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같은 제목으로 10월 11일에 열린 노동자연대 온라인 토론회(영상 보기)의 발제문이다.


많은 분들이 팔레스타인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계실 것입니다.

10월 7일 팔레스타인 저항 단체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뒤, 이스라엘 정부는 일분 일초도 쉬지 않고 가자지구에 공격을 퍼붓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서방 5개국은 하마스를 규탄하고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미국은 항공모함을 급파하고 신속한 무기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저항에 대한 연대도 시작되고 있습니다. 주변국인 이집트와 요르단 등지에서 팔레스타인의 저항에 고무된 사람들이 연대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학생 단체들은 이스라엘 규탄 성명서를 발표해 미국 정계를 발칵 뒤집어 놨습니다.

오늘 제 발제에서는 이번 공격의 배경과 맥락, 파장을 살펴보려 합니다. 그러면서 하마스의 공격이 민간인 사상자를 낳아 문제라거나, 대규모 반격만 부를 뿐이라는 등 이번 사태를 둘러싼 논쟁도 다루겠습니다. 또,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도 살펴보겠습니다.

진공 속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이스라엘을 두둔하는 많은 정부들과 언론은 이스라엘 민간인들이 입은 피해를 부각시키지만 하마스 공격의 대의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습니다.

어떤 행동이나 사건의 의미는 더 큰 맥락 속에서 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하버드대 학생들의 성명서가 지적했듯 이 사건은 “진공 속에서 벌어진 일이 아닙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수십 년간 계속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과 인종청소, 점령이 낳은 결과입니다.

이 그래프는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로 인한 사상자를 나타낸 것입니다. 이를 보면 그동안 팔레스타인인들이 비할 바 없이 훨씬 더 많이 죽고 다쳤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순한 수치 비교 이면을 봐야 합니다. 이 비극이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엄청난 폭력이 오랜 기간 체계적으로 이어져 온 결과임을 알아야 합니다.

이스라엘: 원주민을 내쫓고 세운 강탈국가

이런 거대한 체계적 폭력은 어디서 비롯한 것일까요? 이스라엘이라는 국가 자체의 성격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시온주의 프로젝트의 산물입니다. 시온주의는 유대인의 단일 민족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 정치 운동입니다. 19세기 유럽의 유대인 박해와 학살에 대한 반응의 하나로 나타난 시온주의 운동은 유대인만의 국가를 건설해 이른바 ‘유대인 문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시온주의자들이 국가를 건설하려 한 팔레스타인 땅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살고 있던 원주민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온주의자들은 서구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지원을 받아 원주민들을 몰아내려 했습니다.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시온주의자들을 지원했습니다. 중동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지켜 줄 경비견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영국이,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에는 미국이 시온주의자들을 지원했습니다.

그렇게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됐습니다.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은 대대로 살아 온 집과 마을에서 쫓겨나고 학살당했습니다. 무려 80만 명에 이르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난민이 돼 이스라엘 내부와 인근 나라들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를 ‘나크바’, 즉 대재앙이라고 부릅니다.

그후 75년간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의 역사는 이스라엘의 체계적 인종 청소의 역사였습니다.

이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끈질긴 저항을 낳았습니다. 이스라엘은 또한 중동 일대에서 서방 제국주의의 이익에 도전하는 모든 움직임을 짓밟는 데 앞장섰습니다. 그래서 팔레스타인 문제는 중동 전체에서 대중적 분노의 초점이 되곤 했습니다.

오슬로협정과 환멸, 하마스의 성장

현재까지 이스라엘이 직면했던 가장 큰 도전은 제1차 인티파다, 즉 팔레스타인인들의 1987~1991년 대중 봉기였습니다.

당시 그 반란이 중동 전체를 뒤흔들 것을 우려한 미국과 이스라엘은 유화책을 모색했습니다. 그래서 제안한 것이 이른바 ‘두 국가 방안’입니다. 이 방안에 따라 미국과 이스라엘은 당시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을 이끌던 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를 포섭해 1993년 오슬로협정을 맺었습니다. 협정의 내용은 이스라엘이 건국과 전쟁을 통해 빼앗은 땅을 인정하면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립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은 진정한 자치를 허용받지 못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자치구 곳곳에 분리 장벽을 설치해 팔레스타인인들의 통행을 막고 일상을 통제했습니다. 이를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억누르고 그들이 이스라엘에 경제적·정치적으로 통합되는 것을 막으려 한 것입니다.

오슬로협정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계속 팔레스타인인들의 땅을 빼앗아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했습니다.

계속되는 점령과 박해로 ‘두 국가 방안’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기대는 산산조각 났습니다. 그래서 2000년도에 제2차 인티파다가 벌어졌습니다.

이번 기습을 주도한 하마스는 바로 그런 환멸과 저항 속에서 성장했습니다. 1987년 인티파다 때 창립된 하마스는 처음에는 보건과 복지를 제공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러나 1993년 오슬로협정 즈음에는 하마스는 PLO의 타협에 반대하며 무장 투쟁의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이후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모이는 초점이 됐습니다. 그 결과 2006년 팔레스타인 의회 선거에서 하마스는 압승을 거둡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하마스를 제거하려고 가자지구를 봉쇄했습니다. 그런데 하마스도 협상에 의한 해결책에 점차 이끌리게 됐습니다.

이 잔혹한 봉쇄가 그때 이후 지금까지 17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유일한 공항을 폭격해 파괴했고, 육로와 해로를 봉쇄해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모든 전기, 연료, 물품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경제는 파탄났고, 현재 가자지구 내 실업률은 50퍼센트에 육박합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은 극에 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스라엘 내 극우의 성장

한편 이스라엘에서는 극우파의 영향력이 커져 왔습니다. 그들은 오슬로협정으로 합의된 ‘두 국가 방안’조차 거추장스럽게 여기고, 팔레스타인을 아예 완전히 점령하고 정복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우익성은 유대인 단일 민족 국가를 건설한다는 시온주의의 본질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나크바’ 이후에도 이스라엘 안에는 상당수 팔레스타인인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살던 땅에 대한 지배를 이스라엘이 강화할수록 그 땅에 살던 팔레스타인인들도 이스라엘 사회의 일부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어느 정치 세력도 그들을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하려 하지 않았고,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은 지속됐습니다. 바로 이 상황에서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전면적 인종 청소를 주장하는 극우가 꾸준히 지지를 키울 수 있었던 것입니다.

현재 이스라엘 극우는 정부의 여러 요직에 진출해 있습니다. 이에 고무된 극우 시온주의 정착민들은 팔레스타인 마을을 습격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을 살해하는 짓을 자행했는데, 이런 일이 최근 몇 년 동안 급증했습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 직전에 이미 올해 팔레스타인인 사상자 수는 2000년도 이래 최대였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저항은 정당하다

이런 이스라엘에 맞선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은 완전히 정당합니다.

이스라엘을 두둔하는 윤석열 정부 등의 정부들과 〈조선일보〉 등의 우파 언론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염원이 아무리 정당하더라도 하마스의 폭력적 수단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규탄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이스라엘에는 같은 잣대를 들이대지 않습니다. 그들이 정당하다고 말하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위해 이스라엘이 동원하는 끔찍한 수단 문제는 제기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자신들이 “짐승들과 싸우고 있다”며 더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살상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팔레스타인인들에게만 투쟁 수단의 정당성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위선입니다.

게다가 이것은 부당한 현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얘기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폭력 둘 다를 규탄하는 양비론도 현상 유지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수십 년 동안 억압당하며 온갖 형태의 저항을 해 왔습니다. 그들은 ‘국제 사회’의 중재에 기대를 걸기도 했고, 수없이 많은 평화적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평화적 행진에 총구를 들이대고 학살로 응답하기 일쑤였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보이콧, 투자철회, 제재’, 줄여서 BDS로 불린 국제적 불매 운동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운동은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데에는 약간의 성공을 거뒀지만, 점령의 현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일부 서방 국가들은 BDS를 법으로 금지했습니다.

따라서 팔레스타인인들이 무기를 드는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국제적으로 저명한 좌파 저술가이자 활동가인 타리크 알리가 지적했듯이, 지금 존재의 위협에 처한 것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입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민간인 살해와 불법 구금이 일상이 된 상황을 오랫동안 감내해 왔습니다.

하마스의 이번 공격은 바로 이런 맥락 속에서 평가돼야 합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 권리를 지지한다면서도 이런 현실을 무시한 채 하마스를 비판하는 것은 그저 설교하고 훈계하는 태도에 불과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하마스의 이번 기습이 이스라엘에 타격을 준 것을 반기면서, 팔레스타인 저항에 대한 지지와 연대가 확대되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번 공격의 파장과 현 상황의 잠재력

어떤 사람들은 하마스의 공격이 이스라엘에 대규모 공격 명분만 줬다고 말합니다.

물론 이스라엘은 실제로 무자비한 보복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번 공격으로 얻은 성과를 봐야 합니다.

이번 공격은 서방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온 이스라엘이 결코 천하무적이 아님을 보여 줬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이 쌓은 분리장벽을 무너뜨리고 이스라엘에 치욕을 안겨 줬습니다. 이는 아랍 대중에게 이스라엘과 제국주의에 맞선 저항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주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아무리 보복 공격을 퍼부어도 이런 정치적 성과를 쉽게 되돌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은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습니다. 무력으로 저항 의지를 꺾을 수 없다는 것을 팔레스타인인들은 1987년 인티파다를 비롯해 여러 차례 입증했습니다. 이번에 이스라엘이 군사적으로 일시 승리할지라도, 중장기적으로 또 다른 저항에 부딪힐 것입니다.

한편, 현 상황은 미국의 중동 장악력이 약화돼 온 가운데 벌어졌습니다. 소위 ‘테러와의 전쟁’ 실패로 미국의 중동 영향력이 줄어든 사이에 그 지역 강국들이 그 공백을 메우려 경쟁해 왔습니다. 특히 이란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부상했습니다. 더구나 러시아와 중국도 중동에서 무시 못할 플레이어가 됐습니다.

하마스의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을 후원해 온 미국의 위신에도 타격을 줬습니다. 그래서 미국 지배자들은 이 일로 인해 기존 중동 질서의 균열이 더 커질까 봐 염려하는 듯합니다. 바이든은 “이 상황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모든 적대 세력에 경고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동지중해에 핵항공모함을 즉각 배치하고 이스라엘에 무기를 제공하며 이번 사태에 적극 개입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외려 이는 중동 전반에 긴장과 갈등을 증폭시킬 선택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현 상황의 잠재력에 주목해야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중동 대중은 이번 공세에 고무돼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요르단에서는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대가 이스라엘 국경으로 진입을 시도했습니다.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도 대규모 연대 시위가 벌어져, 팔레스타인 저항을 지지하지 않는 자국 정부에 항의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주변국인 이집트에서도 연대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이런 대중 행동은 제국주의에 협력해 온 중동 지배자들을 난처하게 만들 것입니다.

1968년 베트남 민족해방전선의 구정 공세는 비록 군사적으로는 실패했지만, 미국 등지에서 반전 운동과 신좌파 운동을 고무해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서 패배하는 중요한 정치적 계기가 됐습니다. 팔레스타인의 이번 저항도 서구 좌파가 제대로 응답한다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해방의 전망

물론 이스라엘의 막강한 무력에 직면해 영웅적인 무장 저항만으로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승리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들이 승리하려면 중동 전역에서 대중 운동이 일어나 제국주의와 그에 협조하는 자국 정부에 맞서며 팔레스타인 저항을 지원해야 합니다.

중동 정부들은 말로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편을 자처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제국주의와 협력하고 자국 민중을 억압해 왔기 때문에 자유, 민주주의, 평등의 이상을 표방하는 팔레스타인 저항을 제대로 지원해 줄 리가 없습니다.

팔레스타인 해방은 이스라엘 내부에서 올 수도 없습니다. 얼마 전 네타냐후의 극우 연정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대를 이끈 사람들은 시온주의 프로젝트를 더 효과적으로 수행할 방안을 놓고 네타냐후와 다퉜을 뿐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하마스의 공격 이후 그들은 네타냐후가 제안한 거국 내각에 참여하려 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의 해방은 이스라엘이라는 정착민 식민 지배 국가가 해체될 때만 가능합니다. 그러려면 그 국가를 지탱해 주는 서방 제국주의의 영향력을 동시에 분쇄해야 합니다.

바로 중동 대중의 투쟁이 그럴 잠재력이 있습니다. 그들은 이 잠재력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2011년 이집트 혁명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가장 중요한 동맹인 호스니 무바라크 정부를 날려 버렸습니다. 당시 이스라엘 정부는 그 혁명을 최대 안보 위협으로 여겼습니다. 그 혁명은 거슬러 올라가면 2000년 이집트에서 벌어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서 시작됐습니다.

2011년 아랍 혁명은 2년 뒤 패배했지만, 2019년 수단과 알제리의 혁명, 그리고 최근 이라크, 레바논 등지에서 일어난 시위 물결은 중동에서 다시 격변이 일어날 조건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 줬습니다. 현재 중동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물가 상승에 따른 생계비 위기가 가장 심각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에 가한 타격은 중동에서 다시금 반란을 자극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기를 바라면서 팔레스타인 저항에 지지와 연대를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