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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취업제 논란 ─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싸워야

법무부와 노동부가 25세 이상 중국·옛소련 지역 동포들을 대상으로 방문취업제를 실시하겠다고 한다.

방문취업제는 체류 기간을 5년으로 연장하고 그 기간중 자유왕래 허용, 취업 가능 업종 확대, 취업 절차 간소화, 작업장 이동 자유화가 그 핵심 내용이다.

노무현 정부는 그 동안 중국과 옛소련 지역 동포들인 '단순노무'분야 종사자들에게는 재외동포법 적용을 배제하고 고용허가제를 적용해 왔다.

3년으로 제한된 체류 기간, 복잡하고 까다로운 취업 절차와 작업장 이동 금지 등 때문에 중국과 옛소련 동포들의 불만은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전체 18만 8천여 명의 '불법체류자'중 약 19퍼센트(3만 5천여 명)가 중국 국적 동포들이다.

이런 점에 비춰 보면, 방문취업제는 어느 정도 개선된 것이다.

아마도 정부는 방문취업제를 추진해서 동포 차별 논란을 피하고, 이왕이면 생김새와 언어가 같은 중국 국적 동포들을 받아들여 '사회적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주자 1백만 시대(현재 82만 명)를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러나 방문취업제는 주로 '단순노무'에 종사하는 중국·옛소련 지역 동포들을 재미·재일 등 다른 동포들과 여전히 차별한다. 체류 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고 취업 업종도 제한하고, 연고가 없는 중국 동포들의 입국을 조절(=통제)하겠다고 한다. 따라서 '불법체류'문제는 여전히 남을 것이다.

건설연맹

한편, 건설연맹 지도부는 재외동포를 비롯한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건설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저임금을 부추기고 노조 파괴 공작의 주요 수단이 되고 있다며 외국인력 도입 근절 방안을 마련하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방문취업제도에 반대하고 있다.

물론 건설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건설업주들이 임금이 싼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해 이윤을 만회하려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더구나 지난 3월 여수산업단지의 GS칼텍스를 비롯한 34개 원청사의 노조 간부 현장 출입 통제, 블랙리스트 작성, 이주노동자 3천 명 고용 계획이 폭로된 바 있으므로, 건설노조가 위기감을 느끼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도 한국인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다.

건설 현장에 20만 명의 외국 인력이 있고 그 중 90퍼센트 이상이 재외동포라는 건설연맹 지도부의 발표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전체 건설노동자의 4퍼센트(8만여 명)밖에 안 된다. 따라서 재외동포 이주노동자들이 내국인들의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말은 과장이다.

저임금 문제도 이주노동자들이 원인이 아니라 건설업 경기의 부진으로 이윤을 만회하려는 사장들의 임금 인상 거부 때문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여수산단의 건설사 대책회의에서 보듯이, 기업주들은 건설노동자들의 투쟁을 탄압하기 위해 건설 부문에서 98퍼센트가 넘는 미조직 한국 노동자들이나 이주노동자들을 노조 무력화와 파업 파괴 수단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간 평균 60.7시간을 뼈빠지게 일하며 겨우 월 평균 임금 1백13만 원을 받고 그마저 70퍼센트가 체불임금으로 고통받는 이주노동자들을 나가라고 배척하는 것은 노동계급의 국제적 단결이라는 대의를 저버리는 것이다.

물론 건설연맹 지도부가 건설현장 외국인력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재외동포들의 임금체불과 산재 해결, 4대보험 적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동시에 외국 인력 도입 반대를 외치는 것은 그 연대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게 한다.

건설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들을 동료로 적극 포용하고 그들과 함께 싸울 때, 기업주들의 비열한 책략을 무너뜨릴 수 있다. 이는 건설노동자들의 저임금과 고용 불안 등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데도 힘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