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 등 4대 사회보험의 부과·징수 기능을 통합할 계획을 밝혔다. 명분은 자영업자들의 소득 파악이 용이한 국세청에서 부과·징수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보험 노동자들은 이 조치가 사실상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물론 기업주들이나 중소 자영업자의 소득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국세청이 직접 보험료를 부과·징수하면, 다시 말해 사회보험을 준조세화하면 보험 재정에 좋은 효과를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보험의 재정 안정화 문제는 이 나라 사회보장제도의 문제점 가운데 일부일 뿐이다.

무엇보다 노무현 정부의 복지정책 전반이 신자유주의 정책에 종속돼 있는 한 대부분의 복지제도 ‘개혁’은 사실상 개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 정부는 1백80조 원이 넘는 국민연금 기금을 정작 지금의 저소득층이나 노인들에게는 지급하지 않으면서도 ‘미래의 적자’를 이유로 보험료를 인상하고 연금액을 낮추는 ‘개악’ 법안을 통과시키려 벼르고 있다. 게다가 같은 이유로 기금 수익률을 높인다며 국민연금 기금의 주식투자를 자유롭게 하려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노동자들의 보험료가 대폭 인상된 덕분에 그나마 나아진 건강보험 재정도 민간보험시장 확대와 병원의 영리법인화 계획에 밀려 언제 다시 후퇴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악명 높은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문제는 더 거론할 필요도 없을 정도다.

이런 상태에서라면 단지 국세청으로 업무를 이관한다고 해서 재정이 안정될지도 의문이다.

왜냐하면 재정 불안정의 근본원인이 행정의 비효율성이나 중소자영업자들의 소득파악 문제보다는 턱없이 부족한 정부 지원, 그리고 기업주들과 부자들에게 유리한 보험료 징수 체계에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당장 보험료가 통합되면 저소득층은 4대 사회보험 전체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있고 국세청이 모든 고소득 자영업자들에게 공평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현실에서 4대 사회보험 통합은 사회보험체계를 개선하기보단 주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추진될 것이다.

이런 사회보장제도의 훨씬 중요한 문제점들을 못본 체하고 단순히 모든 문제점들을 재정 문제로 환원시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거나 사악한 음모에 불과하다.

또 이를 위해 치러야 할 대가가 수천 명의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하는 것이라면 완전히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따라서 이런 정부의 정책에 맞선 사회보험 노동자들의 투쟁은 완전히 정당하다.

그런데 참여연대가 정부의 발표에 대해 ‘행정 효율화’를 이룬다는 이유로 통합안을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사회보험체계에서 행정의 효율성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에게 최대한의 복지를 제공하고 대기업의 이사들과 기업주, 그리고 국가가 그 책임을 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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