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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체제의 성격과 위기

중국 전역에서 제로코로나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정저우의 폭스콘 노동자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란저우와 광저우에서도 항의가 벌어졌습니다.
베이징에서는 우루무치의 아파트 화재로 10명이 사망한 것에 항의하는 백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대학들에서도 시위가 이어지고 있고요.
이 시위들은 단지 코로나 봉쇄뿐 아니라 시진핑 정부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시진핑 퇴진 구호가 나왔죠. 지난 몇 달 동안 이런 심상치 않은 소식이 벌써 수차례입니다.
이런 시위들은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요?
아래 글은 시진핑 체제의 성격과 전망, 중국 대중의 불만과 저항 가능성 등을 심도 있게 다룹니다.

이 글은 10월 25일에 같은 제목으로 열린 노동자연대 온라인 토론회(영상 보기)의 발제문입니다. 이 토론은 기획 시리즈 ‘당신이 알아야 할 현대 중국의 모든 것 – 마르크스주의 관점’의 다섯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얼마 전 중국공산당 제20차 당대회가 열렸습니다. 거기서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가 3연임이 확정됐습니다. 이로써 시진핑은 중국 국가의 세 핵심 직위를 차지하게 됐습니다. 공산당 최고 지도자인 총서기직, 내년 3월 확정될 국가주석직, 인민해방군 총지휘관인 당 중앙군사위원회 상임위원장직입니다.

시진핑의 3연임 확정을 두고 흔히들 덩샤오핑이 확립한 집단 지도 체제가 완전히 붕괴하고 시진핑의 1인 독재 체제가 구축됐다고 논평합니다. 심지어 중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통제 체제가 확립됐다며 시진핑을 진시황제에 비유해 ‘시황제’라고도 말합니다.

그런 논평을 하는 분들이 제시하는 근거는 이렇습니다. ‘국가주석이나 당 총서기의 임기는 2연임이 관례였었다. 하지만 이게 무너졌다. 그리고 차차기 후계자를 미리 정하는 이른바 ‘격대지정隔代指定’이 사라졌다. 게다가 67세 유임, 68세 퇴임이라는 연령 제한, 이른바 ‘7상8하’도 지켜지지 않았다. 또, 공산당의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시진핑의 친위 세력인 시자쥔(習家軍)으로 채웠다. 파벌 안배를 무시하고 그랬다.’ 뭐, 대강 이런 논거들입니다.

물론 시진핑의 3연임이 사소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 관료의 국내 계급 지배나 대외 정책 같은 지배 전략이 바뀌었다고까지 할 만한 일은 아닙니다. 시진핑 3연임은 그저 중국 지배 관료의 내부 관례를 약간 변경했을 뿐이며 그들 간의 상호 암투와 견제는 여전히 작동할 것입니다. 따라서 시진핑의 3연임을 두고 시황제 운운하는 것은 과장입니다. 이렇게 사태를 과장되게 보면 서방이 더 낫다는 잘못된 결론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시진핑 3연임 확정은 중국 인민 대중의 지지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중국 관료가 1989년 톈안먼 항쟁 같은 사건의 재연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일입니다.

지금 중국 관료는 제2의 톈안먼 항쟁이 일어날까 봐 대중의 불만 표현에 매우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있습니다.

당대회 직전인 10월 13일 베이징에서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봉쇄와 통제가 아닌 자유,” “시진핑은 매국노이자 독재자” 등의 문구가 적힌 배너를 건 기습 시위였습니다. 대학교들이 밀집해 있는 하이뎬구의 쓰통차오 육교 위에서 일어난 일인데, 이 배너에 적힌 문구가 중국 주요 도시에서도 공중화장실 낙서로 번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시진핑 3연임의 의미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즉 중국 지배계급이 시진핑에게 3연임을 하도록 힘을 실어 준 것은, 지배 관료의 막강함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 경제와 정치의 위기를 반영한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이를 알기 위해 먼저 시진핑 체제의 등장 배경을 살펴보면 크게 도움 됩니다.

시진핑 체제의 등장

시진핑이 공산당 총서기직에 취임했던 것은 2012년이었습니다. 그해는 중국 안팎에서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 해였습니다.

먼저 대외적 측면을 보면, 특히 2008년 세계경제 공황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반면 중국은 당시에 홀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독일의 메르켈 당시 총리는 중국이 위기에 빠진 유럽의 백기사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가 끝나고 중국 모델이 부상할 것이라고까지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대외적 변화도 있었는데, 2011년 미국 정부가 유명한 ‘pivot to Asia’, 곧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을 본격 천명한 일이었습니다.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은 생산과 교역의 중심지로 변모하는 아시아에 제국주의적 개입을 늘리겠다는 미국 지배계급의 의지를 보여 주는 것입니다. 아시아가 생산의 중심지로 부상한 것에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런 국제 환경 속에서 시진핑이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된 것입니다. 그의 핵심 메시지는 중국이 세계 유일 초강대국이 돼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중국몽(中國夢)’입니다.

이를 위해 시진핑이 제시한 계획이 이른바 ‘쌍백운동(雙百運動)’입니다. 쌍백운동은 2021년 ‘소강사회’, 곧 모든 인민이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사회를 이루고 2049년에는 중국을 세계 최강대국으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2021년은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이고, 2049년은 신중국 건국 100주년입니다.

중국몽과 쌍백운동이라는 비전에 따라 2013년 시진핑은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제시했습니다. 일대일로는 “세계의 공장”으로 발전한 중국의 경제력에 기반해 전 세계에 중국의 제국주의적 의지를 투사한다는 계획입니다.

시진핑은 이런 제국주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내에서 두 가지 일을 추진했습니다. 첫째, 중국제조2025 계획에서 잘 드러나듯이, 첨단 산업 분야의 생산력을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둘째, 저항을 억압하는 일입니다.

먼저 첨단 산업 얘기부터 하겠습니다. 시진핑은 집권 기간 내내 첨단 산업에 가용 자원을 집중 투자했습니다. 특히 전기차 생산에 집중했습니다. 중국은 자동차 엔진 제조 기술력이 미국과 일본보다 뒤처졌었지만, 현재는 전 세계 전기차 생산의 핵심국이 됐습니다.

다른 첨단 산업 육성 사례로 5G 분야가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화웨이는 세계 최고의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첨단 산업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이 가만있을 리 없습니다. 무역분쟁을 벌이고 중국의 초일류 기업에 제재를 추진해 왔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화웨이 재무이사 멍완저우를 기소했고, 바이든은 한국·대만·일본과 반도체 공급망 동맹인 ‘칩4(chip4)’ 동맹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서입니다. 최근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중국 수출을 중단하도록 하고 있고, 애플에게는 부품 생산을 중국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하도록 재촉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미국과 중국이 비록 정치·군사적으로는 대립하지만 두 나라의 자본들은 상대국에 투자하는 협력 관계라는 사실을 들며 이런 경제적 통합 때문에 전쟁이나 군사적 충돌이 방지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는 근시안적 견해일 뿐입니다. 애플 등 제가 방금 언급한 미국 기업들도 미국 정부의 권고를 따르고 있습니다. 무역분쟁을 비롯한 미국과 중국의 경쟁 속에서 두 나라의 자본들은 자국 국가와 한편이 돼 움직이고 있습니다. 설사 경제적 손실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이에 더해, 미국과 중국은 경쟁이라도 하듯이 대만을 둘러싼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사실을 봐야 합니다.

다음으로 시진핑의 저항 억압 얘기를 하겠습니다. 시진핑이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르기 두 해 전인 2010년 중국에서는 상징적인 사건이 두 건 일어났습니다. 하나는 애플의 중국 부품 생산업체인 폭스콘에서 10여 명의 노동자들이 자살한 사건입니다. 열악한 노동 환경이 자살의 원인이었습니다. 다른 사건은 광둥성 포산에 있는 혼다 자동차 부품공장 노동자들의 파업이었습니다. 이 파업으로 노동자들은 단체교섭권을 쟁취했습니다.

두 사례의 주인공들은 모두 새 세대 농민공들입니다. 중국의 제조업이 발전하자 농촌 호구를 지닌 농민공들이 도시로 와, 저임금을 받으며 부족한 일손을 메웠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권익을 위한 투쟁에 나서고, 그 효과로 노동조합을 결성하기도 했습니다.

시진핑 집권 이후 노동자 단체행동 건수는 부쩍 늘어났습니다. 시진핑은 집단적 투쟁의 가능성을 점차 깨닫고 있는 2억 8000여 명의 농민공들을 통제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2015년경 그는 새로운 제조업 중심지인 선전과 광저우 일대의 노동단체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노동운동 활동가들을 체포했습니다. 2018년 자스커지의 노동조합 결성 노동자와 이를 지지한 학생들에 대한 탄압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시진핑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새 세대 농민공들은 제조업, 플랫폼, 소매금융, 운송과 배달 등의 분야에서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단체행동을 하는 일들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항들 때문에 시진핑은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등 가장 기본적인 민주적 권리조차 허용하지 않고 정부 비판이나 반대 목소리를 억누르며 매우 권위주의적인 통치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다가오고 있는 위기

이런 권위주의적 통치에도 불구하고 중국공산당이 이럭저럭 대중의 불만을 무마하고 당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중국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국민소득이 증대한 덕분이었습니다.

중국 관료가 높은 경제성장률에 집착하는 이유 하나는 일자리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의 대학 졸업생 수는 1000만 명이 조금 넘는데, 이들이 모두 일자리를 얻으려면 8퍼센트의 경제 성장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30여년 이래 가장 낮은 목표치인 5.5퍼센트조차 달성할 수 없게 됐습니다.

지난 5월 18일 베이징대학교 국가발전연구원의 루펑(盧鋒) 교수는 중국의 공식 실업률이 6.1퍼센트이고, 청년 실업률은 18.2퍼센트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공식 실업률은 미국의 3.6퍼센트보다도 높고, 청년 실업률은 유럽의 13.9퍼센트나 미국 8.6퍼센트보다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최근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는 단지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때문만은 아닙니다. 시진핑 집권 내내 경제 성장이 둔화해 왔고, 코로나19 이전에도 중국 경제는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2008년 세계경제 공황 이후 중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 구실을 한 건 중앙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지방정부의 부동산 개발 붐이었습니다. 이런 성장의 결과는 막대한 부채로 나타났습니다. 2021년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 류궈창은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가 272퍼센트에 이른다고 발표했습니다(총부채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기업, 가계의 부채를 합한 것).

시진핑 정부는 정부 부채와 기업 부채를 줄이려고 애썼지만, 미중 무역분쟁과 코로나19에 부딪혀 번번이 좌절됐습니다.

최근의 시도는 부동산 개발로 인한 건설사 부채 규모를 줄이기 위해 은행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가 부동산 분야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광둥성 정부는 건설사 대출 규제를 거둬들여야 했습니다. 소위 ‘질서 있는 파산’을 통해 중국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한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세계경제에 깊숙이 편입됨으로써 경제 발전을 이룩했지만, 그러면서 세계경제로부터 받는 압력과 긴장도 고스란히 안게 됐습니다. 가령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잇달아 인상하자, 중국에 투자된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고 그로 인해 위안화의 가치가 떨어졌습니다.

자금 유출을 막고 환율을 방어하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중국 정부는 경기 침체 때문에 오히려 금리를 인하하고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부분적 경기 부양책을 쓰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정부는 근래에 국진민퇴(國進民退)를 강조해 왔습니다. 국유기업이 약진하고 민간기업이 후퇴해야 한다는 것으로, 신자유주의보다는 국가자본주의를 강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된 중국 경제가 휘둘리지 않고 미중 무역분쟁에 맞서려면 그래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진핑 정부가 내세우는 또 다른 기치는 ‘공동부유’입니다. ‘다 같이 잘살자’는 말입니다.

국내의 일부 좌파는 공동부유가 저소득층을 지원해 빈부격차를 줄이는 정책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공동부유의 진정한 목적은 인민대중의 복리가 아니라, 빈부격차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무마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공동부유는 또한 최근 급성장한 알리바바, 텐센트, 디디추싱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 공유경제, 핀테크 기업들이 공산당의 통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노리고 있습니다.

이른바 ‘홍색 규제’로 불리는 이런 민간기업 통제는 중국 관료가 앞으로 더 첨예해질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 대처하기 위한 것입니다.

2019년 시진핑 정부는 국가보안법으로 홍콩의 민주 세력을 제압하는 데 일시적으로 성공했습니다. 그 여세를 몰아 중국 관료는 정부와 공산당의 통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는 민간 기업들을 손보고자 하는데, 이것이 공동부유의 사실상 가장 중요한 목적입니다.

맺음말

시진핑 체제는 해외에서는 미국과 제국주의 경쟁을 치러야 하고 국내에서는 부국강병 국가를 여전히 건설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관료는 노동자와 농민을 효과적으로 착취해야 합니다.

시진핑이 관료 지배계급으로부터 위임받은 이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의 3연임을 지지해 준 지배 관료 내에 균열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균열은 아래로부터의 저항이 분출할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 5일 세계적인 기업주 신문 〈파이낸셜 타임스〉는 다음과 같이 관측했습니다.

“과도한 부동산 투자 위주의 경제 정책은 그에 따른 막대한 부채 누적과, 투자에 비해 계속 낮아지는 GDP 성장률로 이미 그 비효율성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시진핑은 그것을 고집하고 있다. 시진핑의 3연임은 비극적 실수가 될 것이다.”

사실 좌파인 제가 봐도 시진핑 앞에는 험난한 길이 놓여 있습니다. 물론 어떤 좌파들은 시진핑의 공동부유나 홍색규제를 진보적이라고 보고, 국유기업을 ‘비자본주의’ 영역으로 봅니다.

반면 어떤 좌파는 3연임을 통한 집권 연장이나 홍콩 민주화에 대한 탄압 또는 대만 무력 점령 의지를 이유로 중국이 서방 자본주의보다 더 못한 사회 체제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국은 다른 제국주의 열강과 경쟁하고 이를 위해 노동계급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관료적 국가자본주의 사회입니다. 그래서 중국 사회는 본질 면에서 서방 사회와 다를 바 없습니다. 중국을 전체주의 사회라고 보면 서방이 더 낫다는 결론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서방 제국주의를 우선 반대하면서도, 주의해야 할 점으로 중국 제국주의를 대안으로 삼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