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7일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은 행정안전부에 경찰청 지휘 조직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경찰 조직에 대한 현 정부의 지휘·장악력을 높이려는 시도다. 마침 경찰 고위 간부 인사 번복 논란 끝에 현 경찰청장 김창룡이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야당들은 정부의 조처가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해친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행안부 장관 이상민은 이전 정부들 시절 청와대가 경찰을 직접 지휘한 것이 문제이고, 자신들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경찰을 지휘하려는 것이니 오히려 “정상화”라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경찰 권력이 더 강화됐으므로 경찰에 대한 통제·지휘가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둘 다 참말이 아니다. 경찰은 거대한 치안·정보·수사 기관으로서 체제 수호를 위해 물리력(“공권력”)을 행사하는 대표적 기관이다. 그 기능의 중요성과 조직의 규모, 실제 구실은 일반적으로 군대에 비견할 만하다.

경찰은 역대 어느 정부 하에서도 지배계급의 이해관계로부터 독립적인 적이 없었다. 따라서 계급 간에 중립적인 적이 없었다.

선출된 정부라도 일상적 시기에 자본주의 국가를 운영하는 정부는 체제 수호라는 목적에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책임을 진다. 청와대가 경찰을 일사불란한 지휘 체계로 운영하려 한 것만큼이나, 경찰도 청와대에 충성해 왔다. 정부 핵심부는 비공개 지휘를 통해서든, 행안부 장관-경찰위원회의 공식 계통을 통하든, 또는 정부 예산편성권을 통해서든 경찰의 인사와 재정에 얼마든지 간섭할 수 있었다.

노동자 등 서민을 잠재적 범죄자처럼 다루는 것이 본 기능인 만큼 지배계급의 각종 편견이 그대로 조직 운영에 반영된다. 게다가 철저하게 상명하복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편견과 차별은 개별 경찰관들의 습성이 되기 십상이다.

서구 국가들의 경찰이 하나같이 인종차별적 행태를 보인다는 것은 미국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M) 운동의 급속한 국제적 확산에서도 드러났다. 한국에서도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의 치안은 다르다. 가난한 동네에 경찰이 많아질 때는 대체로 범죄 수배자를 잡으려고 대대적인 수색과 검문·검색을 실시할 때다.

경찰의 과잉 시위 진압, 가혹 행위를 동반한 수사, 노동자·서민에 대한 편파 수사, 공안 사건 조작 등도 사라지지 않는다. 권력층이나 조직폭력배와의 부패 고리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정부가 경찰 통제를 강화하려는 저의를 폭로하는 것을 넘어 경찰의 독립성은 중요하게 다룰 가치가 아니다. 누구로부터의 독립성·중립성인가? 지배계급으로부터? 정부로부터?

속죄양 바이든 방한 반대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들 ⓒ출처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비현실적

그래서 최근 윤석열의 경찰 통제 강화에 반대하는 정의당·진보당의 대안은 비현실적이기 짝이 없다.

경찰 문제는 국가 경찰과 자치 경찰, 수사 경찰과 행정 경찰을 분리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 조지 플로이드를 살해한 것은 지방 경찰이었고, BLM 시위를 위협한 백인 극우 활동가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반파시스트 활동가를 총격 살해한 것은 FBI(연방경찰)였다. 당시 앰네스티는 플로이드 사망 직후 열흘간 미국 전역의 항의 시위에서 과도한 무력 진압이 125건 일어났다고 보고했다. 소속은 연방과 지방, 군과 경찰들로 다양했다.

경찰 폐지 구호까지 나왔던 BLM 운동은 경찰의 소속을 구분하지 않았다. 경찰 자체의 기능과 성격이 더 본질적이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경찰 폭력으로 매년 약 1000명꼴로 사망하며, 흑인이 백인보다 피해자가 될 확률이 2배 높다고 보도했다.

2021년 런던에서 젊은 여성이 납치돼 성폭행·살해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런던시 경찰관이 방역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서는 야만적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코로나 방역을 빌미로 문제의 항의 시위에 대한 폭력 진압을 지시한 자는 최초 여성 런던경찰청장으로 유명했던 크레시다 딕이었다.

한편, 경찰은 범죄 예방을 기치로 물리력을 통한 질서 유지(치안)를 맡는 기관으로, 일어난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기소를 맡는 검찰과 다르다. 그래서 수사 경찰과 행정 경찰(치안 경찰)을 구분한다고 해도 경찰의 물리적 억압기관으로서의 성격, 편견과 폭력적 습성은 완화되지 않는다. 시위 진압 경찰과 시위 진압에 저항한 사람들을 뒤쫓는 경찰 사이의 차이를 찾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새 서울경찰청장 김광호는 장애인들의 지하철 연착 시위를 물리적으로 진압한 뒤에 “불법 행위는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 사법 처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서울경찰청은 바이든 방한 반대 시위를 벌인 대학생진보연합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당시 반대 시위를 힘으로 제압했다.

진보당은 “경찰청장 직선제”를 주장했는데, 기껏해야 경찰력 행사에 정당성만 부여할 뿐인 무의미한 구호다. 좀 더 하급인 ‘경찰서장 직선제’도 마찬가지다. 경찰의 계급편향적 폭력성이 개선됐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영국은 2011년 보수당 정부하에서 소요가 발생한 직후 잉글랜드 등지에서 자치경찰위원장(PCC)을 주민이 선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15곳에서 노동당 후보가 당선되기도 했지만, 이민자·난민·무슬림 등에 대한 경찰의 인종차별적 폭력은 전혀 완화되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런던 경찰의 여성 살해 사건을 두고 세상 물정을 몰랐다고 피해자를 탓한 인물도 노스요크셔에서 선출된 자치경찰위원장이었다.

경찰권 강화

윤석열 정부는 경찰 지휘권 강화의 핑계로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경찰 권한이 너무 강화됐다는 점을 든다(“민주적 견제”). 그러나 정작 경찰의 강화된 권한 자체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오히려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에는 경찰청장을 장관급으로 격상시키겠다고도 했다.

새 정부의 조처로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공식적으로 더 간편하게 대통령-장관-경찰로 이어지는 직통 지휘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거꾸로 경찰이 체제 수호와 정권 유지에 기여할 바가 더 많아진다는 뜻이다.

서울경찰청장 김광호와 함께 윤석열 정부 초대 경찰청장 유력 후보의 하나인 경찰청 차장 윤희근은 고위 정보경찰 출신이다.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 기능도 넘겨받기로 한 경찰이 정보기관으로서의 기능도 차츰 강화할 태세인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법무부·행안부 장관을 통해 검찰과 경찰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국가정보원에 대해서도 내부 숙정을 하고 있다. 경찰 통제 강화 과정도 이에 반발하는 친민주당 성향의 간부들을 솎아내는 데 이용된다.

초유의 세계적 복합 위기 속에서 집권한 우파 정부로서 위기의 고통을 노동계급 대중에 전가하려는 지배계급의 희망을 실현하려면, 윤석열 정부는 만만찮은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노동부 장관이 직접 발표한 노동 개악 방안에 대해 윤석열이 아직 정해진 정부 입장이 아니라고 발뺌한 것은 바로 이 점을 의식한 것이다.

그럼에도 윤석열은 각종 개악 실행을 준비하고 있다. 윤석열의 경찰 통제 강화는 개악에 대한 저항들에 억압적 국가기관들이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하려는 정비 작업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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