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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신념이 있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

터키의 저명한 소설가 오르한 파묵이 200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국내에도 《하얀 성》(문학동네), 《새로운 인생》(민음사), 《내 이름은 빨강》(민음사), 《눈》(민음사) 등 대표작들이 번역돼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내 이름은 빨강》은 16세기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이다. 이 작품에는 동양과 서양의 관계, 예술과 삶의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파묵의 최근 작품은 《눈》이다. 파묵은 독일로 망명을 갔다 터키로 돌아온 시인을 다룬 이 소설에서 어떻게 한 사람이 급진 이슬람을 따르게 되는지를 동정적인 시각에서 다뤘다. 유럽에서 이슬람 혐오가 활개를 치는 상황에서 이 소설이 논란을 일으켰음은 물론이다.

파묵은 단지 작품을 통해서만 정치적 발언을 한 것은 아니다. 한 예로 그는 올해 2월 한 스위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1차세계대전 당시, 오늘날 터키 국가의 전신인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아르메니아인 학살과 터키 국가의 쿠르드족 학살을 폭로했다.

그는 "3만 명의 쿠르드인들과 1백만 명의 아르메니아인들을 학살했지만 아무도 그것을 신경쓰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나라도 그것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터키 국가는 파묵을 '국가모독죄'로 기소했다.

다행히 국제적 방어 운동 덕분에 기소는 철회됐지만, 이것은 예술 창작과 정치적 신념을 결합시키는 파묵의 진면목을 잘 보여 준 사건이었다.

노벨 문학상의 '권위'를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는 없지만, 이번 수상으로 파묵의 탁월한 소설이 좀더 널리 읽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