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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개편 - 열우당의 최종 파산을 선고하는 신호탄

“1백년 가는 정당”이 되겠다던 열우당이 3년 만에 문을 닫게 생겼다. 10·25 재보선 참패 다음 날 열우당 의장 김근태는 “기득권을 포기하고 평화수호세력 대결집을 추진하겠다”며 정계개편을 공식화했다.

열우당 몰락은 일찌감치 예정돼 있었다. 얼마 전 열우당을 탈당한 전 의원 김성호는 열우당에 대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고 해놓고 우파 친재벌 정책을 폈다. 친미자주라면서 미국 네오콘들의 요구를 다 들어줬다. 잡탕, 누더기 정당”이라고 한탄했다.

열우당 의원 임종인도 “이라크 파병 및 추가 파병,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인정, 법인세 인하, 비정규직 법안, 한미FTA 추진 등이 신뢰를 잃는 결정적 계기”라고 지적했다.

열우당 내 ‘비노계열’은 워낙 인기 없는 노무현을 팽개쳐버리고 싶어한다. 전 의장 이부영은 노무현이 “당을 무뇌 정당 내지는 반신불수 정당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했고, 심지어 노무현 당선의 일등공신이던 천정배마저 공공연히 노무현에 반기를 들고 있다. 이에 노무현은 “누가 옳은지 전당대회에서 가려 보자”고 맞서고 있다.

열우당 주류는 탄핵 주역 민주당과 합당을 염두에 두고 있다. 민주당을 비난하며 분당에 앞장섰던 천정배의 변신은 놀라울 정도다. “민주당은 한국 민주화와 개혁, 민생 안정에 크게 기여해온 정당”이며 “열우당이 민주당보다 더 민생개혁에 적극적이라거나 남북화해에 더 소신이 있는 것도 아니”란다.

이 때문에 열우당은 폐업 과정에서조차 자중지란에 빠져 비노 대 친노, 호남 대 비호남으로 갈기갈기 찢어졌다.

설령 열우당과 민주당, 두 개혁 사기 정당들이 모인다고 해도 그 당이 개과천선할 가망성은 없다. 신당 창당 총대를 맨 천정배는 “한미FTA가 이미 시작돼서 이렇게 온 이상 세계화 시대를 맞아 미국과 통 크게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평화세력의 재결집?

한편, 북핵 위기 속에서 전 대통령 김대중이 ‘정계개편’의 중심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반도 위기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이런 정계개편에 대한 기대가 자랄 수도 있다. 얼마 전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주최 토론회에서 민경우 FTA범국본 정책기획팀장은 민주노동당의 독자성을 인정하면서도 “평화세력의 재결집은 긍정적 흐름”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근태는 대중의 불안감을 교묘히 이용하려 한다. “전쟁 불사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의 대연합으로 나가야 한다.” 2002년에도 북한 핵을 빌미로 한 미국의 대북 압박 속에서 대선이 치러졌다.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위해 한나라당의 집권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해 노무현에 투표했다.

그러나 노무현은 한반도 긴장 해소는커녕 위기 고조 공범 중 하나였다. 한나라당과 우익의 준동은 노무현식 대북정책이 파산한 데서 비롯한 것이다.

김근태의 ‘평화번영세력 통합론’, 정동영의 ‘신중도 통합론’, 천정배의 ‘민생개혁세력 통합론’, 고건의 ‘중도실용개혁세력 통합론’ 등은 모두 현혹돼서는 안 될 것들이다.

이라크 파병, 미군기지 평택 이전, 비정규직 확산 등을 주도했거나 지지했던 자들이 ‘평화’와 ‘개혁’을 운운하는 것부터 그렇다. 그래서 전 열우당 의원 김성호도 “정체성을 상실한 열우당, 부패한 지역주의 정당 민주당, 기회주의적 고건이 모여 시너지 효과가 날까?”라며, 이들의 “[반한나라당 전선은] 과거 친일했던 자들이 반공의 기치 아래 숨어드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과 같은 진보 정당이 중도세력의 파산이 빚은 이 공백을 채우려 노력하는 것이 한나라당과 같은 우익의 준동에 맞서는 효과적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