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한국에 거주하는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의 처지를 알리고 정부에 요구할 사항을 논의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재한 아프가니스탄 커뮤니티가 주최하고, 난민 지원 단체 ‘피난처’와 〈한국NGO신문〉이 주관했다.

지난해 8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패배해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한 직후, 한국 정부는 정부에 협력했던 아프가니스탄인 390여 명을 구출해 한국으로 데려왔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파병한 군부대, 한국 대사관, 한국이 운영한 병원 등에서 근무했던 사람들과 그 가족이다.

이들은 6개월 동안 한국 생활 적응 교육을 받은 후 정부의 일자리 알선 등을 통해 지역 사회에 정착했다. 올해 초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에 취업한 이들과 그 가족 157명이 울산에 정착하게 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부는 이런 과정을 크게 홍보하며 ‘인권 선진국’으로서 위상을 국내외에 과시했다.

그러나 정부의 자화자찬은 위선일 뿐이다.

정부는 직접 데려온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에게 법적 난민 인정자 지위를 주는 대신, ‘특별기여자’라는 체류 자격을 신설해 부여했다. 특별기여자는 사회보장제도 적용에서 난민 인정자와 대동소이하다.

그럼에도 애써 별도의 자격을 신설해 부여한 것은,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하면 더 많은 난민들이 기대를 품고 한국에 난민 신청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난민 신청 건수는 코로나 기간을 제외하면 계속 느는 추세다. 지금도 법무부 앞에서 이집트인들이 난민 인정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자격을 인정한 소수의 난민을 선전에 이용하면서도 뒤로는 난민 유입을 억제하고 있다.

각별히 정부의 태도가 위선적인 것은, 미국이 패배하기 전부터 한국에 거주하던 아프가니스탄인 50여 명과 탈레반의 카불 장악 이후 자력으로 한국에 피난 온 아프가니스탄인 20여 명이 여태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난민 인정이 거부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아프가니스탄 난민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행사에 참가한 나집 씨도 그중 한 명이다. 2018년 한국에 유학 온 나집 씨는 정부가 난민 인정을 해 주지 않는 것에 울분을 토했다.

“지도교수의 도움으로 배우자를 한국으로 데려왔습니다. 현재 임신 중인데 난민 신청자라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해 큰돈이 들고 있어요.

“문재인 정부에 편지도 썼었어요. 그들은 나를 도와주겠다고 답변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울산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에 취업한 특별기여자 대표인 하피즈 씨는 성년인 자녀와 약혼자 등 아프가니스탄에 남은 가족들을 한국에 데려올 수 있게 도와 달라고 정부에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 3~5명의 자녀가 있는데 현대중공업에서 받는 최저임금으로는 생활이 매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의사와 간호사 등으로 일했고, 강한 육체노동 경험이 없어 근무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들을 고용해 병원을 운영했으면서, 정작 한국에 데려와서는 이들의 학력이나 자격증 등을 인정해 주지 않고 있다.

한편, 특별기여자 지위는 난민 인정자보다 영주권을 따기 더 어려운데다 난민에 대한 강제송환 금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다른 이주민과 마찬가지로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 등을 받으면 추방당할 수도 있다. 정부가 이들의 약점 하나를 손에 쥐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난민 인정과 가족 결합, 처우 개선 등 이들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