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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위기 상황 이용해 핵발전 늘리고 전기료 올리는 윤석열 정부

윤석열 정부가 6월 21일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 주최로 에너지 정책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밝힌 에너지 정책 내용은 인수위 시절 내놓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포장이 바뀌었다. 당시 강조점이 에너지 정책 ‘정상화’에 있었다면, 이번에는 ‘에너지 안보’를 크게 강조했다. 위기 상황임을 이용해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정당성을 강변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에너지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상황에 대처하려면, 핵발전 확대와 전기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온실가스 감축”도 에너지 안보라는 새 부대에 담겼다.

산자부는 이번 공청회를 위해 사전에 공개한 자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국·영국·프랑스 등이 핵발전을 추가하거나 폐로 계획을 선회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독일과 프랑스가 석탄 발전을 계속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사실도 언급됐다.

이런 사실은 불과 반년 전에 이들이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한 말과 약속이 얼마나 공허하고 위선적이었는지 보여 준다. 이들이 우크라이나에서 벌이는 대리전을 조기에 끝낼 생각이 없음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윤석열은 이처럼 주요 선진국 정부들도 핵산업과 화석연료를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 상황에서 이 나라에서 탈핵이니 탈석탄이니 하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라고 일축한 셈이다.

윤석열은 에너지 위기의 비용을 노동계급에 전가하려 한다 핵발전소 건설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한 윤석열 ⓒ출처 대통령실

에너지 안보?

한편, 에너지 안보를 내세워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전기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 인상을 정당화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윤석열은 대선 후보 시절 ‘탈원전’ 정책이 (전기 공급을 줄여) 요금 인상 요인이 된다며 탈원전과 전기요금 인상을 동시에 백지화하겠다고 했다. 이는 핵발전을 선호해 온 우파와 값싼 전기로 이익을 누려온 기업주들의 바람을 대변한 것이었다. 또 문재인의 전기요금 인상에 정당한 불만을 느낀 사람들의 표도 얻어보려는 속셈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선 후인 4월에 문재인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을 용인한 데 이어 6월 27일에는 윤석열 정부가 직접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동시에 올렸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르고 환율도 오르는 상황에서 공기업인 한전의 적자가 계속 늘어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필수 재화의 공공요금 인상은 그 자체로 노동계급 사람들의 생계에 큰 부담일 뿐 아니라, 연쇄적인 물가 인상으로 이어져 삶을 더 팍팍하게 만들 것이다.

윤석열은 이에 대한 불만이 항의나 저항으로 발전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에너지 안보’라는 명분을 강조하는 것이다.

고통전가에 맞서야

물론,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기업주들의 부담도 커진다. 하지만 기업주들은 일부는 가격 인상으로, 다른 일부는 노동비용 절감 즉, 노동조건 공격으로 이를 해소하려 할 것이다.

윤석열은 이런 시도를 뒷받침함으로써 기업주들의 불만을 달래려고 한다. 주52시간제 개악 등 노동조건 공격을 예고한 것이 대표적이다. 생필품 가격 앙등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정유사와 민간 발전사들이 이로부터 큰 이득을 보고 있다. 한전은 적자를 줄인다며 자산 매각(민영화)과 인력 구조조정 등을 예고했다.

한전 적자가 커진 주요 요인 중 하나는 민간 발전사의 수익을 보장하도록 고안된 발전 단가 책정 방식에 있다. 정부는 이를 강력히 통제하기는커녕 더 많은 민간 발전사가 시장에 진출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자료에서도 “경쟁과 시장 원칙에 기반한 전력시장 구축”이 강조됐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대기업들은 자체 LNG발전소를 지으려 한다. 일차 목표는 유럽과 북미의 탄소국경세 등 무역 규제를 피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전력 시장 개방을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려고도 할 것이다. LNG발전은 가동과 정지가 상대적으로 신속해 전력 공급이 부족할 때 전력을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민간 발전소가 늘어나면 정부의 가격 통제 능력은 약화되고 기후 위기 대응에서도 멀어지게 될 것이다.

기후 위기 대응 — 눈가리고 아웅하기

윤석열은 대선 당시와 달리 집권 이후에는 전임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는데, 이는 괜한 논란을 피하려는 꼼수로 보인다.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준수하되 부문별로 현실적인 감축 수단 마련”, “실현가능한 탄소중립과 에너지믹스” 등에서 “현실적”, “실현가능” 등의 표현은 우파와 기업주들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주요 선진국들의 정책 ‘선회’를 강조한 것도 같은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일부 경제지는 이번 공청회에 찬핵론자를 패널로 초대하지 않았다며 산자부 관료들이 무슨 꿍꿍이라도 있는 것 아니냐고 엄살을 부렸지만, 책략일 뿐이다. 이날 공청회는 윤석열의 기존 에너지 정책을 재천명하는 동시에 공청회라는 형식을 빌어 정책 추진의 명분을 축적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물가 폭등과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고통을 전가하려는 윤석열 정부에 맞선 투쟁이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물가를 통제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 재정을 지출하는 것이다. 최근 유가가 폭등한 독일에서는 철도 요금을 대폭 인하했다. 불만이 폭발할까 봐 양보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가능하다. 정부가 팬데믹 시기에 마스크 등 필수 방역 물품 가격을 통제했듯이 말이다. 법을 바꿀 필요도 없다.

화물연대 파업이 보여 줬듯, 불만이 크기 때문에 이를 대변해 단호하게 행동하면 큰 압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