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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기후, 전쟁 … 다중 위기 속 오르는 물가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 추진

사과, 대파 등으로 대표되듯 지난 몇 달간 과일·채소 가격이 크게 오르며 노동자 등 서민들의 생활고가 심화됐다. 통계청 발표를 봐도 올해 3월 과일값은 지난해 대비 40.9퍼센트, 채소는 11퍼센트 올라 신선식품지수(기상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의 식품 가격 지수)는 19.5퍼센트 증가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3퍼센트를 웃돌고 있다. 2022년 5.2퍼센트, 2023년에 3.6퍼센트 오른 데 이어 고물가의 고통이 누적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과일, 채소 가격 급등은 이상 기후의 영향이 크다. 이는 기후 위기 시대에 정부가 물가(특히 식료품) 억제를 위한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일이 자주 벌어질 것임을 의미한다.

총선에서 정부를 향한 분노의 촛점이 된 물가 상승. 윤석열 퇴진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 ⓒ제공 촛불행동 이호 작가

고물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과 대신 바나나를 먹고, 몇 가지 채소는 생략하고 요리하는 것이 일상이 되고 있다. 통계청 발표로도 음식료품 소매판매는 2년 연속 줄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그야말로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총선을 한 달 앞두고 농축산물 안정자금 1500억 원을 투입했지만 이는 턱없이 부족했다. 지원 규모가 1가구당 6500원 정도로 적을 뿐 아니라, 시장 구조 속에서 중간 상인들이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배분됐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는 혜택이 다 돌아가지도 않았다.

게다가 총선이 끝나자마자 주류 언론들이 재정 적자 우려를 부각하고 있다. 총선에서 표를 의식해 정부가 “무제한·무기한 자금 지원”을 하겠다고 했던 말은 아래로부터 큰 압력이 없다면 공문구가 될 공산이 크다. 정부의 긴축 공격이 강화될 것이다.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겨울 난방비 폭탄으로 서민들의 아우성이 컸는데도 정부는 당장 6월 1일부터 가스비를 또 올릴 공산이 크다. 지난 2년간 40퍼센트나 오른 전기요금도 향후 더 인상할 것이라고 한다. 하반기에 수도권 지하철 요금도 추가로 150원 오를 예정이다.

최근 중동 전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며, 유가가 급등하고, 환율도 오르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 가격 상승 때문에 공기업들의 적자가 커져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전기·가스 공급, 대중교통은 현대 사회의 일상에서 없어선 안 될 필수적인 공공서비스이다. 당연히 무상으로 제공되거나, 정부가 지원해 최대한 저렴하게 유지돼야 할 공공요금을 원료 공급가의 변동에 연동하게 한 것(연료비 연동제) 자체가 문제다.

정부가 추진해 온 막대한 기업 감세만 되돌려도 충분히 값싸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정부는 최근에도 반도체 기업 지원을 위한 세금 감면을 연장하고, 9조 4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돈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지원하는 데 쓰여야 한다. 공공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대중 투쟁이 성장해야 한다.

실질임금 떨어뜨리는 물가 상승

물가 인상 속에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하락하고 있다.

실질임금은 2022년 -0.2퍼센트, 2023년 -1.1퍼센트로 2년 연속 하락했다.(통계청 발표) 감소 추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실질임금 감소를 앞장서서 부추기고 있다. 공공부문 실질임금은 3년 연속 하락했다. 공공부문의 임금인상률은 2021년 1.5퍼센트, 2022년 1.2퍼센트, 2023년 2.4퍼센트에 불과해 3년간 물가 상승률보다 임금인상률이 6퍼센트포인트 넘게 적었다.

지난 몇 년간 최저임금 인상도 물가 상승률을 겨우 따라잡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때 행해졌던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을 고려하면 지난 몇 년간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오히려 줄었을 것이다. 올해도 현재 물가 상승률이 최저임금 인상률(2.5퍼센트)보다 높은 3퍼센트에 이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대기업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실상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들도 실질소득이 줄고 있다. 지난해 300인 이상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1.1퍼센트 하락했다.(통계청 발표)

이런 사례들은 임금 하락으로 인한 생활고가 단지 특정 부분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계급 전반이 겪고 있는 문제라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런데 이번 총선 기간에 정치권에서 임금 인상을 제기하는 목소리를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만, 민주당이 물가 인상을 벌충하기 위해 민생회복지원금으로 1인당 25만 원을 지원하는 안을 냈다. 이런 지원은 마땅히 필요하지만, 물가 상승이 지속적이고 누적적인 만큼 일회성 지원으로 임금 인상을 대체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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