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를 위해서는 실질적인 파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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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주요 노조들이 오는 28일 최초고용계약법
노조 지도자들의 이번 파업 호소는 큰 의미가 있다. 그것은 그저 또 한 차례 대규모 시위를 조직하겠다는 식의 계획보다는 운동에 훨씬 더 나은 가능성을 제공한다.
또, 이미 몇 차례의 대규모 동원을 경험한 청년·학생들에게 새로운 기대감과 목표를 주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이 파업 호소를 경시하거나 폄하하며 ‘신 포도’ 취급해서는 결코 안 된다. 1968년에 학생 투쟁의 바통을 이어받은 총파업 운동도 처음에는 하루 파업으로 시작됐다. 노조 지도자들의 ‘신중함’은 바로 운동이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에 대한 경계 때문이다.
따라서, 28일 파업은 운동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듯하다. 그러나, 문제는 파업이 얼마나 실질적이고 강력하게 조직되느냐 하는 것이다.
아쉽게도 노조 지도자들은 이 점을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
애초 노조 지도자들은 정부가 CPE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총파업을 벌일 수 있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지금 노조 지도자들은 파업 방침을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계획과 수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특히 민간부문의 파업 참가 여부가 불투명한데, 일부 노조 지도자들은 “유연한 작업 거부”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파업 시점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쉽다. 대학 점거를 조직하고 있는 전국학생조정위원회는 지난 11일부터 23일을 하루 파업과 도심 행진의 날로 삼자고 호소해 왔다
따라서, 정부는 파업까지 남은 시간을 이용해 최대한 운동의 예봉을 꺾으려 할 것이다. 예컨대, 노조가 파업 계획을 발표한 바로 그 날, 프랑스 남동부의 한 법원은 그르노블 시내 학교의 폐쇄를 중지하라고 명령하면서 관내 3개 대학을 점거하는 학생들에게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판결했다.
시험과 봄방학이 임박했다는 점을 이용해 학생들을 분열시키고 점거 농성자들을 공격하려 할 수도 있다.
다른 한편, 정부가 부분적인 양보 조치를 내놓을 수도 있다. 예컨대, 노조의 파업 계획 발표 이후, 자유로운 해고가 가능한 기간을 현재 법안의 2년에서 다소 줄이는 등의 수정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예정된 파업 날짜가 다가와도 여전히 운동이 건재하다면, 정부는 노조 지도자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행동을 지연시키며 시간을 벌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과 약점에도 불구하고, 노조 지도부의 공식 파업 호소는 노조 지도자들이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고, 무엇보다 기층 노동자들의 투쟁 염원이 상당함을 보여 준다.
따라서 좌파 활동가들이 이 기회
동시에 거리 동원과 점거가 계속돼야 한다. 노동자들이 참가할 예정인 23일 시위가 중요할 것이고, 23일과 28일 사이에도 대중 동원의 흐름을 이어나가야 한다. 지난 18일 시위에서 경찰 폭력으로 크게 다친 한 노동자의 상태가 이 기간에 주요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드 빌팽과 그를 지지하는 프랑스 지배자들은 CPE를 둘러싼 싸움의 판돈이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어지간한 투쟁으로는 물러서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 맞서는 운동 역시 매우 강력하고, 이 때문에 지배자들 사이에 조금씩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강력한 파업은 이러한 균열을 심화시키고 투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가게 할 디딤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