지난 4월 마크롱의 대선 승리가 파시스트 마린 르펜을 떨어트리려는 염원 덕분이었다는 것을 뚜렷하게 보여 준다. 마크롱의 계획에 대한 적극적 지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6월 12일 현재, 르펜이 이끄는 파시스트 정당 국민연합(RN)의 득표율은 19퍼센트에 이를 듯하다. 이는 2017년 총선에서 득표한 13.2퍼센트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또, 에릭 제무르가 이끄는 극우 정당도 4퍼센트를 득표할 듯하다. 국민연합은 의석이 훨씬 늘 것이다.

정치 체제 전반에 대한 환멸이 만연해, 투표율은 역대 총선 1차 투표 중 가장 낮은 47퍼센트를 기록했다.

파리의 혁명적 사회주의자 드니는 〈소셜리스트 워커〉에 이렇게 전했다. “이런 선거 결과들은 불안정과 정부의 정당성 상실로 이어질 것입니다. 프랑스의 사태 전개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제까지는 선거가 모든 것을 지배했는데, 앞으로는 더 직접적인 투쟁이 돌아올 것입니다.”

5개 정당의 선거 연합 뉘프에는 멜랑숑의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주류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프랑스 사회당, 공산당, 녹색당 등이 속해 있다. 멜랑숑은 사회당을 선거 연합에 끌어들임으로써 그 당에 생명 유지 장치를 달아 줬다. 사회당은 4월 대선에서 고작 1.75퍼센트를 득표했다.

뉘프는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0세로 낮추고, 생필품 가격 동결하는 등 몇몇 인기 있는 조처를 공약했다. 그리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마크롱이 폐지한 부유세 재도입도 약속했다.

우파는 이것이 재원을 마련할 수 없는 값비싼 정책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 했다. 프랑스 재무장관 브뤼노 르메르는 멜랑숑을 베네수엘라의 고(故) 우고 차베스 대통령에 빗대 “프랑스판 차베스”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런 공약이 전적으로 합당하다고 여긴다. 특히, 생활비 문제가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기 때문이다.

뉘프의 선거 성적은 좌파 사상을 경청하는 거대한 청중이 있음을 보여 주는 매우 반가운 징후다. 그러나 멜랑숑은 작업장과 거리에서의 투쟁이 아니라 선거에 몰두하고 있다. 프랑스 주류 정치가 위기에 빠진 지금, 기층의 투쟁은 사활적으로 중요할 것이다.

프랑스 선거 방식

6월 19일에는 결선 투표가 있을 것이다. 1차 투표에서 바로 당선자가 되려면 전체 표의 과반, 등록 유권자 수의 4분의 1 이상을 득표해야 한다.

1차 투표에서 당선자가 나오지 않으면, 결선 투표에서 최다 득표한 후보가 국회의원이 된다. 결선 투표에 진출하려면 등록 유권자의 최소 12.5퍼센트에 해당하는 득표수를 기록해야 한다. 1차 투표에서 그 요건을 충족하는 후보가 1명뿐이면, 그 다음으로 많이 득표한 후보가 함께 결선에 오른다. 그 요건을 충족하는 후보가 하나도 없으면 가장 많이 득표한 두 명이 결선에 오른다.

마크롱의 선거 연합은 1차 선거 득표율에 견준 것보다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듯하다. 좌파의 득표가 비교적 소수(대개 도시의) 선거구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파 표는 더 넓은 지역에 분포돼 있다.

이런 선거들은 당 재정에 중대한 영향을 준다. 정당들은 후원금·당비에 더해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50개 이상 선거구에서 1퍼센트 이상 득표한 정당은 득표 당 1.42유로를 받는다.

6월 11일 파리에서 열린 인종차별·극우 반대 시위 ⓒ출처 프랑스 ‘연대 행진’

거리에서 극우에 맞서기

6월 11일 파리에서 열린 인종차별·극우 반대 시위에 약 5000명이 참가했다. 광범한 단체들의 연합 ‘연대 행진’이 조직한 이날 시위에는 노동조합과 운동 단체들이 한데 모였다.

파리 행진에는 “상파피에”(서류 없는 사람들, 즉 미등록 이주민)들과 파리 북부와 몽트뤼유에서 온 인종차별 반대 지역위원회들도 여럿 참가했다. 마르세유·바욘·푸아티에·아미앵·발랑스에서도 비슷한 행진이 열렸다.

몇몇 활동가들은 파리 시위 전에 사전 집회를 열어, 경찰이 라야나라는 이름의 여성을 살해한 것을 규탄했다. 6월 4일에 경찰은 라야나를 사살했다. 지난 네 달 동안 이런 죽음이 네 차례 있었는데, 그중 두 건이 4월 대선 당일 밤에 일어났다.

라야나의 친구 이네스는 오토바이를 탄 경찰관 세 명이 라야나가 탄 차량의 운전석 창문을 두드렸다고 전한다. 운전자 남성이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면허가 없었던 운전자는 교통에 가로막힐 때까지 차를 세우지 않았다.

그러자 경찰관들은 무기를 들어 창문을 깨고 총을 쏘기 시작했다. 이네스는 이렇게 전했다. “앞좌석에 있던 라야나가 기절한 줄 알았어요. 라야나의 이름을 거듭해서 목청껏 불렀죠. 라야나의 몸이 축 처지는 것을 보고서야, 라야나의 목이 피로 뒤덮인 것을 깨달았어요.”

장뤼크 멜랑숑은 라디오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차를 세우지 않는다고 사람을 죽이는 건 정상이 아닙니다.” 마크롱 정부의 총리 엘리자베스 보른은 멜랑숑이 경악스러운 얘기를 했다며 경찰을 모욕하는 “무책임하고 무가치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사건이 벌어진 동네에서 열린 사전 집회에는 지역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참가했다. 지도부의 승인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이 활동가들은 이렇게 외쳤다. “경찰이 사람 잡고, 인종차별이 사람 잡고, 파시즘이 사람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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