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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인가?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인가?

사라 장(미국 시카고 지역 반전 위원회 활동가, 경제연구와 사회변혁 센터The Center for Economic Research and Social Change 회원)

[편집자 주]미국의 반전 운동 활동가 사라 장이 9월 11일 테러 이후 미국의 국내 정치 상황을 분석·비판한 글을 〈다함께〉에 보내 왔다.

뉴욕과 워싱턴의 참사 이후, 미국의 언론들은 정부와 같은 편에 서서 아랍계 미국인과 무슬림을 공격했다. 아랍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뉴욕의 브루클린 거리에는 아랍인들 모두를 폭파시켜 죽이겠다고 고함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시카고의 ‘아랍 액션 네트워크’라는 아랍인 단체는 문을 닫아야만 했다. 차를 타고 사무실 주변을 돌면서 아랍인들을 “아동 살인범”이라고 욕하고 협박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아랍 액션 네트워크’의 간사 하템 아부다이에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일은 폭탄이 터질 때마다 일어납니다. 나는 이[9·11] 공격 직후에 정부가 아랍인들과 무슬림들을 희생양 삼을 것이라는 점을 바로 알았습니다.”미국의 언론들은 왜곡된 표현을 통해 이런 상황을 조장했다. 9·11 공격 직후 미국의 언론 매체는 이스라엘 점령지의 팔레스타인인들이 환호하는 장면을 계속 보여 주었다. 이런 단면만을 보는 미국 시민들 사이에서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분노가 일기도 했다. 아랍계 미국인들에 대한 언론 매체와 정치권의 공격은 전쟁이 시작된 이후 더욱 심해졌다. 미국 정부는 전쟁을 수행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국민의 지지라는 것과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정권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베트남 전쟁의 경험을 통해 배웠다. 그래서 미국 정부는 아랍계 미국인들에 대한 마녀 사냥과 광신적인 애국주의 열기를 이용해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봉쇄하려 한 것이다.

애국자법

지금 미국에서는 광기 어린 전쟁몰이와 함께 정치적 억압과 인종차별주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화되고 있다. 많은 아랍계 미국인들이 공항에서, 길거리에서, 직장에서 린치당하고 있다. 아랍계 미국인이며 ‘글로벌 릴리프 펀드’(세계구제기금)라는 단체의 창립자인 라비 하다드는 아무런 범죄 사실이 없는데도 2개월 동안 독방에 감금돼 있다. 그는 한 달에 한 번 15분 동안 가족에게 전화하는 것 외에는 모든 권리를 박탈당했다. 또 다른 아랍계 미국인 아나 무스타파는 아버지의 장례식에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타려다 시카고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아나의 부츠를 가리키며 “나는 이 부츠를 신고 너희 부모의 묘 위에서 춤을 출 작정”이라며 조롱했다. 경찰은 아나가 자기 지갑 속에 폭탄이 들어 있다고 협박했다는 거짓 증언도 했다. 검사는 아나에게 실형을 구형했다. 시카고 지역 반전 활동가들은 라비 하다드와 아나 무스타파의 구명 운동을 구축하고 있다. 이런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무슬림 여성은 “히잡”(스카프)을 벗으라고 강요당했다. 터번을 쓴 무슬림은 극우 인종차별주의자들의 린치 대상이 됐다. 심지어는 무슬림과 비슷한 터번을 쓰는 시크교도들까지도 린치당했다. 미국의 사법부는 새로운 테러방지법인 “애국자법”을 도입했다. 이 법은 작년 10월 말 민주당과 공화당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 의회를 통과했다. 이 법의 궁극적인 목표는 경찰력 강화다. 이 법의 규제 대상은 미국이 규정한 “테러 국가” 출신의 이민자들과 아랍계 미국인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정부의 정책에 도전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 법의 규제를 받을 수 있다. 최종 선고 전 무죄 추정의 원칙도 철저하게 무시된다. 나이·성별·인종·사상 때문에 처벌받을 수 있다. 심지어 미국의 일부 주는 자체적으로 테러방지법을 만들었다. 일리노이 주에서는 법을 위반하면 사형당할 수도 있다. 연방 테러방지법은 비밀 감금, 군사재판, 변호사 접견 불허, 고문 합법화, 신분증 소지 의무화 등을 규정하고 있다. 자기 이웃의 언행을 감시하고 보고할 수 있게 했다. 미국 사법부는 5천 명의 아랍계 미국인 용의자 중 최근 2년 내에 중동 각국에서 입국한 18∼33세의 1천2백 명을 추려 수사에 들어갔다. 1천2백 명의 3분의 1 이상이 아직도 감옥에 있다. 그 중 다수는 학생 비자로 미국에 들어온 학생들이다. 연방수사국(FBI)은 주로 대학 당국의 협조를 받아 이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9·11 공격 이후 FBI는 학생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2백 개 대학의 학생처에 협조를 구했다. 위스콘신 대학이나 미시간 대학 등 일부 대학들은 이에 반발했지만, 1백25개 대학은 FBI의 요구에 자발적으로 협조했다. 학생들은 이런 조치에 크게 반발했다. 많은 대학에서 이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와 서명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 법은 학계에도 큰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작년 9월에는 전국대학이사회 및 동창회(The American Council of Trustees and Alumni : ACTA)가 “반애국적” 학자들의 블랙 리스트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 단체는 부통령 딕 체니의 처인 린 체니와 2000년 대선 당시 민주당 부통령 후보였던 조 리버먼이 설립한 단체다. 이것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차이가 얼마나 별것 아닌가를 보여 준다. 리스트에 노움 촘스키나 하워드 진 같은 유명한 좌파 교수는 물론, 부시 정권의 대테러 전쟁에 호응하지 않은 학자들까지 포함돼 있다. 사우스플로리다 대학의 컴퓨터과 교수인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사미 알 아리안(43세)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정치적 입장 때문에 해고당했다. 그러자 사우스플로리다 대학은 물론 미국 전역에서 큰 논란이 벌어졌다. 이것은 거의 모든 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마녀사냥의 단면일 뿐이다. 뉴멕시코 대학, 브라운 대학, MIT 대학,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당국은 전쟁에 반대하거나 정부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교수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억압에 맞서 “경제연구와 사회변혁 센터”는 학문의 자유를 위한 웹사이트(http://www.academicfreedomnow.org)를 만들어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벌써 하워드 진을 포함한 3천 명의 학계 인사들이 서명 운동에 동참했다.

반격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조그맣게 시작한 반전 위원회들은 지금 지역 조직을 넘어 전국 조직을 건설하고 있다. 2월 말에 뉴욕에서 열린 전국반전회의는 전국적인 운동 네트워크를 건설하기 위한 토론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각 대학의 투쟁 경험을 공유한 뒤 반전 운동의 미래를 전망하면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학생 반전 단체들은 아직도 감옥에 갇혀 있는 아랍계 미국인 방어, 반전 토론회, 학문·사상의 자유 등 민주적 권리를 수호하기 위한 운동을 적극 건설하고 있다. 그 동안 IMF·WTO 반대 투쟁을 건설했던 학생 활동가들은 반전 투쟁을 경험하면서 한동안 세계정의운동(Global Justice Movement) 내에 존재했던 혼란 ― 전쟁까지는 아니더라도 미국 정부의 모종의 보복 조치를 지지하거나, 반세계화 운동과 반전 운동을 분리해서 바라보는 시각 ― 들을 극복하고 있다. 제국주의는 군사력을 동원한 전쟁과 IMF·세계은행 같은 국제 금융 기구들을 이용한 경제적 억압을 통해 그 힘을 확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미국 대학의 반전 위원회들은 4월에 워싱턴에서 열릴 IMF 반대 시위를 활발하게 조직하고 있다. 야만적인 전쟁과 민주주의에 대한 억압은 대중적 반전 운동으로써만 중단시킬 수 있다. 우리는 역사에서 이것을 배웠다. 현대 제국주의의 역사는 대중적 저항의 역사이기도 하다. 지금 미국의 운동은 큰 도전을 맞고 있다. 이 기회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우리 운동의 미래가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