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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마약과의 전쟁, 성공할 수 있을까?

이 기사는 2월 15일에 열린 노동자연대 온라인 토론회(영상 보기)의 발제문을 개정·증보한 것이다.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발제문과 시청자 전화발언 내용은 모두 평어체로 고쳤다.

윤석열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마약 단속과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 한동훈은 “어린 자녀들을 학교에 보낼 때 ‘혹시 마약을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되지 않겠나”하며 “지금부터 전쟁하듯이 막으면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마약 범죄 관련 기사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유명 배우인 유아인 씨가 프로포폴과 대마 등을 사용한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은 과연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평범한 사람들, 특히 청소년과 청년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을까? 오히려 그 반대의 결과만 낳을 공산이 크다.

마약 사용이 급증했다는 과장

윤석열 정부는 마약 사용자가 급증했다고 주장한다. 마약류사범 수가 2017년 1만 4123명에서 2021년 1만 6153명으로 2000여 명 늘었다는 게 근거다. 검찰이 발표한 ‘마약류 범죄백서’에 실린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통계가 마약 사용자 증가를 보여 주지는 못한다. 마약사범 수는 수사의 성과에 따라 오르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약류사범도 급증했다기보다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마약 사용 실태를 정확히 보여 주는 통계는 없다. 그나마 지난해부터 식약처가 하수에 포함된 마약류 성분을 측정해 발표하고 있는 것을 참고할 수는 있는데, 이 조사에서도 마약류 사용량이 조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긴 한다. 그러나 같은 통계를 작성하는 호주나 유럽연합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임을 확인할 수 있다.

대마초, 양귀비도 마약 범죄?

정부가 마약 범죄라고 부르기 부적절한 것들까지 모두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도 문제다. 대마초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대마초를 마약으로 분류하는 것은 무리다. 네덜란드에서는 1970년대부터 대마초를 사용하거나 소량 소지하는 것을 처벌하지 않았다. 등록된 ‘커피숍’에서는 판매도 허용했다. 다만 생산을 허용하지는 않았는데, 국제마약통제위원회는 이런 조처를 비범죄화라고 분류한다.

캐나다에서는 2018년에 대마초 생산과 유통을 모두 허용했다. 합법화한 것이다. 우루과이와 미국 내 여러 주에서도 대마초가 합법화됐다.

대마초는 사람들이 충분히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물질이고 합법화돼야 한다.

마약 범죄라고 부르기에 부적절한 또 다른 경우는 양귀비 재배다. 앞서 본 마약류사범 통계 중 1000명 이상은 관상용이나 가정 상비약, 가축 치료용으로 재배한 양귀비를 단속한 결과다. 이런 것을 마약류 범죄에 포함시키는 것은 터무니없다.

그런데 대마초와 양귀비 재배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 나면 마약류사범 증가세는 더욱 완만하다. 대마초나 양귀비 재배처럼 마약 범죄로 분류하기 부적절한 것들을 포함해서 마약 사용 증가를 과장하고 있는 것이다.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

마약류 중 헤로인과 코카인 같은 마약은 국내에서는 그 사용량이 매우 적은 편이다. 헤로인의 경우 2019년에는 압수량이 0일 정도로 드물다. 코카인의 경우도 앞서 하수 검사에서 본 것처럼 호주나 유럽 같은 지역과 비교하면 매우 적다.

펜타닐 같은 합성마약은 원래 말기 암 환자 등을 위한 초강력 진통제로 개발된 것이다. 이런 약들 중 일부는 무분별한 처방이 문제가 됐다. 미국에서는 최근 불법 펜타닐 중독 사망이 크게 늘었다. 2015~2021년 6년 동안 21만 명이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는데 이는 미국에서 2000년대 초에 시작된 마약성 진통제 과잉 처방과 연관돼 있다.

제약회사 퍼듀 파마는 마약성 진통제 옥시콘틴의 독성을 과소평가했고, 정부는 그것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 규제 당국은 제약회사들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통증 관리 매뉴얼을 개발했고 의사들이 어지간하면 ‘심각한 통증’으로 평가하도록 했다. 보험업계는 진료시간 단축을 압박해 의사들이 강한 진통제부터 처방하도록 내몰았다.

나중에 옥시콘틴의 위험성이 알려지며 판매가 중단됐지만, 이는 마약성 진통제에 익숙해진 사람들을 불법 약물에 노출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의 불법 펜타닐 중독 사망 증가는 이윤 중심의 미국 의료시스템이 만들어낸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마약류의 또 다른 범주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필로폰과 그 유사물질인 암페타민이 대표적이고, 항우울제 등 정신과에서 사용하는 약들과 프로포폴도 포함된다.

필로폰은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마약이다. 압수된 마약의 80퍼센트를 차지한다. 필로폰은 신체적 금단 증상은 상당히 나중에 나타나지만 집중력과 신체 감각을 극도로 끌어올려 줘 사용경험 자체가 강렬한 재사용 유혹이 된다.

암페타민은 필로폰과 화학적으로 매우 비슷하지만 효과가 조금 약하다. 미국에서 주의가 산만한 아이들(ADHD)에게 처방되기도 한다. 필로폰과 마찬가지로 집중력을 향상시켜 주기 때문이다. 물론 적은 양으로 효과가 오래 지속되도록 알약 형태로 만들어 처방한다.

이런 현실은 필로폰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암페타민류 약품을 활용할 여지가 있고, 그러려면 주의 깊은 연구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마약과 중독성

마약의 문제점으로 흔히 중독성이 지적된다. 중독성은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핵심 논거이기도 하다. 헤로인, 코카인, 향정신성의약품들에는 실제로 중독성이 있다. 그러나 중독성과 그 위험은 과장돼 있다.

2007년 영국의 권위 있는 의학 저널 〈랜싯〉에 실린 한 논문은 주목할 만한 지적을 한다. 논문 저자들은 약물의 신체적 유해성, 의존성, 사회적 유해성에 관해 수십 명의 마약 전문가들에게 점수를 매기도록 했는데, 흔히 중독성을 뜻하는 의존성에서 담배를 능가하는 것은 헤로인과 코카인뿐이었다. 총평가에서도 술과 담배보다 더 해로운 약물은 소수였다.

물론 마약의 중독성은 가벼이 여길 문제는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매우 심각한 중독성을 경험한다. 약을 끊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워지고 끊으려면 도움이 필요하다. 다행히 금단 증상을 완화해 주는 약도 있고, 일부 마약은 치료를 잘 받으면 1년 안에 신체적 의존을 해결할 수 있다. 처벌이 아니라 치료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마약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스스로 마약 사용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은 아니다.

또 마약 사용자들 대부분에게 훨씬 큰 문제는 심리적 의존이다. 심리적 의존은 여러 요인들이 복잡하게 작용한 결과여서 사람마다 차이가 크고, 사회로부터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벗어나기가 어렵다. 금연 시도를 여러 차례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따라서 공포를 부추기고 처벌하는 방식으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뒤에서 좀 더 다루겠다.

마약 반대론자들은 마약에 중독되면 범죄를 저지른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2012년 연구보고서는 “마약류사범이 다른 범죄도 많이 저지른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고 지적한다.(《중독 인생 — 한국에서 마약하는 사람들》, 북콤마)

전체 살인범죄의 절반 가까이는 음주 상태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술이 각종 강력 범죄를 유발한다는 증거는 많지만, 그렇다고 음주를 금지하거나 처벌하지는 않는다.

요컨대 마약의 중독성은 심각하게 다뤄야 할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이유로 마약 사용자를 처벌하는 것은 옳지 않고 무엇보다 효과가 없다.

마약과의 전쟁, 무엇을 위해 누구와 싸우나?

정부는 1월 27일 각 부처 차관급이 참가하는 마약류대책협의회를 열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고, 사회적·경제적 폐해를 막기” 위해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자신이 보통 사람들의 고통을 가중시켜 항우울제에 의존해야 할 상황을 만들고 있다.

어쨌든 이런 명분을 앞세워 추진된 마약과의 전쟁은 국내에서든 해외에서든 성공한 적이 없다. 미국 등 선진국 정부들이 국내외에서 벌인 마약과의 전쟁은 대개 다른 경쟁 마약상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으로 끝났다. 권력과 결탁한 진정한 마약왕들은 처벌받지도 않았다.

마약과의 전쟁은 애당초 마약을 없애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미국 대통령 닉슨은 1960년대 공민권 운동과 흑인 운동을 공격하려고 ‘마약과의 전쟁’을 내세웠다. 1989년 조지 부시가 라틴아메리카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을 때도 그 목적은 동유럽 붕괴 이후 군비 지출을 유지할 명분을 만들고 애국심을 고취시키려는 것이었을 뿐이다.

한국에서도 박정희, 전두환 정권 시절에 대대적인 마약 근절 캠페인이 벌어진 바 있다. 사회 분위기를 경색시키고 경찰력 활용을 정당화하기 위한 캠페인이었다. 박정희의 경우 유신헌법 제정을 앞두고 대마초 파동을 터뜨렸다. 전두환은 쿠데타로 집권한 후 히로뽕 사건을 터트렸고 정권 위기 상황에서도 마약 단속을 이용했다.

또 마약과의 전쟁은 사람들 사이에 첩자를 심고, 함정 수사를 하고, 내부자 제보 획득을 명분으로 가혹한 심문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됐다. 이런 수사 방법은 정치적 반대자들에게도 자주 사용됐다.

마약과의 전쟁이 거듭 추진됐지만 마약 문제가 줄기는커녕 대마초와 필로폰 모두 사용량이 늘었다. 새로운 마약도 많이 생겼다.

경찰과 검찰은 마약을 근절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 마약 사용자들을 찾아낼 수 없기 때문에 그나마 실적을 채우려고 내부 고발에 의존한다. 그러다 보니 체포된 판매자는 구매자를 고발해 감형받고, 정작 구매자는 제공할 정보가 없어 실형을 받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진다. 마약왕들은 판매망 중 실적이 될 만한 선을 한두 개 제공하고 감형을 받는다. 극소수의 부자들은 마약을 구입하고 사용하고 치료받는 모든 과정에서 별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이게 현실이다.

마약 사용의 원인

경찰과 검찰, 심지어 군대를 동원해도 마약을 근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마약을 사용하는 이유가 현실의 고통에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사람들을 등골이 휘도록 쥐어짠다. 미국에서는 건설노동자가 마약성 진통제 과다 복용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평균보다 6배나 크다.

실업이나 빈곤은 정신적 고통을 낳는다. 무한 경쟁과 자존감 파괴, 지긋지긋한 일상과 무료함은 인간관계를 파괴하고 창의적 에너지를 고갈시킨다. 오늘날 항우울제 처방 통계를 보면 마약류 통계는 우스워 보이기까지 한다.

실업자나 취약계층만 그런 삶을 사는 게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계를 위해 자기 노동의 통제권을 다른 사람에게 판매해야 한다. 마르크스는 그로부터 생겨나는 효과를 소외라고 불렀다. 그의 말을 조금만 인용해 보겠다.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에서 스스로를 긍정하지 못하고 부정하며, 만족감이 아니라 불만족감을 느끼며, 육체적·정신적 에너지를 자유롭게 계발하지 못하고 자기 몸에 굴욕감을 느끼고 마음에 큰 상처를 받는다.”

이런 사회에서는 설사 그것이 몸과 정신을 황폐하게 만드는 것일지라도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들에 사람들이 이끌리게 된다. 그래서 자본주의가 계속되는 한 마약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마약은 소외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마약의 부작용이 크더라도 자본주의가 가하는 압박과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기에, 사람들은 도피처로서 마약에 계속 기대는 것이다.

마약을 범죄로 다뤄선 안 되는 이유

이런 상황에서 마약 사용을 범죄화하고 처벌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마약 사용자들은 사회적 낙인이 찍히고 직업 선택과 복지 혜택에서도 차별을 받는데 이는 체제의 희생자들을 더한층의 고통으로 내몰 뿐이다.

치료도 못 받고 감옥에 갇힌 마약 사용자들은 심한 고통을 겪을 뿐 아니라 그곳에서 새로운 마약 거래처를 만나게 된다. 정부는 마약사범이 다른 제소자들에게 마약을 판매할 우려가 있다며 마약사범들을 한 곳에 수감한다. 이런 상태에서 사회에 복귀했을 때 낙인이 찍혀 직업도 복지 혜택도 없다면 그들에게 선택지가 뭐가 있을까?

중독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처벌이 아니라 치료다. 그러나 마약 사용을 범죄로 취급하는 상황에서는 치료 지원이 제대로 될 수 없다. 예산 책정도 안 되고 누구나 기피하는 일이 된다. 현재 한국에서 마약 사용자가 언제든 찾아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은 사실상 두 곳뿐이고, 개인이 엄청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국가가 마약 사용자와 단순 소지자를 처벌하는 것에 반대하고 치료를 지원하라고 주장해야 한다. 마약 사용을 처벌하는 것은 문제를 음성화해 오히려 악화시킬 뿐이다. 대안을 위한 논의도 차단한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州)는 이번 달부터 헤로인, 코카인, 필로폰 등을 단순 소지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처벌하지 않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주정부는 “물질 오남용은 공중 보건 문제이지 형사 사법 문제가 아니다” 하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는 분명히 진일보한 정책이다. 그러나 몇 가지 조처들이 더 필요하다. 마약 사용자 보호 조치가 그런 것이다. 마약 사용으로 나타나는 문제 중에는 마약에 섞인 불순물이나 위생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필로폰 사용자의 치아 훼손이나 주사기 재사용에 따른 질병 감염이 그런 사례다. 그래서 일부 나라에서는 주사기를 무료로 교환해 주고 안전주사실을 설치해 위생적인 환경을 제공하기도 한다. 약물의 순도 검사를 해주기도 한다.

이에 더해 정부가 마약의 생산과 유통에 관한 안전 규제를 해야 한다. 그러면 비록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피해를 줄이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반면, 국가의 마약 단속은 진정한 범죄자들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을 처벌하고, 그들을 희생양 삼아 억압을 정당화하는 수단일 뿐이다.

사람들이 약물에 희생되는 것을 근절하려면 사회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이윤 축적 경쟁이 아니라 인간의 필요를 위해 운영되는 사회에서만 어떤 약물들은 영영 필요 없게 될 것이고, 약물을 인간에게 유용하게 사용할 가능성도 확대될 것이다.


시청자 전화 발언

[전화 발언1]

발제중에 대마초를 마약으로 분류하고 불법화하는 것의 부당함에 대한 내용이 있었는데 매우 공감이 된다. 관련해서 제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서 발언을 신청했다. 나는 10여 년 전 유학생 시절에 대마초를 여러 차례 피워봤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이 2가지 있다. 첫 번째로 대마초는 중독성이 매우 약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대마초 불법화하는 이유 중 하나가 노동규율과 관련 있다는 것이다.

나는 4년 차 금연 중이다. 그런데 요즘도 이따금 담배가 확 당길 때가 있다. 그리고 상시적으로 다이어트 중인데 편의점 지날 때마다 아이스크림도 엄청나게 당긴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 번도 대마초 피우고 싶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옆에서 누가 피우고 있고, 피우면 재밌으니까 피웠지, 특별한 어떤 열망을 느껴서 피운 게 아니었다. 내 말은 대마초의 중독성은 니코틴이나 설탕 등에 비해서 아주아주 적다는 얘기다.

그럼 왜 불법일까? 대마초를 피우면 노동을 할 수가 없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 대마초를 한두 모금 정도 피우면 나른하고 기분 좋은, 술을 먹고 순하게 취한 것과 같은 상태가 한 시간가량 지속되더라. 술과 비교해보면 그 가성비가 엄청난 것이다. 사장들은 자기가 정한 시간 장소에서 각 맞춰 일하면서 이윤을 만들어 주는 “용도”로만 노동자를 대한다. 그런데 너무나 쉽게 장시간 동안 자기의 일꾼에게서 빠릿빠릿한 긴장감을 빼앗고 나른한 휴식을 갖게 만드는, 즉, 노동력을 휘발시키는 대마초를 자본주의 지배자들은 용납하려 하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나는 가난한 유학생이었다. 그런데 내가 꼬박꼬박 알바비를 모았던 이유는 대마초를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1년에 한 번씩 한국이 돌아와서 사회변혁에 참여하는 동지들과 토론하고 한국에서 벌어지는 투쟁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대마초를 돈 주고 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대마초는 재미난 환각제이지만, 동지들과 열정적으로 대화하고 토론하며, 또 투쟁하면서 느끼던 희열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재미였을 뿐이다. 내가 하려는 말은 환각제나 마약 같은 것들은 이 부조리한 사회에 마음 둘 곳 없는 가엾은 사람들이 찾는 유희라는 것이고, 힘들 때 내 삶에 힘이 됐던 것은 환각제가 아니라 사회변혁을 위한 투쟁이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다.

[전화 발언 2]

나는 현직 약사인데, 통증이 심해 치료 목적으로 합법적인 처방을 받아서 마약류를 접하게 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그들은 남용하지도 않았고, 용량과 용법을 제대로 지켜서 먹었음에도 그 약에 쉽게 중독되기도 한다.

너무 아파서 약을 먹었는데, 구토나 환각 등 부작용 때문에 약을 끊었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찾아와서 다시 그 약을 다시 먹게 된다. 그럼 통증은 일시적으로 사라지지만, 다시 부작용이 찾아오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악순환되는 동안 약의 용량은 점점 늘어나게 된다. 이미 약에 중독된 것인데, 이런 환자들은 개인이 약을 끊겠다는 의지만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 약을 끊는 순간 더 심한 고통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약물 중독은 뇌의 구조와 기능이 변화되는 만성적인 뇌 질환이라고 한다. 즉 당뇨나 암과 같은 질병의 하나로 봐야지 성격장애, 도덕적 타락, 의지력 부족 등의 문제가 아니다. 처벌로는 중독을 치료할 수 없다.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은 치료하기 위해 치료 병원을 늘리고 실질적인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여러 종류의 마약류와 향정신성의약품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우울증약부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라고 불리우는 ADHD 치료제, 다이어트를 위한 식욕억제제, 수면제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장기간 복용시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내성이 생기고 의존성이 생기는 약이다. 그럼에도 이 약들을 병원에서 너무나 쉽게 처방 받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약들을 처방받는 “합법적인 마약”이라며 실제 마약 대체제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런 약들을 처방하고 먹는다고 처벌받지는 않는다.

정부는 자신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마약을 단속하고, 처벌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벌이는 마약과의 전쟁은 모순되고 실효성도 없는 정책일뿐 아니라 마약에 의존하게 되는 사람들을 진정으로 치료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전화 발언 3]

발제자가 마약과의 전쟁이 왜 헛수고인지 얘기해 주셨는데 정말 흥미롭게 들었다. 마약을 근절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윤석열 정부, 검찰 그리고 경찰이 마약과의 전쟁을 앞세우다가 벌어지게 된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서 전화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있던 이태원 핼러윈 기간 인파 관리 지침과 인력 배치가 올해 사라진 것은 경찰의 핼러윈 대책의 압도적 초점이 마약 단속으로 옮겨갔기 때문이었다. 윤석열은 취임 초부터 마약 범죄와 흉악 범죄의 피해를 부각시켰고, 참사 5일 전에도 윤석열은 국무총리에게 “마약과의 전쟁이 절실하다”며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런 강조점 속에서 참사 당일 경찰은 마약 단속에 집중했다. 서울경찰청장이 이 점을 국정조사장에서 인정하기도 했다. 경찰은 그날 이태원에 137명의 경찰이 배치됐었다고 하는데 이들이 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밝히지 못했다. 마약 수사를 위해 비밀스럽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여기저기 투입돼 있었을 수 있다.

159명이 사망한 이 끔찍한 참사를 겪고도 참사의 책임자들이 제대로 처벌되지 않고 있는 지금 마약과의 전쟁은 여전히 이용되고 있고, 심지어 검찰과 경찰은 참사 희생자들을 마약 범죄자로 몰려고 부검을 종용하기도 했다.

결국 이태원 참사를 통해서 윤석열 정부와 경찰, 검찰이 마약으로부터 사람들을 지켜주겠다고 했지만 그게 진짜 목적이 아니라는 것, 우리의 생명과 안전에 별 관심 없다는 걸 드러내 줬다고 본다. 마약과의 전쟁을 내세우는 윤석열에 맞서 싸워야만 한다는 생각이 발제를 들으면서 더 확실해졌다. 구체적이고 명료한 발제해 주셔서 감사하다. 잘 들었다.

[전화 발언 4]

나는 현대중공업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는 권준모라고 한다.

부르스 알렉산더의 행복한 쥐 실험이라는 게 있다. 이 실험은 쥐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마약을 제공했을 때 먹는지 확인하는 실험이었고, 이 실험에서 쥐는 마약을 거의 먹지 않았다고 한다.

비슷한 사례로 베트남 전쟁에서 많은 병사들이 마약을 이용했다고 한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약에 의존한 것이다. 이때 마약을 이용한 군인 중 전쟁이 끝난 뒤 일상으로 돌아와 마약을 지속적으로 이용한 사람은 소수였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보면 사람들이 왜 마약을 이용하는지 봐야 한다. 발제에서 말한 것처럼 삶이 너무나 고통스럽기 때문에 이것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 사람들이 마약을 찾는 것이다. 결국 환경이 중요한 것이다.

내가 일하는 현대 중공업은 지난 수년간 조선업 위기 속에서 아무런 잘못이 없는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구조조정을 했다. 이 시기에 많은 노동자들이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고통받았다.

결국 우리의 삶을 좋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자본주의 체제가 문제고 이 체제를 변화시켜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다중의 위기 속에서 노동자와 서민의 삶을 공격하고 있다. 여기에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맞서 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삶을 공격하고 있는 지배자들의 수장인 윤석열에 맞서 싸우는 것이 중요하고 매주 열리는 윤석열 퇴진 집회에 참여해 함께 투쟁하고 이 투쟁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 투쟁으로 노동계급이 자신감을 얻어 자본가에게 맞선 투쟁을 활발하게 일으키는 것이 지금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전화 발언 5]

미국에서 마약과의 전쟁은 흑인 청년들을 범죄자로 몰아 세계 최다 재소자를 양산했다. 윤석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면서 범죄 집단화하려는 대상 중에도 한국의 이주민, 특히 미등록 이주민이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미등록 이주민 정부합동단속을 재개하면서 그 명분 중 하나로 외국인 마약범죄를 꼽았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었는데, 그러면서 “외국인 밀집지역 등 우범지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외국인 밀집지역이 곧 우범지역이라고 암시하며 편견을 부추긴 것이다.

어떤 이주민을 외모만 보고 미등록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 않겠나. 사실상 모든 이주민이 의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주민은 인종차별적 정책들로 안 그래도 취약한 처지에 놓여 있다. 저임금, 높은 노동 강도, 내국인보다 훨씬 높은 산재율, 열악한 주거 환경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미등록 이주민은 건강보험이 없어 병원에 가기도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이주민이 마약을 사용하게 되는 건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연사가 말했듯이 이들도 처벌이 아니라 원하면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이주민을 차별하는 정책들을 폐지하고 이들의 처지를 개선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이주민을 잠재적 마약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정반대로 이주민의 처지를 더 악화시킨다.

예컨대 지난해 검찰총장은 공항과 항구를 담당하는 지방검찰청에 마약수사팀을 만들고 국경 통제를 강조했다. 국경 통제가 강화되면 미등록 이주민이나 난민이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더 위험한 방법이나 비싼 방법을 이용하게 된다.

미등록 이주민 단속이 강화되면 그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하고, 단속을 피하려 사용자에게 의존하게 되고, 그래서 더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받고, 외출조차 꺼리게 된다.

최근 법무부가 이민청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인구 감소 등에 대응해 이주민 유입을 일정하게 늘리면서, 동시에 이주민을 사용자와 국가의 필요에 맞게 통제하는 조처도 강화하려는 것이다.

마약과의 전쟁이 이런 데에 활용되면, 미국에서처럼 인종차별을 증폭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도 정부의 위선적인 마약과의 전쟁에 반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화 발언 6]

발제 잘 들었다. 발제에서도 잠깐 나온 원조 “마약과의 전쟁”, 미국의 마약과의 전쟁에 관해 보충하고자 전화했다. 이 사례를 보면 그 전쟁의 진정한 성격을 알 수 있다.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것은 미국 전 대통령 닉슨이었다. 닉슨에게 마약과의 전쟁은 계급 전쟁이었다. 닉슨 정부는 당시 청년들이 대마초를 사회적 격변의 상징으로 받아들인 것에 착목해, 중무장한 경찰을 풀어 흑표당 같은 급진적 흑인 운동과 흑인 동네를 공격했다.

1980년대 미국에서 ‘마약과의 전쟁’은 신자유주의에 신음하던 가난한 사람들을 억압하는 전쟁이 됐다. 일자리를 잃은 가난한 사람들이 마약 중독자로 몰려 감옥에 갇혔다.

그래서 미국의 수감자 수는 전세계의 4분의 1까지 치솟았고, 대부분은 유색인종이었다. 같은 마약 소지죄로 잡혀도, 가난한 흑인들은 백인 중산층보다 100배나 많은 징역형을 받았다.

억압 강화에 경찰력 강화는 필수로 뒤따랐다. 민주당 클린턴 정부와 오바마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빌미 삼아 군용 무기를 경찰에 공급했다. 그에 따라 경찰의 민간인 살해 건수가 폭증했다.

미국의 마약과의 전쟁은 미국 제국주의와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었다. 1980년대 레이건 정부는 베트남 증후군을 극복하려 하던 와중에, 남미의 반미 세력들을 마약 테러범이라고 몰아 남미 개입을 강화했다.

이 과정은 위선과 폭력으로 점철돼 있었다. 일례로 미국은 당시 니카라과의 산디니스타 정부를 상대로 마약과의 전쟁을 벌인다고 했는데, 그러면서 뒤로는 진짜 마약상이던 우익 반군들을 배후 지원해 우익 쿠데타를 일으켰다.

1980년대 마약과의 전쟁이 반공주의, 남미 개입과 연결됐다면, 21세기 마약과의 전쟁은 테러와의 전쟁과 연결됐다. 미국이 아프간을 20년 간 점령한 명분 중 하나도 마약 전쟁이었다.

이렇듯 미국의 마약과의 전쟁은, 마약은 명분일 뿐 본질은 계급 전쟁이고 제국주의적 개입이었다. 그리고 미국을 본받아 마약과의 전쟁을 내건 다른 많은 나라들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행동했다. 윤석열도 그런 사례들과 전혀 다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