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세계경제 전망: 미국 경제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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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계경제위기를 보는 시각
작년은 미국의 신경제의 붕괴에서 시작하여 9·11 대미테러 후 세계경제의 급랭과 미국 엔론사의 파산, 아르헨티나의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진 세계경제 위기의 한 해였다. 그런데 작년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승리한 후 올해 들어 세계경제가 부분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는 오늘 세계경제의 향방을 정확하게 전망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글에서 필자는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공황론에 의거하여 올해도 세계경제 위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할 것이다.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공황론은 마르크스의 이윤율의 저하 경향 법칙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르크스의 이윤율의 저하 경향 법칙은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 과정에서 이윤을 창조하는 원천인 살아 있는 노동자에 비해 ‘죽은 노동’
마르크스의 이윤율의 저하 법칙의 관점에 설 경우 2000년 하반기 이후 세계경제 위기는 1965∼1973년 이후 시작된 세계 자본주의의 이윤율의 장기적 저하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또 2002년 들어 세계경제가 불황에서 벗어나 호황을 재개할 것이라는 일부 예측은 근거 없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세계경제를 구성하는 각국 경제의 전망을 종합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미국 경제의 전망을 중심으로 향후 세계경제 전망의 대강의 윤곽을 그려 볼 것이다. 이와 같은 미국 경제 중심의 세계경제 전망이 방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까닭은 오늘날 세계경제가 미국이라는 패권적 제국주의 초강대국을 정점으로 하여 구성된 위계적 피라미드 구조이며
2. 세계경제의 구조적 위기의 배경
최근의 세계경제 위기는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다. 오늘 세계경제 위기는 1965∼73년 이후 시작된 세계경제의 구조적 위기의 연장선상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1965∼1973년 이후 주요 선진국의 이윤율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장기호황 시기
그런데 1965∼1973년 이후 시작되었던 주요 선진국의 이윤율의 저하는 1980년대 접어 들면서 일단 중단되었다. 미국에서는 정확히 1982년 이후 이윤율이 저하를 멈추고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는 주지하듯이 1980년대의 대서양 양안에서 레이건과 대처가 주도했던 신자유주의 반혁명의 효과였다. 즉 1980년대 들어 주요 선진국의 지배 계급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 등 노동자 계급에 대한 공격을 통해 경제위기로부터 탈출을 시도했다. 그 결과 1970∼1995년 동안 미국에서는 노동자들의 시간당 실질임금이 절대적으로 저하하고 노동시간이 절대적으로 연장되는 등 착취율이 크게 높아졌다. 이와 같은 노동자 착취 강화에 힘입어 미국의 이윤율은 1982년 이후 부분적으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의 이윤율 회복은, 브레너
1980년대 이후, 특히 1990년대 들어 미국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하자 일부 논자들은 세계경제가 1965∼73년 이후의 구조적 위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기호황 국면으로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낙관적 전망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이른바 인터넷 혁명론, 신경제론 등의 유행에 편승하여 기세를 얻는듯 했지만, 2000년 이후 신경제 호황이 붕괴하면서 힘을 잃었다. 신경제론자들은 1990년대 미국 경제의 인플레 없는 고성장, 즉 물가안정과 고용안정의 동시달성을 근거로 인플레이션과 실업의 배반관계를 골자로 하는 부르주아 거시경제학의 기본 명제가 더 이상 성립할 수 없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1990년대 미국이 물가와 고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은 조금도 신기한 현상이 아니다. 1990년대 후반 미국의 물가안정은 상당 부분 1997∼1998년 동아시아 경제위기 및 199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이들 나라에서 통화가치가 폭락하면서 이루어진 대미 수출품의 가격 하락 덕분이었다. 그리고 4퍼센트의 낮은 실업률 운운하지만 클린턴 집권 시기 늘어난 일자리의 대부분은 저임금 비정규직종이었다. 또 1990년대 후반 미국을 제외한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불황과 실업에 시달리고 있었다. 미국은 다른 선진국과 제3세계에 불황과 실업의 고통을 전가함으로써만 자국의 호황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실제로 세계경제는 구조적 위기가 심화되면서 갈수록 제로썸
3. 2000년 이후 미국의 신경제 호황의 붕괴
1982년 이후 시작되었던 미국의 이윤율 상승은 1997∼1998년 동아시아 경제위기와 잇따른 러시아 및 브라질의 경제위기 이후 중단되었다. 그래서 1997년은 1982년 이후 상승했던 미국의 이윤율이 정점에 도달한 해로 기록된다. 1997년부터 미국의 이윤율은 다시 저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997년부터 이윤율이 다시 저하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스닥 지수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 관련 주들의 주가는 폭등했다. 또 1997∼199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세계의 유휴화폐자본의 미국 유입이 가속되었다. 1997∼2000년 미국의 신경제 호황은 이를 기초로 한 것이다. 1997년 이후 신경제 호황은 무엇보다 이윤율이 저하하는 가운데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제2차세계대전 후 1965∼1973년 시기의 장기호황과 구별된다. 1997년 이후 미국 경제의 호황은 높은 주가가 부추긴 ‘자산효과’
그리고 1982년 이후 상승의 정점이었던 1997년 미국의 이윤율 수준은 여전히 전후 장기호황 시기였던 1960년대 중반의 이윤율의 70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즉 미국의 이윤율은 1970년대 저하 이후 1980년대 들어 1997년에 이르기까지 약 15년 동안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1960년대 ‘황금시대’의 이윤율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는 미국 경제 및 세계경제가 1970년대 이후 시작된 구조적 위기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또 1980년대 이후 세계경제 위기에 맞서 미국의 금융자본이 주도했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새로운 장기호황의 재개를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사회적 축적구조를 수립하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 준다.
1997∼2000년 미국의 신경제 호황이 거품이 주도한 경제성장이었기 때문에 거품의 붕괴는 곧바로 성장의 붕괴로 이어졌다. 미국 경제는 2001년부터 공식적으로는 두 사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정의되는 불황
4. 2002년 세계경제 전망
2001년 들어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감지되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따라서 미국 경제의 거품이 충분히 꺼졌다는 일부의 평가는 잘못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1965∼73년 이후 시작된 이윤율의 장기적 저하 추세 및 1997년 이후 시작된 이윤율의 순환적 저하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부르주아 논자들이 희망하듯이 유로화 출범이 EU 경제를 부흥시키거나 또는 중국의 고도성장이 미국 경제의 침체를 상쇄하여 세계경제 위기의 진행을 상쇄시키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유럽 경제의 부흥 또는 중국의 고도성장의 지속은 이들 나라 제조업의 수출 증대에 결정적으로 의존하는데, 미국 시장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유럽 및 중국 제조업의 수출이 증대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엔론 사의 파산, 미국 달러화 가치의 폭락과 자본 유출, 아르헨티나의 채무불이행, 일본 경제의 부도, 중국의 성장 중단과 같은 변수들이 터져 나오면서 미국 경제의 불황이 격화되어 세계대공황으로 확산되는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
요컨대 2002년에도 미국의 거품 붕괴와 불황은 계속될 것이며, 이에 따라 세계경제 위기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1965∼73년 이후 이윤율의 장기적 하강과 함께 시작되어 새천년 들어 올해까지 계속되고 있는 세계경제 위기는 1980년대 이후 미제국주의가 주도해 온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통한 공황 타개 전략의 전세계적 파산을 입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