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6일 〈시민언론 민들레〉 사무실을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압수수색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의 명단을 공개한 것이 공무상 비밀 누설 및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참사 희생자는 모두 158명이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이 명단 공개를 두고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 운운했지만, 정작 〈민들레〉를 형사고발한 것은 유족들이 아니라 국민의힘 서울시의원과 김건희 팬 카페 등 우파 단체들이다.

그러나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이 이름도 모른 채 잊혀져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희생자 명단 공개는 죄가 아니다. 오히려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대신한 것이다.

〈민들레〉는 명단 공개 후 공개를 원치 않는 유가족의 요청은 수용해 공개한 명단에서 삭제했다.

사실 대형 참사의 희생자 명단을 비공개로 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동안은 정부가 발표하거나, 정부 발표가 늦을 때는 언론들이 그 명단을 공개했었다.

10만 명 넘게 인파가 몰린 곳에서 사고가 난데다, 순식간에 백수십 명이 사망에 이르렀고 신원 파악도 안 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적어도 수십만 명이 자기 가족과 친구의 생사 여부를 곧바로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따라서 정부는 희생자 명단을 공개할 의무가 있었다. 더구나 정부가 공권력 사용 우선순위에서 안전 대책을 외면해 벌어진 사건이었으니, 참사에 책임을 져야 할 정부가 이런 일을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희생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윤석열은 참사 초기 재빠르게 서울시청 광장 등 전국 곳곳에 분향소를 설치했지만, 거기에는 영정 사진도 이름도 없었다. 그리고 이미 명단을 확보해 놓고도 애써 감췄다. 유가족을 서로 모이지 못하게 애쓴 정황도 폭로됐다.

참사를 계기로 항의가 벌어질까 봐 통제한 것이다. 정부는 ‘악성 댓글에 의한 유가족 2차 피해’ 운운했지만, 명단 공개 자체가 악성 댓글을 유발한다는 발상 자체가 희생자들이 무슨 부끄러운 일을 하다가 사망한 것 같은 이미지를 연출하는 것이었다.

윤석열과 경찰의 무리한 압수수색 시도는 정치적 위기 속에서 공무원 기강을 단속하고, 무엇보다 정부 비판적인 언론사를 압박해 정부 비판 보도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이다.

〈민들레〉가 (당시 〈더탐사〉라는 매체와 함께)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것은 명백히 정부의 명단 비공개 방침을 비판하면서 이뤄진 것이었다. 지난해 창간된 〈민들레〉는 좌파 언론은 아니지만 윤석열 정부에 꽤나 비판적인 보도를 이어온 매체다.(〈더탐사〉는 윤석열 술자리 의혹 보도로 지난해 이미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번에 압수수색을 자행한 서울경찰청은 바로 이태원 참사 발생 전 일선의 교통경찰 배치 요구를 묵살하고 마약 수사에 전적으로 집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는 서울경찰청장 김광호는 사실상 이런 지시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리고 그 마약 수사 강조의 진앙지는 윤석열 본인이다. 적반하장이다.

게다가 경찰의 이태원 참사 수사는 윗선을 보호하면서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았다.

그래 놓고는 유가족도 문제 삼지 않은 단순한 이름 공개를 두고, 공무상 비밀 누설이니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니 호들갑을 떠는 것이다.(경찰은 이 건으로 서울시청 담당 공무원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압수수색의 결과로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를 이 건에 적용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윤석열 정부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무상 비밀, 즉 필사적으로 감춰야 할 정보로 취급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서울시 공무원이든 〈민들레〉든 아무 잘못도 없는 이들에게 어떤 사법 처리도 있어선 안 된다. 정부 비판 보도를 요란한 압수수색으로 입막음하려는 윤석열이야말로 응징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