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8일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을 시험 발사했다. 북한 외무상 최선희가 한미일 정상회담의 확장 억제력 강화 결정을 비난하며 “군사적 대응”을 경고한 다음 날의 일이었다.

앞서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와 한미일 연합훈련들이 교차하면서 한반도에 긴장이 높아졌었다. 이에 더해 최근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대한 ‘확장 억제’ 제공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핵우산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한미일 정부들은 북한 ICBM 발사에 공세적으로 대응했다. 18일 한국군은 스텔스 전투기인 F-35A를 동원해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모의 표적을 타격하는 훈련을 벌였다. 여차하면 북한을 선제 타격할 수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11월 19일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가 서해에 전개돼 한국 전투기들과 함께 무력시위를 벌였다. 같은 날 다른 B-1B 폭격기 2대도 일본에서 자위대와 훈련을 벌였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압박 속에서도 북한은 핵실험이나 새로운 미사일 발사 등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조선로동당 부부장인 김여정은 미국과 한국의 “위험성이 짙은 군사 연습들과 과욕적인 무력 증강”에 맞서 끝까지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압박 강화의 결과 북한이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그 배경에는 미·중 갈등 심화가 있다 ⓒ출처 〈조선중앙통신〉

서해

이런 긴장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미국과 중국,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갈등이 있다. 점증하는 미·중 갈등 속에 한반도 긴장은 한동안 지속될지 모른다.

당장 앞서 언급한 미국 B-1B 폭격기의 서해 출격은 북한뿐 아니라 지척에 있는 중국을 공공연히 견제한 행동이었다.

앞서 지난 10월 바이든 정부는 새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공개하며, 중국을 “유일하게 국제 질서 재편 의도를 갖고, 그럴 만한 경제적·외교적·군사적·기술적 역량을 갖춰 가고 있는 경쟁자”로 규정했다.

중국은 핵무기를 증강하는 등 자국의 핵무력을 강화하는 중이다.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중국의 이런 움직임을 경계하며, 2030년대에 이르면 미국이 처음으로 두 개의 핵무기 강대국들(중국과 러시아)을 억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미국도 핵무기를 현대화하고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 억제력 제공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입장은 이후에 공개된 미국의 새로운 핵태세 검토 보고서에도 반영됐다. 그 보고서에서 바이든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맞춤 억지를 위해 W76-2 같은 새 저위력 핵탄두(전술핵)를 유지할 것이며, 새로 개량된 B61-12 핵폭탄도 배치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억지를 위해 “전략폭격기, (핵무기 공격과 재래식 공격이 가능한) 이중 용도 전투기, 핵무기”를 전진 배치할 의향도 드러냈다. 또한 “한·미·일 3자 또는 호주까지 포함한 4자 간 정보 공유와 협의”가 강조됐다. 중국·러시아 등 경쟁자를 겨냥해 핵무력을 강화하고 이를 실전에서 쓸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한미일 정상회담의 논의를 봐야 한다. 그 정상회담에서 언급된 확장 억제 강화는 결국 북핵을 빌미로 미국이 주로 중국을 염두에 둔 군사력 전진 배치와 동맹 강화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이미 진행 중이다. 호주 북부 다윈에 미군의 B-52 전략폭격기 6대를 운용할 대규모 군사시설 건설이 추진 중이다. 그리고 최근 미국은 필리핀에 미군을 순환 배치할 기지를 몇 군데 추가하기로 필리핀 정부와 합의했다. 그 후보지들 중 카가얀주는 대만과 가까운 요충지이며, 팔라완섬은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난사군도와 마주한 곳이다.

중국 정부도 미국이 북핵 ‘위협’을 명분 삼아 자국의 동아시아 전략을 관철시키려는 데 불만을 품고 있다. 11월 13일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중국 전문가의 말을 빌려 이렇게 주장했다. “중국은 미국이 한·일 군사 협력을 진전시키고 미국의 ‘아시아판 나토’ 계획을 실현하려고 북핵 문제를 이용하고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진정한 의도는 중국을 봉쇄하는 군사 협력을 진전시키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달갑지 않게 여겨 온 중국이 최근 들어 미국의 대북 제재 강화 제안을 거부하며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까닭이다.

불만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관료들은 미·중 간의 제국주의적 갈등으로 지역 내 불안정이 점증하는 데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 그리고 미국 바이든 정부가 자신의 동아시아 전략을 위해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데 불만이 쌓여 왔다. 그들은 이를 표현했지만, 미국은 이를 무시했다. 그러자 북한은 잇단 무력시위로 이런 상황에 균열을 낼 수 있음을 보여 주려 하는 것이다.

미·중 갈등은 대만해협을 비롯해 동아시아 곳곳에서 긴장과 충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반도도 그런 갈등의 일부다.

그래서 반제국주의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서로 싸우는 열강 중 어느 한쪽을 지지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미국과 한국 지배자들이 가하는 대북 압박에도 반대해야 한다. 미국과 한국은 독자 대북 제재를 추진하는 한편, 잠수함 연합 훈련 등을 또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핵에 대응해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조하며, 동맹 강화에 협력하고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동일한 이름의 전략까지 공개하며 한미동맹 강화에 적극적이다. 정부와 여권 관계자들은 빈번하게 대북 선제 타격론, 전술핵 배치 등을 언급하며 자체의 군국주의 강화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은 윤석열 정부의 위험한 선택, 즉 한미동맹 강화와 군국주의 강화에 반대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 한반도 정책 전환 또는 대북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것은 쇠귀에 경 읽기일 것이다. 한반도를 더 위험하게 만드는 것은 윤석열이 퇴진해야 마땅한 이유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