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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가져다 준 것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가져다 준 것

김인식

지난해 말에 부시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해방”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나 3월 초에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개입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전투를 벌였다. 아프가니스탄 동부의 가르데즈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미국의 “승리”는 위기를 맞이했다. 미국 국방부는 허겁지겁 이 지역에 수백 명의 군대와 수십 대의 공격용 헬기를 투입했다. 기성 언론은 한줌의 미군 희생자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이것은 미국이 저지른 학살을 은폐하는 것이다. 미군 장성 프랭크 하젠백은 “24시간 동안 우리는 많은, 정말 많은 알 카에다와 탈레반을 죽였다. 나는 정확한 수치를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수백 명을 죽였다고 확신한다.” 하고 말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처음으로 “열화 바륨” 폭탄을 사용했다. 이 폭탄은 소형 핵 폭탄에 맞먹는 화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사람을 갈기갈기 찢어 태워 죽인다. 평범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은 미국의 “승리”를 반기지 않는다. 사실, 새로운 아프가니스탄은 옛날과 다를 바 없다. 2월에 CIA 한 간부는 군벌들 간의 경쟁이 새로운 내전을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한 서방 기자가 지적했듯이, “아프가니스탄은 내전으로 무너질 위험이 없다. 지금이 바로 내전이다.”일부 군벌들은 자신들의 더러운 목적을 위해 미국을 이용했다. 1월에 미국의 특수 부대는 아프가니스탄의 남부 마을인 하자르 카담을 날려 버렸다. 21명이 죽었고 27명이 포로로 잡혔다. CIA는 한 달 동안 거듭 부인하다 자신들이 한 군벌에 속았다는 사실을 결국 인정했다. 이 군벌은 자신의 경쟁자를 공격하기 위해 미국이 제공한 위성 전화를 이용했다. 이 나라 도처에서 끔찍한 종족 대항 폭력이 벌어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북부에 사는 파슈툰 족은 마을을 떠나야 했다. 우즈벡계 군벌에 의한 강간과 약탈 때문이다. 인도주의 단체들이 전쟁 초기에 경고한 기근은 지금 많은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 현실이 되고 있다. 무장 집단들의 약탈 때문에 식량이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어떤 부모들은 가혹한 희생을 치르고 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아크타르 무함마드는 10명의 아이들에게 먹일 식량이 떨어지자 처음에는 가축들을 팔았고, 다음에는 가구를, 그 다음에는 집안의 목재를 팔았다. 더 이상 팔 게 없고 아이들은 굶주림에 시달렸다. 그러자 그는 절망에 빠져 10살짜리 아들과 5살짜리 아들을 시장에 내다 팔았다. 두 아들을 판 대가로 무함마드는 6년 동안 매달 36킬로그램의 밀을 받게 될 것이다. 그 동안 아이들은 머슴살이를 하게 될 것이다. 조지 부시는 이것을 “승리”라고 불렀다. 내전, 폭력, 빈곤, 기아 ― 이것이야말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남긴 진정한 유산들이다.

미국제든 프랑스제든 대량 살상 무기

김광일

차기 전투기(일명 F-X) 도입 계획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F-X 사업은 2001년∼2008년까지 4조 295억 원을 투자해 전투기 40대를 사려는 계획이다. 미국 보잉사의 F-15K, 프랑스 다쏘사의 라팔, 유럽 4개국 컨소시엄의 유러파이터 타이푼, 러시아 수호이 SU-35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종 경쟁 대상은 F-15K와 라팔로 좁혀지는 듯하다. 부시 정부는 F-15K를 구입하라고 노골적으로 압력을 넣고 있다. 작년 말 미국에서 열렸던 한·미 안보연례협의회에서 미 국방정책차관 더글러스 페이스는 “한국의 F-X 사업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도 매우 중요하다. F-15K가 매우 좋은 항공기라고 본다.” 하고 밝혔다. 국방장관 럼즈펠드는 “한미 연합전력의 상호 운용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F-15K 구입 압력을 넣었다.

한국 국방부는 부시의 눈치를 보며 F-15K 편들기에 나서고 있다. 애초 국방부는 차기 전투기 사업 전면 재검토를 발표했다. 그러다 부시 방한을 앞두고 사업 강행으로 입장을 바꿨다. 게다가 선정 평가 기준도 바꾸고 있다. 국방부는 F-15K의 약점 부분을 평가 기준에서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 ‘구형’인 F-15K를 감싸느라 용어도 “차세대 전투기”에서 “차기 전투기”로 슬그머니 바꿨다. 또, 국방부의 보잉사 편들기 압력을 폭로한 조준형 공군 대령을 구속했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사람들 사이에서 F-15K 도입에 대한 반감이 존재한다. 이것은 최근 광범하게 형성된 반미 정서와 연관이 있다. 그렇다고 이것이 프랑스의 라팔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는 건 곤란하다. 프랑스제 전투기 구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F-15K가 “라팔보다 훨씬 떨어지는 고물”이라며 라팔의 우월성을 증명하려 한다. 그러나 라팔도 F-15K와 마찬가지로 대량 살상을 위한 전쟁 무기일 뿐이다. 전쟁 무기의 우월성 경쟁은 결국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을 ‘효과적으로’ 죽일 수 있는지를 따지는 것일 뿐이다.

F-15K든 라팔이든 차기 전투기 사업은 전면 철회돼야 한다. 왜 4조 295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이 사람을 죽이는 무기를 사들이는 데 쓰여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