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6일 생계비 위기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가한 멜랑숑 ⓒ출처 Jean-Luc Mélenchon(페이스북)

프랑스의 좌파 정당 ‘불복종 프랑스’의 지도자 장뤽 멜랑숑이 주도하는 신(新)생태사회민중연합(NUPES, 이하 뉘프)이 6월 총선에서 선전하면서, 전 세계 좌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멜랑숑은 10월 16일 파리에서 노동자 파업을 지지하고 물가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를 발의하기도 했다. 14만 명이 운집한 이 시위는 생계비 위기에 대한 프랑스 대중의 분노를 분명히 보여 줬을 뿐 아니라, 멜랑숑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광범하다는 점도 확인시켜 줬다.

지난 4월 멜랑숑은 대선 1차 투표에서 22퍼센트를 득표해, 23퍼센트를 얻은 파시스트 르펜과 1퍼센트포인트 차이로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도시 노동계급의 다수가 그를 지지했다. 투표에 참가한 무슬림의 69퍼센트가 멜랑숑을 지지했다는 보도도 있다.

대선에서 멜랑숑이 얻은 지지를 바탕으로 출범한 뉘프는 ‘불복종 프랑스’의 주도하에 공산당, 녹색당, 사회당, 기타 소규모 좌파 정당들을 결집시킨 선거 연합이다. 뉘프는 6월 총선에서 577석 중 151석을 차지해 제1 야당이 됐다.

교사 출신으로 1976년 사회당에 가입하며 정치 활동을 시작한 멜랑숑은 2000~2002년에는 조스팽 정부의 교육부 장관을 지냈다. 하지만 2008년 사회당의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며 탈당해  좌파당을 창당했다.

멜랑숑은 2012년 처음 출마한 대선에서 12퍼센트, 2017년 대선에서 19퍼센트, 올해엔 22퍼센트를 득표하며 전국적 인지도를 키워 왔다. 그가 주장한 부자 증세, 최저임금 인상, 연금 수령 연령 하향 조정, 주요 생필품 가격 동결 등의 주장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은 재임 기간 내내 노동계급과 무슬림을 공격했다. 그는 연금 수령 연령을 늦추겠다고 공언했고, 무슬림 여성의 옷차림을 제약하는 법을 통과시키며 이슬람 혐오를 부추겼다. 멜랑숑은 마크롱과 주류 사회민주주의 정치에 대한 광범한 대중적 환멸 속에서 지지를 키워 왔다.

멜랑숑은 인종차별과 이슬람 혐오에 맞서는 대표적인 좌파 정치인이기도 하다. 2019년 프랑스 남부에서 무슬림을 겨냥한 혐오 범죄가 벌어진 것을 계기로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무슬림 혐오에 반대하는 대중 시위가 열렸을 때, 멜랑숑은 여기에 지지를 나타내고 행진에 참가했다. 당시 지배자들과 주류 언론은 이 시위를 ‘정치적 이슬람주의자들’의 시위라고 비난했고, 일부 좌파 정치인들은 이런 압력에 굴복해 시위 지지를 철회하기도 했다.

일부 좌파들처럼 멜랑숑이 프랑스 자본가 제도를 옹호하며 전면적인 항복을 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종파주의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10월 16일 멜랑숑이 생계비 위기에 항의하는 시위를 발의한 사례에서 보듯이, 멜랑숑의 부상은 노동계급 투쟁을 자극하는 구실을 할 수도 있다. 멜랑숑의 정치적 선전(善戰)도 변화를 바라는 프랑스 대중의 사기를 북돋을 수 있다.

프랑스 노동계급은 최근 2018년 노란 조끼 운동, 2019년 연금 개악 반대 파업 등 여러 차례 급진적인 계급투쟁에 나서 전 세계 좌파에게 영감을 줬다.

이와 더불어, 인종차별 반대 운동, 경찰 폭력 항의 시위 등 청년층을 비롯해 무슬림과 같이 억압받는 소수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거리 운동도 최근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의 비종파적 혁명가들은 멜랑숑 지지자들과 함께 공동전선을 건설하고, 또한 노동계급의 운동이 이런 대중 운동과 만날 수 있게 되도록 애쓰느라 분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