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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주민등록증 도입 중단하라

최근 행정자치부는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지문과 주민등록번호를 IC칩에 저장하는 새 주민등록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1995년과 1998년 도입하려다 반발에 부딪혀 실패한 전자주민등록증을 다시 도입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조를 막는다며 1999년부터 발급한 현 주민등록증도 위조를 막지 못했고, 오히려 이전보다 더 많은 위조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전자주민등록증에는 단순한 신분 확인 정보만이 아니라 주민등록 등·초본, 출입국 기록, 건강보험증, 교통카드, 금융카드와 연계된 정보까지 담을 계획이다. 그리 되면, 이제 사람들의 은행 기록, 버스·지하철 이용 기록, 병원 이용 기록, 인터넷 사용 기록 등 신분증을 이용한 행위를 할 때마다 언제 어디서든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고, 행정자치부가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에 그 모든 정보가 집적돼 활용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 묘사된 사회가 아닌가?

모든 종류의 개인확인번호가 그렇듯 주민등록번호와 주민등록증은 사회적 억압과 감시를 강화하는 것이다. 1968년에 박정희 정권이 ‘간첩’을 잡는다는 목적으로 주민등록증을 발급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사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사회보장번호나 운전면허 등으로 개인 신분증을 대신하고 있지,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처럼 일률적인 개인확인번호 제도를 갖고 있는 나라는 없다.

1970∼80년대 전자주민카드나 개인번호 확인 시스템을 추진했던 프랑스·독일·오스트레일리아·네덜란드 등의 나라에서도 대중적인 저항에 부딪혀 이런 계획을 포기해야만 했다.

포르투갈의 경우, 혁명적 분위기가 사회를 압도하던 1975년에 개정된 헌법에 “시민은 모든 목적의 국가적 확인 번호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됨으로써 우리 나라와 같은 주민등록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한국의 진보적 대중 운동도 시민적·정치적 자유의 확보를 위해 전자주민등록증 도입과 주민등록제도에 반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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