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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인파 운집 예상하고도 마약 단속에 초점 맞춘 윤석열 정부

1월 13일 경찰의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는 이상민, 오세훈, 윤희근(경찰청장) 등을 무혐의 처분하고 참사의 책임을 꼬리 자르기 하는 수사 결과를 내놨다.

사실 참사 직후 행안부 장관 이상민 등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예측할 수 없는 참사였다고 주장할 때부터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다.

그러나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 등의 질문으로 다시 드러난 것은 경찰이 올해 핼러윈 기간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운집할 것을 미리 예상했다는 점이다.

올해는 왜 필요한 경찰 병력을 배치하지 않았을까? 서울경찰청장 김광호는 참사 당일 경찰 운용의 강조점이 마약 단속에 있었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7월부터 마약 특별단속도 시작했고, 우리 [윤희근] 경찰청장이 취임하시면서부터 마약에 대한 특별 대책을 지시하셨다. 저희 입장에서는 마약과 범죄 예방에 초점을 둘 수밖에 없었다.”

장혜영 의원은 더 윗선으로 책임을 따져 올라가지 않았지만, 경찰의 이런 우선순위는 대통령 윤석열의 우선순위였다.

윤희근은 윤석열의 초대 경찰청장이고, 윤석열 정부는 취임 초부터 “마약과의 전쟁”을 강조했다. 참사 5일 전에도 국무총리에게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고, 그에 따라 참사 3일 전 국무조정실은 마약류 관리 총괄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기로 했다.

그 결과 참사 현장에는 인파를 통제하고 구조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참사 현장에 최초로 출동한 유해진 용산소방서 현장대응단 팀원은 청문회에서 당시의 절박한 상황과 절망적인 감정을 토로했다.

[28차례나 다급하게 지원을 요청했지만]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많지 않았다. 제가 도착했을 때는 2명 정도 봤다. 소방관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었고 너무나 외로웠다. 구조한 사람들을 놓을 장소조차 마련되지 않을 정도로 인파가 통제되지 않았다.”

그런 경찰이 유가족 감시에는 철저했다. 희생자 박가영 씨의 어머니 최선미 씨는 청문회에서 경찰의 소름 끼치는 감시 행태를 폭로했다.

“17살 아들이 트라우마 센터에서 상담을 받으면서 ‘경찰의 잦은 연락 [때문에] 감시받는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는데, 상담을 마치고 돌아오니 경찰에서 전화가 와서 ‘상담 다녀오셨더라, 저희가 연락하는 게 불편하셨냐’라고 얘기했다.”

참사로 예비 신부를 잃은 한 생존자는 “유가족들이 서로 만날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했지만 정부는 그런 모임은 만들어 주지 않았다. 이것 또한 2차 가해”라고 말했다.

“뭘 해줄 것처럼 하더니...” 꼬리 자르기로 끝난 경찰 특수본과 정쟁으로 얼룩진 국조. 12월 30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에 모인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이미진

‘혹시나’ 했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역시나’였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기간이 1월 17일 종료된다. 1월 12일 2차 공청회를 끝으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공식적인 활동은 끝났고 결과 보고서 채택만 남았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국회 청문회에서 목소리를 낸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국정조사가 참사 항의 운동과 정부의 책임 규명에 효과적으로 기여하진 못했다. 마약 수사와의 연관성이 재차 드러났지만, 새로운 진상이 드러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국정조사는 윤석열의 책임을 묻는 것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주류 정당 간 정쟁으로 얼룩졌다. 유가족협의회 대표이자 희생자 이지한 씨의 아버지인 이종철 씨는 “국정조사를 보며 유가족들은 오히려 실망감과 좌절감을 크게 느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를 끊임없이 방해했다. 유가족 최선미 씨는 국민의힘 의원 조수진을 향해 “우리[유가족]에게 뭘 해줄 것처럼 하더니 아무것도 안 했죠.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며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울분을 토했다.

그런데 국조특위장인 민주당 의원 우상호는 유가족에게 더 말할 수 있도록 해도 모자랄 판에 도리어 최선미 씨에게 자제를 요청했다. 민주당이 국정조사 시작을 예산안 처리와 연동시키는 합의를 하는 바람에 시간을 까먹은 것을 생각하면, 답답하기 짝이 없는 태도다.

최선미 씨는 2차 공청회에서 참사 책임자들이 특수본 수사 중이라는 명목으로 입을 닫아 버렸다고 일갈했다.

윤석열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8월 정부의 위기 관리 표준 매뉴얼에서 대통령실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삭제했다. 그 기능은 각 지방자치단체와 부처의 몫으로 떠넘겼다.

이태원 참사 직후 여론이 들끓을 때는 “재난·안전의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이 맞다”고 입에 발린 말을 했지만, 재난 발생 시 자신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소지를 진작에, 그것도 취임 석 달 만에 없애 놓은 것이다.

최근 〈노컷뉴스〉 단독 보도를 보면, 경찰은 참사 당일 저녁 8시 30분경 전쟁기념관 담벼락에 부착된 윤석열 퇴진 손팻말을 철거해 달라고 용산구청에 요청했다. 이에 당직실에 있던 5명 중 2명이 저녁 9시부터 10시 40분까지 철거 작업을 했다. 이태원 인파에 대한 신고가 빗발치던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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