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6자회담 재개의 의미와 전망:
미국 - "찍찍대는 사자"

북한 핵실험 3주 만에 미국은 북한과 6자회담 재개를 약속했다. 대량살상무기 보유 의혹만 풍겼을 뿐인 이라크를 침략했던 부시 정부가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증명한 북한과는 대화 테이블에 마주앉기로 한 것이다.

이런 모순에 대한 비난을 의식한 듯, 부시 정부는 북한에 양보한 것이 없다고 강변한다. 북한측이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로 했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셀리그 해리슨이 지적하듯이, “이번 회담[비공식 양자회담]에 동의한 것 자체가 큰 양보”다. 그 동안 미국은 양자회담을 일관되게 거부했다.

“6자회담 틀 안에서 … 대북 금융제재를 야기한 불법 행위와 관련한 문제점들을 협력해서 해결해 나[아가겠다](주한 미국대사 버시바우)는 입장도 명백한 후퇴다. 그 동안 미국은 대북 금융제재가 법 집행 차원의 문제이지 ‘협의’로 풀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네오콘의 신념으로 치자면 악행을 보상하지 말아야 하는데, 부시 정부는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해 양보를 암시하며 대화로 복귀한 것이다. 존 페퍼가 올해 7월 북한 미사일 실험 이후 쓴 글에서 재치있게 비유했듯이, 영락없이 미국은 “으르렁대는 쥐” 앞에서 “찍찍대는 사자” 신세다(www.fpif.org/fpiftxt/3401).

중동

왜 미국은 핵확산금지체제에 도전한 북한을 응징하지 못하고 대화에 복귀한 것일까? 6자회담 재개 합의가 예상보다 일찍 이뤄지긴 했지만 이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두 가지 이유로 미국은 회담장에 나가는 것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물론 자존심의 상처를 최소화하면서 말이다.

첫째, 미국은 현재 중동에 집중하고 있으므로 동북아 지역으로 전선을 확대할 여력이 없다. 부시 정부는 이라크에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라크의 현 상황이 베트남 전쟁 당시 설(뗏) 공세에 비유할 법하다는 지적에 부시가 수긍했을 정도다.

특히, 중동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부시 정부가 위기 극복 방안의 하나로 이란 공격을 힘들게 준비하고 있는 것도 북한과 대화에 나선 이유 가운데 하나다. 북한과 6자회담 재개에 합의한 바로 그 날, 미국 국무부 군축·비확산 담당 차관 로버트 조지프는 “핵확산금지조약의 가장 중대한 위협”은 “이란”이라며 “이란은 심지어 북한보다 복잡하고 위험스럽다”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마치 미국이 북한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것처럼 말하는데 그것은 순전한 착시다. 사자가 쥐 앞에서 “찍찍대는” 이유는 쥐가 무서워서가 아니다. 사자가 다른 상대와의 싸움에 지쳐 있고 여전히 그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골몰하느라 쥐와 싸울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쥐는 이런 상황을 이용해 으르렁거리며 협상력을 높이려 해왔다.

둘째, 그렇다고 미국으로선 북한을 계속 무시하고 방치할 수만은 없었다. 왜냐면 부시 정부는 북한의 핵 보유가 주변국, 특히 일본·남한·대만 등 동맹국들의 핵무기 개발을 자극할까 봐 걱정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간선거 때문에라도 부시 정부는 “북한 문제”를 방치한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됐다. 그렇지 않아도 중간선거가 이라크 쟁점으로 뒤덮인 마당에 미국이 동북아에서도 통제력을 잃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주변국, 특히 중국의 도움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중국에게 대북 제재 동참을 촉구했는데, 이것은 중국이 동북아의 불안정을 원하지 않는다면 알아서 북한을 말려 달라는 요구였던 셈이다.

실제로, 중국은 그 나름의 이해관계 때문에 대북 제재에 그 나름의 수위로 동참했고, 이것을 지렛대 삼아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냈다. 이 압력의 결과 북한은 “[금융]제재의 모자를 쓰고는 6자회담에 나갈 수 없다”는, 1년 동안 고수해온 입장을 바꿔 6자회담 복귀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