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7월 18일) 윤석열 정부는 대우조선 하청 파업 문제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불법 점거농성을 지속하면 엄중 대응하겠다.”

대우조선 하청노조(금속노조 거통고지회)는 임금 인상과 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7월 19일 현재 48일째 파업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수년간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삭감된 임금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2년여간은 조선업 경기가 회복됐지만, 사용자 측은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노동자들을 쥐어짜기 바빴다. 노조를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하청노조 간부·조합원 7명이 1도크(dock, 배를 만드는 작업장)에서 건조 중인 원유운반선에서 고공 농성과 ‘0.3평 철제 감옥’ 농성을 하고 있다. 다른 파업 조합원 150여 명은 공장 안팎에서 투쟁을 이어 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한 사업장의 경제적 투쟁에 직접 개입하고 나선 것은 이 투쟁이 현 상황의 논리로 정치화됐음을 보여 준다. 노동자들이 한 달 넘게 끈덕지게 싸우면서 이목이 쏠리고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달려들었다. 이달 초순 경부터 수천 명 규모의 연대 집회가 몇 차례 열리고, 2억 8000만 원에 이르는 파업 지지 모금도 됐다.

물가 폭등 시기 저임금 고통, “이대로 살 순 없다”며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 ⓒ출처 금속노조

최근 원하청 노사 4자 간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윤석열 정부는 강경 진압을 시사하며, 파업 노동자들을 강하게 압박했다. 임금 인상 요구 수준을 낮추는 등 후퇴하라는 것이고, 그러지 않으면 농성장에서 끌려 나올 수 있다고 협박하는 것이다.

〈조선일보〉와 일부 민주노총 활동가들에 따르면, 하청노조 지도부는 최근 임금 30퍼센트 인상에서 10퍼센트 인상으로 요구 수준을 낮춰야 했다고 한다. 미확인 보도이지만 말이다.

물론 윤석열 정부는 당장의 경찰력 투입을 지시하지는 못했다. 취임 두 달여 만에 지지율이 20퍼센트 포인트가량 곤두박질친 상황에서 물리적 충돌과 거센 정치적 반발을 부를 일을 단행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상당할 것이다.

정부와 산업은행, 대우조선 사용자 측은 이번 파업이 소수의 이익을 위해 대우조선 노동자 1만 8000여 명을 희생시키는 “이기적인 투쟁”이라고 이간질한다.

그러나 물가 폭등 시기에 임금 인상 요구는 모든 노동자들의 절실한 바람이다. 게다가 비정규직의 임금 억제는 정규직의 노동조건을 압박하는 요인이 되기 십상이다.

반대로, 정규직이 동료 비정규직의 고통에 맞서 함께 싸우는 것은 원하청 노동자 모두의 조건을 지키고 전국적 노동자 단결을 이루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

이 때문에 정부와 사용자 측은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의 대의명분을 깎아내리고 노동자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혈안이다.

정당들이 개입할 만큼 정치적이 되다

좌파 정당들이 하청노조의 파업을 지지하고 나섰다. 좋은 일이다. 정의당, 진보당, 노동당, 기본소득당은 파업 지지 입장을 밝히고 앞다퉈 대우조선 현장을 찾았다.

그런데 정의당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향해 국회 대책기구 설치를 제안하고, 민주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 소속 국회의원들과 공동 성명을 내어 신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당원들을 동원해 지지를 건설하고 더 넓은 노동자들의 연대를 호소하는 것이 중재에 나서는 것보다 좌파 정당 본령에 더 걸맞을 텐데 말이다.

게다가 중재·타협에 무게를 싣게 되면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을 일관되게 옹호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지금 파업을 비난하는 국민의힘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도 (정부와 산업은행에 책임을 묻자면서도) 하청노조에게 도크 농성 해제를 요구했다.

우파적 노동자들에게 단호해야 한다

한편, 대우조선 사용자 측은 직장·반장(현장책임자연합회)과 심지어 직원들을 동원해 파업을 공격해 왔다. 정규직노조 내 우파 서클 민노협도 이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7월 8일 사용자 측의 지원 속에 공장 앞 서문에서 열린 이들의 ‘파업 중단 촉구’ 대규모 시위는 그 절정이었다. 집회 후 참가자 수백 명이 공장 안 파업 노동자들의 농성장 쪽으로 몰려가 1도크 인근에 있던 천막과 집기를 부수는 등 난동을 부렸다. 한 여성 노동자가 얼린 생수병에 머리를 맞아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민주노총 조합원 5000여 명이 공장의 다른 쪽 문에서 집회를 하고 있던 바로 그 시간에 이런 만행이 벌어졌다. 이를 대비한 방어 행동은 미리 준비되지 않았다. 뒤늦게야 소식을 접한 집회 참가자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정규직 노조 내 우파조직은 이 참에 금속노조를 탈퇴하자며 조합원 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들은 지난해 건강보험 고객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때와 많이 닮았다. 당시에도 정규직노조 집행부는 우파적 조합원들의 비정규직 노동자 반대 행동을 보아 넘겼다.

대우조선 정규직 노조의 정상헌 집행부는 “하청지회의 극단적 투쟁[이] 모두의 공멸을 부른다”며 하청노조에 온건화를 압박해 왔다. 선박 제조에 차질을 주는 도크 점거를 해제하고 산업은행 앞으로 투쟁 거점을 옮기라고 요구했다. 이는 오히려 우파의 기를 살려주는 구실을 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지도부는 이런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다. 흔히 그렇듯, 노조 관료들이 평지풍파 일으키기를 유대감에서 삼간 결과일 것이다.

정규직노조 내 민주파(좌파) 제조직도 집행부와 민주노총·금속노조 지도부들을 날카롭게 비판하기보다 ‘안정적 교섭’ 성사에 힘쓰라고 주문했다.

점거 농성 강화와 방어를 중심 삼아야

최근엔 민주노총, 금속노조, 정의당 등이 산업은행 앞으로 집회와 농성을 집중시키려 하고 있다. 대우조선의 실소유주(“진짜 사장”)인 산업은행을 향해 하청업체 뒤에 숨지 말고 교섭에 나오라고 촉구하는 것이다.

이는 필요한 일이겠지만, 일터 현장 점거 상황에서 중심 축을 이동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교섭 성사로 노조를 인정받으려면 기층 하청 노동자들의 바람, 즉 임금 대폭 인상을 쟁취할 진지한 각오와 세력 과시가 바탕이 돼야 한다. 그 농성장 현장에서의 노동자들의 강력한 투쟁과 이를 방어하는 광범한 연대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야 사용자 측을 강하게 압박해 실제 양보를 얻어내는 협상 결과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