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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연금 개악에 맞서 역사적인 저항이 벌어지다
거대한 운동의 향방을 결정짓기 위한 싸움

3월 7일 파리에서만 70만 명이 행진했다 ⓒ출처 Force Ouvriere (플리커)

프랑스 노동자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는 운동에 어떻게 발동을 걸 수 있는지를 보여 주고 있으며, 그 안에서 파업을 확대하고 파업의 향방을 자기 손으로 결정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 이들이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을 확실하게 패배시킨다면 유럽 전역과 그 너머에서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

시위 규모는 그냥 큰 정도가 아니라 역사적이다. 위대한 1968년 항쟁 이래로 분명 최대다.

아직 사회적 위기가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고 파업과 점거가 훨씬 더 제한적이지만, 거리 시위의 규모는 혁명적 상황이었던 1936년의 시위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다.

프랑스노동총동맹(CGT)은 6차 전국 행동의 날인 3월 7일에 파리에서 행진한 70만 명을 비롯해 프랑스 전역에서 약 350만 명이 행진했다고 밝혔다.

마르세유에서는 약 25만 명이 행진했고 툴루즈에서는 12만 명이 시위를 벌였다. 보르도에서는 10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정부의 공식 집계로도 전국의 시위 참가자가 수는 ‘겨우’ 128만 명에 달해 신기록을 경신했다.

모든 시위에서 분노와 투지가 가득했다. 그저 상징적인 집회나 얌전한 걷기대회같은 행진이 아니었다. 파리 시위에 참가한 병원 기술자 알랭 브랑은 이렇게 전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마크롱을 대통령궁에 들인 이유가 무엇인가요? 대선에서 파시스트 후보와 붙었고, 결선 투표를 앞둔 4주 동안 극우의 위험성과 ‘공화국 수호’에 관해 떠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더니 마크롱은 다시 기업주들의 대통령이 됐습니다. 모든 여론조사 결과가 연금 개혁 반대 여론을 보여 줍니다. 수백만 명이 거듭해서 거리로 나옵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부자들이 떼돈을 번 것을 모두가 아는데도, 우리가 더 오래 일해야 한다는 겁니다.”

3월 7일 시위의 후속 행동으로서 3월 11일 100만 명이 행진을 벌였다. 3월 15일에도 대규모 시위와 파업 일정이 추가로 잡혔다.

“빚 지는 것이 아니라 공부가 하고 싶어요” 연금 개악에 반대하는 청년 학생들 ⓒ출처 Photothèque Rouge

인기 없는

여론조사에서는 67퍼센트가 마크롱에 맞선 파업·휴업을 지지했다. 약 65퍼센트는 무기한 파업을 지지하고, 52퍼센트는 노란 조끼 운동과 같은 전 사회적 항의 운동을 바란다.

프랑스 국가는 원성이 자자한 조처를 강행하다 대중의 반대에 직면하자 권위주의적 강경 대응을 장려하고 승인하고 있다. 경찰은 시위대의 주변부를 최루 가스와 곤봉으로 공격하고 체포했다. 프랑스-독일 국경 도시 스트라스부르 인근의 수문을 봉쇄해 라인강 상당 부분의 항행을 중단시킨 시위대도 폭력 진압했다. 중무장한 시위 진압 경찰이 파리 등의 도시에서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중등학교 학생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항도 있다. 3월 7일, 프랑스 학생들은 탄압에 굴하지 않고 중등학교 300곳과 여러 대학교를 봉쇄했다. 마르세유의 시위대는 행진에 참가하려는 경찰노조 대열에 “발사체”를 쐈다.

정부는 선거에서 타격을 입을 것을 각오하고 대규모 시위를 무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파업에 대처하는 것은 훨씬 어렵다.

3월 7일의 행동은 사실상 총파업이었다. 거의 모든 철도 운행과 대부분의 파리 대중교통이 멈췄다. 노동조합들은 프랑스 교사의 60퍼센트가 파업했다고 밝혔다.

파업 노동자들이 프랑스에 있는 모든 정유소의 정문을 봉쇄했다. 에너지 부문에서 대체인력 투입 저지 행동이 대규모로 벌어졌다.

프랑스 북부 포르모르 항의 입구를 봉쇄하며 파업 중인 항만 노동자들 ⓒ출처 CGT

봉쇄

파리의 폐기물 수거 노동자들이 “신호탄이 울리기도 전에” 하루 일찍 파업을 시작해, 거리에 쓰레기가 엄청나게 쌓이고 있다.

노동자들은 항구 도시 르아브르의 공단을 봉쇄해 공장 가동을 멈췄다.

3월 8일 노동자들은 전날의 성공적인 시위와 세계 여성의 날을 기한 시위들에 고무돼 이른 아침부터 대규모 피켓 라인[대체인력 투입 저지선]을 치고, 회전교차로를 점거하고, 지역 수준에서 시위를 벌였다.

철도 등 대중교통, 정유, 폐기물 수거, 에너지 등의 부문에서 무기한 파업이 시작됐다. 출하를 앞둔 석유가 며칠 동안 정유소를 떠나지 못했다. 일주일에 걸쳐 프랑스에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4곳 중 3곳에서 파업이 벌어졌다.

〈르몽드〉 신문에 따르면 에너지 부문 파업으로 인해 3월 7일 발전량이 1만 5000 메가와트 감소했다. 핵반응로 15개의 발전량에 맞먹는 양이다. 다른 날들에도 파업으로 인해 발전량이 5000메가와트 감소했다. 파업 노동자들은 [연금 개혁을 주관하는] 노동부 장관 올리비에 뒤솝트의 [고향이자 뒤솝트가 2007년부터 15년 동안 시장을 지낸] 아노네시(市)에 대한 전력 공급을 차단했다. 3월 9일에는 스타드 드 프랑스 축구경기장과 내년 7월 올림픽을 준비 중인 올림픽 선수촌 부지에 대한 전력 공급도 차단했다.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주요 도시의 대중교통 부문에서 파업이 계속됐다. 파리 북부역, 르아브르, 툴루즈의 철도 노동자들과 파리 르부르제공항 노동자들이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더해 가스 부문도 3월 8일부터 파업을 시작했다. 프랑스 최대 가스 저장고가 있는 구르네쉬르아롱드에서는 노동자 다섯 중 네 명 꼴로 일손을 놓았다가, 몇 시간 후 가스 공급을 재개했다. 이곳 노동자이자 CGT 가스 부문 전국 대의원인 프레데리크 벤은 이것이 “정부에 대한 경고”라고 말했다.

벤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장기전을 벌이고 있고, 그에 따라 조직을 해 왔습니다. 우리는 책임감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가스 공급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작지만 의미 있는 주도성이 발휘되기도 했다. 루아르 지방의 금속 노동자들은 격일로 두 시간씩 파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금속가공 공장 오베르듀발의 노동자들은 지난주에 매일 2~3시간 파업을 벌였다. 프랑스 남부 아리에주에 있는 프랙세어의 화학 노동자들은 매일 수 시간 파업을 벌였다.

노동자들의 자주적 행동이 중요하다

마크롱이 패배를 모면하기 위해 걸 수 있는 최선의 희망은 노동조합 지도자들에 있다.

이들은 영국의 노조 지도자들보다 훨씬 더 좌파적 언사를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승리에 필요한 무기한 전면 파업을 추진하지 않는다.

집중 행동의 날은 띄엄띄엄 잡히고 새 법안이라는 단일 쟁점에 협소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가장 전투적인 부위가 새로운 세력을 동참시키지 못한 채 지쳐 나가떨어질 수 있다.

투쟁 초기에 노동조합 연맹들의 단결은 대규모 시위를 조직하는 데에 도움이 됐다. 가장 크지만 보수적인 축에 드는 노동조합인 프랑스민주노동자총연맹(CFDT)의 지도자들은 아래로부터의 압력에 직면해 3월 7일 시위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촉구했다. 그 덕분에 시위 참가자 수가 늘었다.

그러나 이 단결이 CFDT 지도자 로랑 베르제가 원하는 것에 운동을 종속시키는 것을 뜻한다면, 그것은 장애물이된다[베르제는 3월 7일 시위에 조합원 참가를 호소하면서, 이것이 무기한 파업이나 총파업 호소는 아니라고 못박았다]. 베르제보다 더 전투적 언사를 말하는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베르제를 자신들의 실패를 덮을 핑계로 삼는다.

기층 조합원 네트워크와 파업위원회가 성장하고 있다. 노동조합 관료들이 이들을 질식시키는가, 아니면 이들이 그 전에 파업의 주도권을 장악하는가를 두고 레이스가 벌어지고 있다.

기층 수준에서 결집한 노동자들은 연금 수령 연령 상향에 반대할 뿐 아니라, 연금 수령 연령을 더 낮추고, 임금을 올리고, 불안정한 노동 계약을 철폐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런 요구를 받아 안고 싸우는 것이야말로 운동을 성장시키는 방법이다. 르아브르에서 파업 노동자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파업 노동자 마르탱은 이렇게 말했다. “3월 7일에 여러 부문과 공장에서 온 노동자들이 참가하는 파업 노동자 총회가 열려, 지역 수준에서 시위와 파업을 연장하는 것에 관해 논의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더 많은 사람들을 행동에 끌어들여야 합니다. 투쟁에 흠뻑 뛰어들지 않은 작업장의 노동자들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또, 이미 파업 중인 이들을 지원하려는 시도에 가능한 한 많이 동참해야 합니다.

“3월 7일 시위에 4만 5000명이 참가했습니다. 다음 날인 8일에는 오전 4시 30분부터 폐기물 수거 트럭 차고를 봉쇄하는 행동을 벌였습니다.

“아침 10시 반에는 투쟁을 조직했다는 이유로 징계 예비 심의에 소환되고 최악의 경우 해고까지 당하게 생긴 한 동지를 지원하러 갔습니다.

투쟁 본부

“오후 6시엔 세계 여성의 날 시위가 있었습니다. 그 다음 날 우리는 대학에서 학생들과 함께 시위를 벌였습니다.”

보르도 인근의 에네디스 배전망 노동자들은 “투쟁 본부”를 세웠다.

이 본부의 설립 취지는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모여서 시위를 넘어선 행동에 관해 의논하고 경제에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이 노동자들은 “전기가 끊긴 취약 계층과 요양원·병원에 대한 무료 전기 공급”을 조직하고 있기도 하다.

마크롱은 연금 개악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 그는 반란에 나선 노동자들과 불만족스러운 타협을 한 또 다른 대통령으로 [지배자들에게] 기억되지 않으려 한다.

인종차별 반대 단체들도 3월 7일 연금 개악 반대 시위의 일부였다 ⓒ출처 Marche des solidarités

파업은 파시스트를 약화시킨다

파업은 정치적 물음을 제기한다. 파업이 국민연합(RN) 파시스트에 대한 지지를 일거에 무너뜨릴 수는 없겠지만, 파업은 그 지지를 약화시킬 기회를 연다.

누군가가 말했듯 국민연합 지도자 마린 르펜은 투쟁이 시작된 이래 “잠수함이라도 탄 듯하다.” 이는 르펜이 거리에 나온 수많은 사람들과 단절되거나 마크롱과 같은 편에 서고 싶지도 않지만, 결국은 기업주들을 섬기기 때문이다.

르펜은 당혹감 속에 침묵하고 있다. 한편 국민연합의 새 당대표 조르당 바르델라는 “나라를 마비”시키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면서 “주유소 앞에 늘어선 끝없는 줄”에 관해 한탄한다.

파업 노동자들은 국민연합이 노동자들의 친구가 아니고, 분열이 적들에게 이로울 뿐임을 깨닫기 시작할 수 있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거리 행진에 의식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여기에 도움이 된다.

인종차별 반대 단체 ‘연대의 행진’은 주요 시위들에 참가했다.

지난주 ‘연대의 행진’은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우리는 승리할 수 있습니다. 함께 하면 우리는 이 정부와 정부의 논리 일체에 맞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연금 개악과 프랑스 내무장관 다르마냉의 반(反)이민법, 무단 점유 금지법[집이 없어서 빈집에 들어가 지내는 사람들을 최대 징역 3년형에 처할 수 있게 하는 법]에 모두 반대합니다. 마크롱과 마크롱의 세상에 반대합시다! 연대, 자유, 평등, 모두를 위한 완전한 권리를 위하여!”

연금 개악 반대 파업과 세계 여성의 날 시위가 결합됨으로써 여성의 권리와 여성 노동자들의 요구를 받아 안고 싸우는 것에 대한 훨씬 더 지속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었다.

현재 의회 내 주요 좌파 세력은 장뤽 멜랑숑이 주도하는 신(新)생태사회민중연합(NUPES, 이하 뉘프)이다. 뉘프는 국회와 거리 모두에서 마크롱의 법안에 반대하는 행동을 지지했다.

그러나 멜랑숑은 노동자가 아니라 “민중”이 결정적인 행위자라고 말한다. 여기에는 계급적 초점을 희석시키는 함의가 있다. 특히 멜랑숑은 노동자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의제

뉘프의 일부인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는 노동조합 지도자들과 충돌했다. LFI가 더 넓은 운동과 단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의제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는 주류 노조 지도자들보다 더 전투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현재 혁명가들이 성장할 뚜렷한 기회가 있다. 이미 기층 노동자들의 회합에서 생산이 어떻게 이뤄지고, 어떻게 생산해야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언론 보도는 연금 개악이 가져올 결과에 관한 노동자들의 절절한 성토로 가득하다. 노동자들은 고된 노동 때문에 이미 50대에 관절염, 인대 파열,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말한다. 지금도 연금 수령 연령까지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승리해야 하는 이유다.

거리 시위와 파업은 의회를 넘어설 수 있다

마크롱 정부는 의회에서 연금 개악을 서둘러서 저항을 극복하려 한다. 개악을 일단 통과시키면 저항이 점차 사그라들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지난주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행진하던 시점에, 프랑스 상원은 가장 파장이 큰 조항을 논의하고 있었다. 연금 수령 연령을 2년 늦추는 조항이다. 그날 저녁 상원은 이 조항을 201 대 115로 통과시켰다.

3월 12일 상원은 개악안 전체를 통과시켰다.

빠르면 3월 16일, 늦어도 3월 26일까지는 최종 표결이 이뤄질 것이다. 마크롱과 그의 부하들은 승리를 확신하지 못한 나머지 철저하게 비민주적인 헌법 49조 3항을 발동할 수도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의회가 정부 불신임을 통과시키지 않는 한 법안이 통과되게 된다.[16일 오후 마크롱은 그 조항을 발동했다.]

그러나 이런 공식 절차 때문에 투쟁을 끝내야 할 이유는 없다. 2006년 2월에 프랑스 정부는 최초고용계약법(CPE)을 통과시켰다. 당시 프랑스 정부는 청년 고용을 늘리려면 청년의 권리를 박탈해야 한다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적 주장을 내세우며 그 법을 도입했다.

그 법은 고용주가 아무런 사유 없이 26세 미만의 직원을 해고할 수 있게 했다. 그래서 그 법이 통과하자 대규모 시위와 파업이 벌어졌다. 결국 입법 두 달 만인 4월에 당시 총리 도미니크 드 빌팽은 CPE 시행을 위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당시 〈소셜리스트 워커〉는 이렇게 보도했다. “최초고용계약법은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공세의 상징이 됐다. 이 법이 좌절됨으로써 프랑스 지배계급의 계획이 역풍을 맞았고 유럽 전역의 다른 지배층이 충격을 받았다.”

거리 시위와 파업으로 의회가 한 일을 뒤집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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