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가 또다시 위기다. 위기는 매번 그전보다 더 심각해지는 듯하다.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으로 벌어진 이번 위기로 암호화폐 부문 전체가 위험에 처했다고 한다.

기업 가치가 320억 달러에 달했던 FTX의 파산과 창립자 샘 뱅크먼-프리드의 몰락은 규제 없는 사기극의 말로였다.

FTX는 세계 2위의 암호화폐 거래소였다. FTX는 디지털 화폐와 컴퓨터 코드의 소유권을 거래하는 앱이다.

그런데 11월 초 뱅크먼-프리드가 설립한 암호화폐 투자사 알라메다의 대차대조표가 유출됐다. 알라메다가 약 74억 달러의 대출금을 부채로 지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는데, 이에 대한 상환 능력의 대부분이 FTX가 발행한 암호화폐로 이뤄져 있었다.

게다가 FTX는 이 암호화폐의 많은 부분을, 고객·투자자들이 자사 앱으로 예치한 자금을 이용해 알라메다에 빌려 줬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러자 설상가상으로, 뱅크먼-프리드의 최대 숙적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자신이 보유한 FTX 발행 암호화폐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해 FTX 암호화폐의 가격을 끌어내렸다.

FTX 파산 후에 암호화폐의 가치가 폭락했다 ⓒ출처 Jim Makos(플리커)

운용

바이낸스는 FTX 인수를 제안했다가, FTX의 자금 운용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를 찾았다며 이를 철회했다.

FTX는 파산했고, FTX에 돈을 예치했던 사람들은 돈을 모조리 날렸다.

그러자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도 사람들이 예치금을 서둘러 인출하려 하면서 더 큰 인출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 모든 사달은 암호화폐와 암호화폐 거래 시스템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암호화폐가 국가 발행 화폐의 대안일 수 있다거나, 암호화폐 거래가 주식·채권 거래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은 허상임이 드러났다.

그런 “전통적” 금융 거래 수단들과 마찬가지로, 암호화폐 거래 역시 누군가가 실제 돈으로 뒷받침해 주기 때문에 굴러간다.

암호화폐도 주식·채권과 마찬가지로 카를 마르크스가 말한 “의제(擬制) 자본”의 한 사례인 것이다.

“실물 자본”은 실제 부를 생산하는 것에 투자된 것을 말한다. 즉, 작업장과 설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돌아가게 하는 노동력에 투자된 것이다. 의제 자본은 이 실물 자본에서 파생된 대부·대출·투기의 그물망에 투자된 것이다.

이는 미래에 생산될 실물 가치에 대한 투기일 수도 있지만, 부채와 통화에 대한 투기일 수도 있다. 이 과정 전반이 실제 부의 원천이 어디인지를 흐릴 수 있다. 심지어 자본가들도 그 원천이 어디인지 모르게 된다.

부채·주식·통화를 매매하는 행위 자체가 이윤을 창출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암호화폐 거래를 그렇게 본다.

물론, 인터넷상의 몇몇 외진 골목에서는 암호화폐로 실제 상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 대부분은 나중에 수익을 남길 것을 기대하면서 암호화폐에 투자한다.

이는 불안정하고 거대한 거품을 낳는데, 이 거품이 불안정한 것은 그것이[암호화폐의 가치] 근원에 있는 실물 경제에서 창출된 이윤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또, 이런 과정 덕분에 뱅크먼-프리드 같은 자들이 거짓말과 사기, 도둑질로 그 거품을 조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러다 그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이다.

거짓말과 도둑질

FTX 파산 이후 뱅크먼-프리드는 몇몇 놀라운 말을 남겼다. 그러면서 뱅크먼-프리드는 그의 세계에서는 거짓말과 도둑질도 수익을 낼 수 있으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사실상 시인했다.

뱅크먼-프리드는 특별한 예외가 아니었다. 뱅크먼-프리드는 자신이 벌어들인 막대한 돈으로 미국의 집권당인 민주당의 둘째가는 후원자로 환대받았다. 그 덕에 뱅크먼-프리드는 민주당 정치인들과 가까이 지낼 수 있게 됐다.

FTX가 파산하자 그의 주변에 있던 자들은 다들 마치 뱅크먼-프리드가 특별한 악당이었던 것처럼 굴고 있다. 또는 암호화폐 부문을 국가 규제로 길들여야 할 무법지대처럼 묘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FTX보다 훨씬 큰 금융 기업들도 훨씬 큰 부패와 부당 거래가 폭로돼 파산했을 때 구제금융을 받았다.

실제로는 규모만 달랐을 뿐이다. 암호화폐 시장의 폐단은 체제 전체의 폐단을 보여 주는 작은 사례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