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의 부패 문제를 겨냥한 크고 작은 대중운동이 [지난 5월부터] 몇 차례 있었으나 이 운동들은 지금 규모로까지 발전할 수 없었다.

국민당이 주도하는 '청색진영'[국민당이 주도하는 정치세력 연합]이 대중운동을 두려워해 운동을 철두철미하게 이끌지 못했고 그들의 운동이 민진당 지지자나 중간파를 끌어들일 수 없었던 것이 주된 원인이다.

국민당은 당의 주요 역량을 [천수이볜] 탄핵이나 내각 해산에 두었는데, 국회 안 힘의 균형[국민당의 '청색진영'과 민진당의 '녹색진영'민진당이 주도하는 정치세력 연합’) 사이의 의석수 차이] 때문에 이것은 성공할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은, 현재 천수이볜 퇴진 문제에 대해 국민당이 느긋한 것은 자신들이 2008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만약 국민당이 지금 내각 해산이나 천수이볜 퇴진을 추진하면 정국 불안을 낳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국민당 일부 세력과 [대만]독립주장파[‘녹색진영’]를 결합시켜 ‘청색진영’의 힘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

한편, 비(非)청색진영이 운동을 시작했지만 그들은 대중 사이에서 명망이 없는 데다 역량도 부족해서 운동을 발전시킬 수 없었다.

최근 스밍더[전 민진당 주석] 등이 대중 동원을 호소하고 나서야 정세가 변했다.

'1백만 인민 반부패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의 주요 간부들은 대부분 노련한 민진당 당원들이다. 또, 운동본부는 의사나 변호사, 문화계 인사들을 내세워 중간계급 색채를 띠려고 노력해 온건한 대중에게도 흡인력이 있다.

게다가 민진당 주류는 반성하는 기색도 없이 천수이볜을 옹호하고, 졸렬한 인신공격으로 스밍더를 비방해서 도리어 더 수세에 몰렸다. 그래서 9월 9일[의 대규모 시위] 이래 천수이볜 퇴진 운동의 대중적 기초가 더욱 확대됐다.

중요한 점은 운동의 대중적 기초가 도시 상업·서비스업·공공부문 노동자 등 피고용자들로 변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종종 자신을 중간계급으로 여기지만 객관적으로 노동계급에 속한다. 또, 흔히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여겨진 여성과 청년의 참가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여성과 청년

그러나 대중은 한편으로 상당한 열정과 활력을 가진 반면 운동 지도부를 철저히 추종하고 있는데, 이것은 그들이 대만의 정치·사회·경제에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지만 의식은 아직 비교적 낮은 수준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스밍더 등의 지도자들은 대중이 통치자들에게 크게 분노하고 있고, 비록 모호하지만 체제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나날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도자들은 이러한 불만을 잘 이끌지 않는다면 급진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대중운동을 제한하고 통제하려 한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노동자] 총파업을 주장했을 때 그들은 추진을 고려하겠다고 했으면서도 기층 조직화, 선전과 교육, 각종 파업 물자의 준비, 지배자들과 국가의 탄압 등에 어떻게 맞설 것인지에 관한 토론 등 파업 준비를 위한 실질적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

스밍더 등의 진정한 계획은 대중운동을 이끌어낸 후 그것을 철저히 통제해 협상카드로 삼으려는 것이다. 그들은 천수이볜 퇴진 이후 상층 권력구조·정당의 재개편, 또는 정치제도의 변화(예컨대 대통령제를 내각제로 바꾸거나,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 등)를 얻기 위해 뒷거래를 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대만 좌파는 현재의 정세에 직면해 몇 가지 중요한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먼저, 천수이볜 퇴진을 요구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노동대중에게 득이 되는 개혁을 추진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또, 운동 지도부의 보수성을 폭로하고 비민주성을 비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민중은 작업장·학교 등을 단위로 운동 동원의 목표·개혁강령·행동방침을 토론해야 한다. 또한 운동이 [타이베이를 넘어] 더 많은 지역으로 연결돼야 한다.

구체적인 행동에서 운동본부는 총파업을 배제하지 않고 있고 각 도시에서 대중 운동을 추진하려 한다. 우리는 적극 개입해서 노동자가 자주적으로 조직하는 방식으로 파업이 진행되도록 요구해야 한다.

또, 타이베이 이외에 운동본부의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지역에서는 적극적으로 각종 조직화 활동을 전개해 대중 운동이 자주적으로 발전하도록 돕고 이것을 수도에서 벌어질 총력전으로 응집시킬 수 있어야 한다.

번역 한은솔


[편집자] 지난 9월 15일 대만에서는 천수이볜 총통 사퇴 요구 집회에 1백만 명이 참가했다. 직접적 원인은 지난 5월 폭로된 천수이볜 가족들의 부패지만, 그 밑바탕에는 최근 대만의 변화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 많은 자본가와 우파 정치인들은 천 정부가 중국 정부와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키고 대중의 눈치를 보면서 신자유주의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해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불만이다. 반면, 노동자들은 천수이볜 정부가 '깨끗한 정치'의 약속을 저버리고, '기업 살리기'를 위해 노동유연화와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킨 것에 불만을 품고 있다. 그래서 운동의 일부가 천수이볜 사퇴를 위한 노동자 총파업을 호소했을 때 국민당과 자본가들뿐 아니라 운동 지도부인 '1백만 인민 반부패 운동본부'의 상당수 지도자들도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천수이볜을 사퇴시킬 가장 확실한 방법은 조직 노동자들의 전국적 파업 투쟁이다. 파업 투쟁을 통해 운동이 승리한다면 그것은 노동자들에게 커다란 자신감을 줄 것이고 1980년대 말 민주화 운동 이후 침체했던 대만 노동계급 투쟁이 다시 전투성을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아래 글은 최근 대만 정치 상황에 대해서 대만의 제4인터내셔널 경향 좌파 단체인 '노동자민주'의 지도자 양웨이중이 <맞불>에 보내 온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