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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연금 개악 반대 투쟁:
마크롱의 민주주의 유린에 거리가 분노로 들끓다

툴루즈 거리 시위 모습 ⓒ출처 〈소셜리스트 워커〉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이 연금 개악을 의회 투표 없이 강행한 후 3월 16일 밤 시위가 프랑스 곳곳을 휩쓸었다. 마크롱은 [의회 승인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헌법 49조 3항의 권한을 이용해 연금 수령 연령을 2년 늦추는 조처를 통과시켰다.

며칠 안에 정부 불신임 투표가 벌어지지 않으면 이 조처는 법제화된다. 이런 필사적이고 권위주의적 조처로 정치적·사회적 위기가 커질 것이다. 그리고 이는 지난 두 달 동안 대규모 파업과 시위가 벌어지기 시작한 이래 운동이 직면한 최대 시험대가 될 것이다.

마크롱 정부의 총리 엘리자베트 보른은 이 개정 법안에 대한 하원 과반의 지지가 없다고 인정했다. 보른은 이렇게 말했다. “오늘 우리는 표 몇 개에 휘둘리는 불안정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연금의 미래를 두고 도박을 벌일 수는 없다. 이번 개혁은 필요하다.”

이 결정은 엄청난 반발을 사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프랑스인 82퍼센트는 이 문제를 두고 헌법 49조 3항을 발동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여긴다. 보른의 연설 후, 파리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대가 운집했다. 시간이 갈수록 파리 콩코르드 광장은 시위대로 가득 채워졌다.

해가 지자 경찰은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시위대는 보도에서 도로 포장용 자갈을 뜯어내 경찰에게 던졌다. 경찰은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쏘며 시위 참가자들을 광장 주변 거리로 내몰았다.

시위 참가자 몇몇은 공사장 울타리에서 뜯어낸 목재와, 파리의 폐기물 수거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시내 곳곳에 대거 쌓여 있던 쓰레기 더미에 불을 질렀다.

이번 의회 표결 우회 결정으로 가뜩이나 마크롱에 분노해 있던 많은 사람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다. 보르도에서 시위에 참가한 귀스타브 에펠 고등학교 수학 교사 프랑크 마살은 헌법 49조 3항 발동이 “독재의 한 형태”라고 말했다.

활동가들은 릴, 툴루즈, 르망, 브레스트, 루앙, 마르세유, 스트라스부르, 그르노블, 리옹, 로리앙, 클레르몽페랑 등에서 시위를 선포했다. 노동조합원들이 단호하고 인상적인 시위를 벌인 곳도 있었는데, 그 중 다수는 무기한 파업 중이었다.

분노와 투지가 두드러지게 높은 곳도 있었다. “우리는 노란 조끼 운동을 재탄생시키고 있습니다.” 스트라스부르 시위 참가자 한 명이 2018년 시작된 전투적 운동을 들며 한 말이다.

이미 의회 표결 전부터 투지는 높아지고 있었다. 3월 16일 프랑스 북서부 도시 렌의 주요 교차로와 도시 진입로가 모두 봉쇄됐다. 보르도에서는 노동자들과 지지자들이 발전소로 밀고 들어가 [기업들에 대한] 전력 공급을 끊어 버렸다. 이 때문에 다쏘·탈레스·소거마 같은 기업들과 메리냑공항이 타격을 입었다.

마크롱은, 프랑스 역사상 최대 시위일 수도 있는 3월 7일 행동을 비롯한 여덟 차례의 전국적 하루 행동이 있었음에도 타협을 거부했다.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이때까지 시위를 의회 일정에 종속시켜 왔지만, 이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들은 협상을 바라고, 요구하고, 애걸했다. 마크롱이 그들의 얼굴에 침을 뱉은 격이다.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이제 “이번 주말 지역별 노동조합 집회와 3월 23일 대규모 파업·시위의 날”을 비롯한 “차분하고 단호한 행동”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충분치 않을 것이다.

최근에 우파 신문 〈로피니옹〉은, 마크롱이 연금 공격을 철회하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마크롱의 친척들에게 물었다. 한 명은 이렇게 답변했다. “파리가 불타야죠.” 그는 이에 더해 시위 참가자 한 명이 목숨을 잃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친척은 이렇게 답했다. “경제적 충격을 줄 무기한 총파업이 벌어져야죠.”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미적거리고 있지만, 대중교통 노동자들, 파리의 쓰레기 수거 노동자들, 핵발전소 노동자들, 화학 부문 노동자들, 정유소 노동자들을 비롯한 몇몇 다른 부문 노동자들은 아직도 파업 중이다.

이 파업들이 더 확산되고 임금 같은 다른 보편적인 쟁점도 제기하는 것이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이 파업들이 노란 조끼 운동과 같은 거리 시위와 봉쇄 등과 결합돼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마크롱을 끝장내고 더 많은 전진의 길을 열 대승을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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