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노조 지도부가 지난 3월 1일 파업을 철회하며 맺은 노사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이로 인해 현 13대 집행부는 총사퇴했다.

이것은 지하철노조 범민주파가 잘못 끼운 옷자락의 마지막 그림이다. 배일도 집행부 하에서 엄청난 구조조정으로 고통을 겪은 지하철 노동자들은 2004년 범민주파 허섭 집행부를 선출하고 파업에 나섰다. 그러나 허섭 지도부는 3일 만에 배신적으로 파업을 끝냈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 사이에 민주파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고, 허섭 집행부를 지지했던 현장 활동가들은 심각한 사기저하를 겪었다.

그러므로 직무대행을 맡게 된 김종식 집행부는 다시 조합원들의 신뢰를 얻고 다가올 투쟁을 준비해야 하는 책임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김종식 집행부는 현장 조합원들의 행동에 의지하기보다는 전문연구용역업체의 용역 결과에 기대를 걸며 헛되이 시간을 보냈다. 게다가 교섭중에 노사관계책임자와 함께 공사 돈으로 평양을 방문한 것이 들통나 조합원들의 반발을 샀다.

대부분의 민주파 현장 활동가들 역시 현장에서 투쟁을 조직하기보다는 노조 집행부 물어뜯기에 치중했다.

이번 합의안 부결은 철도노조와의 공동투쟁을 외면하고, 주5일제와 이를 위한 인력충원, 근무형태 변경 사항 등에서 거의 얻은 것도 없이 파업을 철회한 것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을 반영하고 있다.

14대 선거를 앞두고 조합원들은 ‘누가 나와도 똑같은 것 아니냐’며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고, 우파들은 이 틈을 집요하게 노릴 것이 자명하다. 지난 경험은 좌파 지도부를 세운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 준다. 파업을 지지했던 67퍼센트의 조합원들, 그리고 투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합의안을 부결시킨 조합원들에 기반을 두어 아래로부터 운동을 건설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