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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외면하는 한국 정부 — 난민에게 문을 열어라

안녕하세요, 노동자연대TV의 [시사/이슈 톡톡]입니다.

한국에도 많은 난민이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지난 28년 동안 난민 신청자 수는 누적 7만 5200명이나 되는데요. 대부분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해 추방되거나 보호소에 구금되는 등 열악한 처지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난 수개월간 한국에 온 난민들의 처지를 취재해 온 〈노동자 연대〉 신문의 박이랑 기자와 함께 한국의 난민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그동안 한국에 온 난민들이 겪고 있는 끔찍한 상황을 취재해 오셨는데요. 먼저, 최근 법무부 앞 이집트 난민들의 농성 얘기부터 해 보겠습니다. 이 분들은 왜 농성을 하고 계신 건가요?

지금 법무부 앞에서 이집트인 난민 신청자 십여 명이 2주 넘게 농성 중인데요. 한국 정부에 즉각적인 난민 인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분들은 짧게는 4년, 길게는 6년째 난민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이런 처지의 난민들이 정말 많습니다. 한국에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하면, 최종 결과까지 수년씩이나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출입국 관리 당국이 바로 인정을 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고요, 출입국관리 외국인청을 상대로 소송을 해서 극소수만이 겨우 난민 인정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정부의 지원이 거의 없다 보니, 난민 신청자 대부분은 열악한 일자리에서 일하며 기약 없는 심사 결과만 기다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 한국 정부는 난민 신청 단계에서 가족을 데려오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있습니다. 농성장에서 만난 이집트 난민은 아내를 8년 동안이나 만나지 못했다고 하고, 자녀들과의 생이별을 슬퍼하는 난민들도 많았습니다.

난민들은 전쟁이나 고문·투옥 등의 탄압을 겪고 피신한 사람들로 큰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전쟁과 독재와 차별로부터 피난처를 찾아 여기 한국에 온 난민을 즉각 받아들이지 않고, 심사를 몇 년씩이나 끌면서 고통을 주는 한국 정부의 처사는 정말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것입니다.

난민들은 외국인보호소에서도 끔찍한 처우를 겪고 있는데요. 어떤 상황인지, 왜 그런 것인지얘기해 주세요.

제가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난민들의 처지를 취재해 몇 차례 보도한 바 있는데요. 지난 4월에는 화성보호소에 불법 구금돼 22개월간 고문과 폭행을 겪은 시리아 난민의 이야기를 보도했습니다. 그 전에 화성보호소의 새우꺾기 고문이 알려진 상황이었죠.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이런 일이 단지 화성보호소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청주보호소에서 전신 결박 상태로 독방에 구금된 모로코 난민, 여수보호소에서 직원들의 폭력으로 다리 깁스를 한 이집트 난민 등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보호소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난민들이 폭력에 노출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한국 정부의 난민 불인정, 강제추방 정책의 부산물인데요. 외국인보호소는 난민이나 이주민을 강제추방하기 전에 임시 구금하는 시설로, 이름과는 달리 외국인을 보호하는 시설이 전혀 아닙니다.

제가 취재한 여수보호소의 리비아 난민은 보호소를 “감옥”이라고 부르는데요. 변기와 분리도 안 된 비좁은 방은 햇살도 안 들고 급식도 거기서 다 해결해야 하고요.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도 제공받지 못합니다. 아파도 돈이 없어 외부 병원을 못 가는 구금자들은 보호소가 주는 진통약을 먹고 버텨야 합니다.

외국인보호소에 있는 난민과 이주민은 출입국 관리 당국의 눈에 어차피 추방해야 할 존재이기 때문에기본적인 인권조차 손쉽게 무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난민 문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죠. 난민 문제는 해외에나 있는 일로 여기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한국에 오는 난민은 얼마나 되고, 어떤 처지에 놓여 있나요?

한국에도 난민이 많이 온다는 사실에 놀라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이제 한국도 난민들이 꾸준히 찾는 나라가 됐습니다.

난민 신청자 수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까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해 왔는데요. 2019년 난민 신청자는 1만 5천 명이나 됐습니다. 2018년 많은 예멘 난민들이 제주로 온 것을 기억하실 테고요. 현재 이집트 난민만 5천여 명, 시리아 난민도 1천 명이 넘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보수적이다 못해 정말 극단적으로 낮습니다. 2021년 난민 인정률은 고작 1퍼센트에 불과했죠. 게다가 이 바늘구멍을 통과해 난민 인정을 받아도 난민들의 조건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난민 인정을 받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난민 신청자들에게 큰 고통입니다. 지금 법무부 앞 농성자들이 이런 문제점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죠. 난민 신청 기간 동안 그들의 삶은 고난의 연속입니다. 난민 신청자 지위로는 취업도 어렵고, 의료보험도 적용이 안 됩니다. 임금을 떼여도 호소할 곳도 없고, 일하다 다쳐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난민들이 많습니다.

난민법에 따르면 난민 신청자는 일정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산이 터무니없이 적어서 사실상 지원이 전무합니다. 2020년 기준 예산이 24억원이니, 생색내기 수준도 안 되죠.

한국 정부의 난민 정책은 무엇인가요? 왜 그렇게 난민을 가혹하게 대하는 건가요?

정부는 한국이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나라이고, 난민을 보호하는 인권 선진국이다, 이런 식으로 홍보를 합니다. 하지만 난민 신청자들은 다 속았다고 느낍니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처참한 수준이고 난민 신청자의 처지도 끔찍합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난민 인정을 더 어렵게, 추방을 더 쉽게 하도록 난민법 개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른바 ‘가짜 난민’을 걸러 내겠다는 식으로 말합니다. 난민 신청자들이 가짜일 수 있다는 거죠. 엄격한 국경 심사를 통해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겠다고도 주장합니다. 난민과 이주민들이 잠재적인 범죄자라는 인상을 풍기거나, 중동·북아프리카 국가 출신의 난민 신청자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 취급을 하기도 하는 것이죠.

그러나 이주민의 범죄율이 내국인보다 훨씬 낮다는 게 공식 통계이고요, 중동·북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은 전쟁과 테러의 피해자들입니다. 한국 정부는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방조하고 은근히 부추기고 있는데요. 한국인과 외국인, ‘우리’와 ‘남’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노동계급을 분열시키려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국경 통제가 심해지고 있는데요. 왜 그런 것이고 이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나요?

국경 통제 강화는 세계 곳곳에서 끔찍한 비극을 낳고 있습니다.

최근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국경을 넘으려던 이주민 53명이 트레일러 컨테이너 안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충격적 사건이 있었습니다. 스페인 국경에서도 국경을 통제하는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아프리카 난민 37명이 사망한 일이 있었죠. 알려지지 않은 비극은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국경과 이주 통제가 항상 심했던 게 아닙니다. 각국 지배자들은 필요에 따라 이주민을 수용하기도 하고 배척하기도 했습니다. 선진국들은 과거 경제 호황기 동안 많은 이주민을 노동력으로 받아들였죠. 그런데 1970년대 중반 이후 경제가 어려워지자 국경 통제를 강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각국 지배자들은 실업, 빈곤, 불평등에 대한 국내 노동계급의 불만이 자신들이 아니라 난민과 이주민을 향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그러나 국경 통제는 난민과 이주민에게는 물론이고, 국내 노동계급에게도 득이 되지 않습니다. 난민과 이주민 같은 체제의 희생자를 비난하는 것은 노동자들에게 가짜 위안을 줄 뿐이죠. 진정한 해방을 위한 노동계급의 힘과 단결을 오히려 해칩니다. 따라서 국경과 이주 통제에 반대하고, 난민을 환영해야 합니다.

외면받고 추방당하는 난민들의 처지를 개선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난민들을 환영하고, 난민 불인정, 구금·추방, 차별에 반대해야 합니다. 인종차별적 편견이나 무슬림 혐오 등 난민과 이주민을 배척하는 논리를 반박하고, 정부에 난민들을 수용하라고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그 첫 걸음으로 법무부 앞 농성 중인 이집트 난민들에 관심과 연대를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농성자 한 분은 “내 권리를 협상할 생각이 없다. 나는 난민이고 이에 합당한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요구와 투쟁은 정당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난민들의 고통을 끝내려면, 빈곤, 인종차별, 제국주의적 개입과 전쟁으로 끊임없이 난민을 낳으면서도 그들을 희생양 삼는 자본주의 체제에도 반대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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