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사계 민족주의 진영에서는 미국의 대북 압박을 막기 위해 남한이 북한과 미국 사이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남한 지배자들은 한미동맹을 대북 정책의 전제로 삼는다. 노무현은 동북아 균형자론을 내세웠을 때조차 "확고한 한미동맹 관계를 다지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박명림 교수는 "한미동맹은 노무현의 동북아 구상의 필수 요소"라고 했다.

남한 정부는 미국의 대북 압박 수위에 대해서는 '조정'하려 하겠지만 미국의 대북 압박과 제재 자체에도 동참하려 한다. 따라서 남한 정부가 모종의 '제3자'구실을 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잡으려는 것과 같다.

한편, 이번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남한과 미국 지배자들은 북한 핵문제에만 골몰하지 않았다. 이 회의에서는 한미동맹 재편에 관한 “비전 연구에 합의”했다. 이 비전 연구에 따르면 한미동맹은 대북 방어를 넘어 미국이 개입하는 국제 분쟁에 협력하게 된다. 협의회 공동성명은 미래의 한미동맹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파병처럼) 세계적인 테러와의 전쟁에 있어서 양국간 긴밀한 협력"을 방향으로 삼을 것임을 밝혔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이 한국 정부는 이 달 말 페르시아만에서 벌어질 미국 주도 PSI 훈련에 참관하기로 했다. PSI는 북한만 겨냥한 것은 아닌데, 이번 훈련은 이란 봉쇄를 염두에 둔 것이다.

현재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 제국주의는 힘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럼스펠드가 추구한 신속기동군 체제는 가뜩이나 부족한 병력으로 지나치게 넓은 범위를 커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테러와의 전쟁'의 이데올로기적 정당성도 파산했다. 이 때문에 미국에게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할 동맹자의 존재는 사활적으로 중요하게 됐다.

이라크 전쟁의 경험은 미국내 대북 압박 반대 여론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얼마 전 CNN 조사 결과를 보면 '외교적 수단이 실패하더라도 군사조치에 반대한다'는 주장이 56퍼센트를 넘었다. 이것은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2003년에 비해 무려 8퍼센트가 늘어난 것이다.

이런 점들을 봤을 때, 한반도에서도 미국 제국주의를 저지하는 가장 효과적 방법은 늪에 빠져 있는 '테러와의 전쟁'에 반대하는 것과 남한 정부가 여기에 동참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이다. 대북 압박에 반대하는 운동과 동시에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 재연장 시도와 레바논 파병에 반대하는 운동, 이란 공격에 반대하는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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