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5월 말 "외국인정책 기본방향 및 추진체계"를 확정하면서, 외국인 정책을 "통제와 관리 중심"에서 "인권과 포용"을 기틀 삼아 "상호이해와 존중"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 동안 한국은 일본과 함께 이민자와 이주노동자 정책이 가장 폐쇄적이고 통제가 강한 국가로 분류돼 왔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방안도 차별적인 제도의 틀은 그대로 유지됐다.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82만 명의 외국인들 중 아시아계가 80퍼센트에 이른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이주노동자들이다. 최근 결혼 여성 이주자들도 급격히 늘고 있다.

이들 중 다른 동포들보다 차별을 받아 온 중국과 옛 소련 출신 동포들의 체류와 취업의 폭이 전보다 확대된 점이 그나마 이번 조처에서 나아진 점이다. 이들은 1회 방문시 3년 간의 체류와 취업이 허용됐다. 그러나 동시에, 정부는 입국자 규모를 제한하기 위해 연간 쿼터 설정, 한국어 시험 성적으로 입국 순위를 결정하는 등의 규제를 두어 차별은 여전하다.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이조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야만적인 ‘인간사냥’인 이주노동자 단속과 추방은 "법적 근거"를 더 자세히 마련해 계속 유지된다. 학교를 다니는 자녀를 둔 미등록 노동자들이 단속에 걸렸을 때 잠시 추방 시한을 연장해 줄 뿐이다. 고용허가제도 그대로다.

한국인과 결혼한 여성 이주자들에 대한 지원도 이혼의 귀책 사유 입증 책임을 완화하고 약간의 사회복지를 제공하는 정도다. ‘위장 결혼’을 막는다는 구실로 결혼과 동시에 영주권이나 국적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이혼한 경우 자녀나 한국인 부모 등 부양 가족이 있을 때만 체류와 취업이 보장된다.

정부는 한국인과 중국·옛 소련 출신 동포를 포함한 이주노동자들 사이에 차별을 두고, 또 중국·옛 소련 동포와 다른 아시아계 이주노동자들 사이에 차별을 두어 이들을 모두 분열시키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차별은 한국에서 태어나는 결혼 이주자들의 자녀들에 대한 차별로도 이어질 게 분명하다.

이주자들에 대한 억압과 차별을 유지한 채 몇몇 ‘인권’적 조치를 취한다고 해서 지난 4년 간 노무현 정부가 강화해 온 인종차별적 정책의 본질이 가려질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