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일각에서는 윤석열 퇴진을 지지함에도, 현재 벌어지는 윤석열 퇴진 집회에 참가하는 것은 꺼리는 경향도 있다.

현 윤석열 퇴진 집회가 “소부르주아 시민운동진영”이 주도하고 있어서 “지난 ‘박근혜 탄핵정국’처럼 그저 민주당에게 횡재를 안길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노동자·민중이 퇴진 투쟁을 주도해야 한다는 ‘대안’을 내놓는다.

노동운동이나 좌파 단체가 주도하는 별개의 퇴진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퇴진 운동을 더 급진적이고 전면적인 반정부 투쟁으로 발전시키려면 좌파들이 운동에 참여해 그렇게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미진

민주노총이나 좌파 단체들이 현재의 윤석열 퇴진 운동을 지지하며 자기 나름의 사회경제적 요구들도 제기한다면, 이는 퇴진 운동을 키우는 일일 뿐 아니라, 기존 퇴진 집회 참가자들에게도 좌파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노동운동과 좌파 단체 대부분은 윤석열 퇴진 운동에 의식적으로 불참하고, 그저 대통령 사과와 총리·장관 사퇴, 책임자 처벌 등과 이를 위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는 데 머물고 있다.

11월 12일(토) 전국노동자대회 직후 민주노총은 전국민중행동 등과 함께 별도의 시민 추모 촛불 집회를 열었다. 같은 시각 다른 장소에서 윤석열 퇴진 집회와 사실상 경쟁하는 집회를 개최해 윤석열 퇴진 운동과 분명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민중운동 진영’이 투쟁을 주도할 때까지 기존의 퇴진 운동을 지지하지 않는 것은 그저 현재의 퇴진 운동에 불참한다는 것밖에 안 된다.

이는 결국 윤석열 퇴진 요구를 선전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다.

이런 선전이 완전히 무의미한 일은 아니겠지만, 이미 수만 명이 참가하는 대중 행동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좌파의 과제를 선전에 국한하는 것은 영향력을 제한할 뿐인 비효과적 방침이다.

물론 지금 노동자들이 퇴진 투쟁을 지지하지 않는 소속 노조 집행부나 정당 지도부에 불만을 제기하며 퇴진 운동을 지지하라고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라면 그런 지도부의 입장을 바꾸는 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노동자들의 의식(핵심적인 요소는 의지와 의욕이다)은 윤석열 퇴진 구호에 호의를 보이면서도, 퇴진 운동 건설을 거부하는 지도부를 비판하고 압박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퇴진 운동을 노동계급 지향 좌파가 주도하는 운동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지금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현재로서는 현재의 퇴진 운동을 대규모로 성장시키고 노동자들이 대거 참가하게 해 그 운동이 더 많은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는 조직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처우 개선 투쟁에 나설 자신감을 키우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윤석열 퇴진 운동의 지도부가 친민주당적이고 덜 급진적이라는 약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령 김건희 특검 같은 전혀 부차적인 문제가 집회의 2대 요구가 돼 있는 것은 이 운동이 전면적인 반정부 투쟁으로 발전하고 급진화되는 것을 제약하고 있다.

그러나 주말마다 수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근저에는, 좌파 상당수가 인정하는 것처럼 “격화되는 경제위기와 민중들의 생존의 위기가 존재한다.”

이는 이 운동이 더 급진적이고 더 큰 운동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음을 뜻한다. 이런 잠재력을 현실로 만들려면 노동계급 지향 좌파들이 운동을 지지하고 참여해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뿐 아니라 생계비 위기, 신자유주의 정책 같은 윤석열 정부의 폐단에 반대하는 요구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다.

대규모 운동이 벌어지는데도 좌파들이 자신의 임무를 선전에 국한한다면 오히려 정치적 주도권을 중간계급 지향 친민주당 좌파에 내주고, 노동자들의 의식도 그 수준에 머물게 할 뿐이다.

‘우리도 윤석열 퇴진을 요구했다’는 자기만족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사태를 바꾸려는 개입적이고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