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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찰위성 발사는 한미일 협력 강화에 대한 반발

5월 31일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실은 로켓을 발사했다. 이 로켓은 얼마 안 가 서해에 추락했다. 북한 당국도 실패를 인정했고 조만간 다시 발사하겠다고 했다.

남측에서는 경보 소동이 일어났다. 당일 오전 경계경보를 발령한 서울시의 ‘위급재난문자’ 때문이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지난해 무인기 소동에 이어 윤석열 정부의 ‘안보 무능’을 비판했다.

그러나 경계 ‘오발령’ 소동은 윤석열 정부의 안보 강화 추세와 관련 있다.

북한의 위성 발사 모습··일의 북한 위성 발사 비난은 위선적 ‘내로남불’ ⓒ출처 조선중앙통신

북한 당국이 위성 발사를 예고하자, 즉시 정부는 “응분의 대가와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을러댔다. 그러면서 정부는 경계 태세를 높이고 긴장 분위기를 키웠다.

서울시장 오세훈이 “안전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고 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대응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한 데서 정부 내 분위기가 보인다.

한·미·일 당국은 위성 발사를 앞두고 대북 군사 압박 강도를 높였다. 5월 25일 한미 양국은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합동 화력 격멸 훈련을 시작했다. 이 훈련은 6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일본 정부는 북한 로켓이 자국 영역에 낙하하면 파괴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오키나와와 동중국해에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이지스함을 배치해 놓았다.

한·미·일이 북한의 위성발사를 비난하는 것은 위선적이기도 하다. 바로 엿새 전(5월 25일)에 한국도 위성을 실은 로켓 ‘누리호’를 발사했다.

북한의 로켓과 마찬가지로, 누리호의 핵심 기술은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쓰일 수 있다. 그뿐 아니라 한국 정부는 자체 개발한 로켓에 군사 위성을 실어 발사하는 계획을 추진하는 중이다.

그런데도 한·미·일은 북한 위성 발사가 “불법 행위”라고 비난하는 것이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한·미·일 당국은 북한 위성 발사를 계기로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한반도와 그 주변에 긴장만 더 키울 것이다.

내로남불

북한 당국은 조만간 위성 발사를 다시 시도할 듯하다. 6월 1일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이 “머지않아 우주궤도에 정확히 진입하여 임무 수행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왜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려 할까? 5월 30일 리병철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위성 발사 계획을 밝히며 발표한 입장을 보면, 북한이 주변 안보 상황에 상당한 위기감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북한을 향한 위협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상시 배치·대비 수준으로 격상된 미 핵전략공격수단들의 한반도 전개,” “규모와 기간에서 역대 최대로 확장된 한미연합훈련들,” “사상 유례없는 수준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중 정탐 행위” 등.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워싱턴 선언’을 발표해 ‘확장억제’ 강화를 공식화했다. 한미 양국은 핵협의그룹(NCG)을 설립하고, 미국 핵무기를 한국에 더 빈번하고 정례적으로 들이기로 합의했다.

한미 핵협의그룹은 장차 한미일 확장억제협의체로 발전할 수 있다. 그리고 핵미사일을 갖춘 미국 전략핵잠수함이 조만간 한국에 기항할 예정이다.

또, 한·미·일은 북한 미사일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한·미·일은 북핵 ‘위협’을 명분으로 안보 협력과 미군 핵전력 배치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3국의 안보 협력 강화로 북한뿐 아니라 중국도 겨냥하고 있다. 중국이 이를 ‘아시아판 나토’라고 비난하고 경계하는 까닭이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는 유사시 대북 선제 타격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의 움직임도 중요하다. 일본 기시다 정부는 2027년까지 국방비를 2022년의 2배로 늘리기로 하고, 선제 타격 능력 보유에 집중하고 있다. 일례로 일본은 자국이 보유한 ‘12식 미사일’을 개량해 사거리를 늘릴 예정인데, 그렇게 되면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까지 타격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이 긴장을 높이며 북한을 압박해 왔다. 북한 당국은 미국의 포위와 압박·제재에 맞서 핵과 미사일 능력을 강화하는 중이다. 그리고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성공시켜서 자신들이 현 상황에 대응할 수단이 있음을 분명히 보여 주려 한다.

돌발

북한 위성 발사 시도 후 윤석열 정부는 다시 한·미·일 안보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확장억제와 연합훈련 강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접경지에서 대북 심리전도 재개하려 한다.

그러나 이런 선택은 결국 긴장을 높일 뿐이다. 이렇게 긴장이 쌓이면 상황이 돌발적으로 악화될 수 있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날, 서해 백령도에서는 공습 경보가 울렸다. 백령도의 한 이장은 이 경보를 듣고 “연평해전이나 대청해전 이런 게 다시 일어나는가 보다”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아무 일 없었다. 하지만 한·미·일의 위험한 행보는 다음에 진짜 충돌이 일어나게 만들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