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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양극화에 대한 좌파적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이 글은 김종철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가 3월 28일 '다함께' 중부지역사회포럼에서 연설한 '노무현 정부와 사회 양극화 논쟁: 좌파적 대안은?'을 옮긴 것이다. 지면 제약상 연설 내용을 축약했다. 김종철 후보는 사회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와는 다른 운영 원리에 입각한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늘은 사회 양극화에 대한 좌파적 대안을 얘기하는 자리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임노동 소득 외에도 사회와 국가가 제공해야 하는 공공서비스들이 있습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사회적 소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가가 임금이라는 형태로 지급하진 않지만 여러 가지 제도를 통해 노동자들의 임금을 [실질적으로] 올려주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우파는 사회적 소득을 향상시켜 사회적 양극화를 해결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그들은 개인들이 알아서 개인적 소득으로 해결하라고 합니다.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임노동 소득의 증진뿐 아니라 사회적 소득의 증진에 대해서도 말해야 합니다.

왜냐면, 현재 양극화 양상은 [개인적] 소득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교육·보육·의료·주거·여가 등 삶의 모든 면에서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먼저, 교육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최근 서울대 입학생들의 통계를 보면, 부모의 직업과 소득이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세 살 때부터 영어유치원에 70만 원을 내고 다니는 아이들을 노동자, 서민의 아이들이 공부 실력으로 당해낼 수는 없습니다. 이런 게 쌓여서 나중에 대학입시 수능 점수에서 차이가 나게 되고 사회적 서열로 드러나는 것이죠.

지금은 대학을 나와야 지위가 보장되는 현실입니다. 취업에서든, 결혼에서든 말입니다. 여기는 결혼하지 않으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현실에서 결혼하려고 양가에 인사하러 갔을 때 고졸이라면 상대 집안에서 고개를 저을 것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대학 등록금이 1천만 원에 달하는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학비를 20년까지 장기저리 대출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추세대로라면 최소 4년의 등록금만 3천만 원 정도 됩니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 취직을 해도 미래를 위한 저축이나 결혼자금 저축은 고사하고 이 학비 대출 갚느라고 허덕이게 됩니다.

따라서 사립대학들의 이윤 추구 행태에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대학 운영을 민주화해서 마음대로 돈을 못 쓰게, 마음대로 등록금을 못 올리게 해야 합니다. 교육의 공공성에 역행하는 대학들은 제재를 가해야 합니다. 물론, 이에 호응하는 대학들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말입니다.

다음으로 주거 문제를 봅시다. 강남을 가 보면 도로도 널찍하고 거리들이 아주 깨끗합니다. 반면, 강북에 올라와 보면, [도로가] 비좁고 집들도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명박 시장이 강북 주거 환경을 강남 수준으로 만든다면서 뉴타운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새로 생기는 아파트들은 강남 수준의 소득과 재산이 있어야 들어가 살 수 있습니다.

길음 뉴타운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거기에 원래 살던 사람들 중에 새로 지은 아파트에 입주한 비율은 10퍼센트밖에 되지 않습니다. 반면, 강남과 분당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다주택 보유자들이 새로 분양된 아파트들의 30퍼센트를 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주거 환경의 강남화가 아니라 강남의 잘 사는 사람들의 영토 확장인 것입니다. 양극화 해법이 아니라 양극화를 더 심화시키는 것입니다.

의료 문제에서도 저는 사회주의 의료 정책이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공 의료가 강화돼야 합니다. 그러나 전체 의료 기관 중 공공기관 비율은 10퍼센트에 불과합니다. 민간의료기관은 90퍼센트에 달합니다.

이 90퍼센트의 민간의료기관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계속 아파야 합니다. 그래서 한국 의료는 다 죽을 때 찾아가면 몇 개월 더 살게 해 주는 의학을 중심으로 발달해 있고, 돈벌이 되는 의료를 중심으로 발달해 있습니다. 애초에 병에 안 걸리도록 하는 예방의학이 발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저는 민간의료기관들을 공공 부문으로 흡수하는 것이 의료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주의적 대안

노무현 정권은 이런 것들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대안이 없는 정권입니다. 한나라당과 다르다는 말은 거짓말입니다. 사회적 소득 보장만 실패한 게 아닙니다. 임노동 소득도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은 총체적으로 실패했습니다. 가망 없는 정권입니다.

그렇다면 좌파적 대안은 무엇입니까?

저는 교육·의료·주거·보육·에너지 등의 분야에 기본권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은 모든 국민에게 기본적 권리로 제공돼야 합니다. 즉, 사회주의 정책을 도입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재원은 어디서 마련하느냐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두 가지입니다. 개인 부유층에 대한 소득세와 재산세를 높여야 합니다. 그리고 대기업의 법인세를 높여야 합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법인세를 27퍼센트에서 25퍼센트로 낮췄습니다. OECD 평균은 35퍼센트입니다. 깎아 준 법인세를 원상 회복시킬 뿐 아니라 오히려 올려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지난 2004년에 세금을 떼고 10조 원의 순이익을 거뒀습니다. 역으로 계산하면, 세전 이익이 16∼17조 원이었다는 것입니다. 2퍼센트 [인하했다]면 3천2백억 원이나 깎아 줬다는 얘기입니다. 3천2백억 원이면 웬만한 중소도시 예산입니다.

물론, 제가 제시하는 대안들은 서울시장 수준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시장이 되면 정치투쟁하는 시장이 되겠습니다. 반은 시장 집무실에서 일하고 반은 거리에서 싸우겠습니다.

저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냥 사회주의라는 표현은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의 이미지가 강해 저는 ‘민주적’ 사회주의라고 표현합니다. 상당한 저항이 있을 것입니다. 선본 내에서도 이견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투쟁할 것입니다.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민주노동당은 말로는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하자고 얘기해 왔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연대라는 이름으로 이미 벌어진 투쟁에 가서 얼굴 내밀고는 사실은 말리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장애인이동권 관련 투쟁 같은 게 그런 경우입니다. 국회에서 장애인들이 들어가서 쇠사슬 묶고 죽어도 안 나간다고 하니까 국회가 난리가 났습니다.

그 때 우리 의원들은, 물론 현애자 의원님이 수고하셨지만, 기본적으로 저 사람들 달래려면, 투쟁을 멈추게 하려면 이러저러하게 해야 한다는 식으로 중재하고 투쟁을 말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게 문제입니다. 바꿔야 합니다. 저는 우리 당이 민중 투쟁을 주도하는 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보다 좀더 좋은 사회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사회를 원해야 한다’고 제기하고 싸울 때에만 대중이 조직되고 새로운 사회로 가기 위한 주체가 형성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