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팔레스타인 베이트 하눈 학살 - “우리 딸의 머리를 찾아야 해요”

지난 8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베이트 하눈에서 벌어진 학살은 팔레스타인은 물론 전 세계를 경악케 했다. 이 학살로 19명의 무고한 민간인이 죽고 적어도 40명 이상이 다쳤다. 이것은 지난 2000년 9월 시작된 제2차 인티파다 이후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스라엘의 에후드 올메르트 정부는 이번 학살이 "기술적 실수"로 인한 "사고"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말을 믿을 사람은 거의 없다. 이번 사건은 이스라엘군이 그 전 일주일 동안 베이트 하눈에서 벌여온 군사 작전('여름비 작전')에 뒤이어 벌어졌고, 이미 지난 8일 전에도 53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살해됐다.

지난 6월 25일 이스라엘 병사 한 명이 팔레스타인 저항세력에 의해 체포된 뒤 지금까지 이스라엘군은 야만적인 보복 공격을 벌였고, 그 뒤 가자지구에서만 4백5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살해됐다. 유니세프 대변인에 따르면, 이 달에만 3백 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부상을 입었고, 올해 들어 지금까지 1백16명의 어린이들이 살해됐다.

이번에 살해당한 사람들은 대부분 일가족이었다. 그들은 모두 그 전 날 이스라엘군이 물러난 뒤 막 집에 돌아온 상태였다.

그 날 새벽 15분 동안 12∼15발의 폭탄이 집 주위에 떨어졌다. 많은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집에서 도망치다 죽고 말았다. 사망자 가운데 8명이 어린이였고 7명이 여성이었다. 이들은 모두 민간인이었다.

폭격이 시작되자 "사람들이 피범벅이 된 채 집에서 뛰쳐나왔다." 부상을 입은 14살짜리 소년은 이렇게 말했다. "자고 있다가 이웃 삼촌네 집에 폭탄이 떨어지는 소리에 깼어요. 그리고 나서 우리집 쪽 창문이 박살났죠. 집 밖으로 뛰쳐나왔는데 우리 머리 위로 폭탄이 떨어졌어요. 엄마와 여동생이 죽고 형제·자매들이 모두 다쳤어요."

또 다른 생존자는 이렇게 말했다. "집 밖으로 도망치는 사람들 위로 정확히 폭탄이 발사됐다. 사방이 피투성이였다. 내 사촌은 여동생을 구하려다 죽고 말았다."

한 기자는 자신이 본 광경을 이렇게 전했다. "살아남은 가족들이 집 앞에 주저앉아 울부짖는 동안 구급대원들은 근처의 길과 정원에서 흩어진 시체 조각들을 주워 모았다. … 사방에 피가 튄 골목길에 서 있던 한 젊은 남자는 자신의 어린 딸이 산산조각났다고 말했다. '우리 딸의 머리를 찾아야 해요. 우리 딸의 머리를 찾아야 한다구요.'그는 울부짖으며 땅에 주저앉았다."

같은 날 오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하마스의 군사조직인 '카삼'의 로켓포 부대 지휘관 아메드 우아드가 다른 하마스 대원과 함께 살해됐다. 우아드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외무부 장관인 마흐무드 자하르의 사위다. 가자지구 북부에서 또 다른 두 명의 하마스 대원이 살해됐고 요르단강 서안지방에서는 알 아크사 순교자 여단 지휘관 네 명을 포함해 다섯 명이 살해됐다.

분노

학살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학살 당일 동예루살렘에서 2백여 명의 팔레스타인 여학생들이 사원 앞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시위진압경찰이 쏘아대는 고무총탄 세례를 견뎌냈다. 목요일에 치러진 희생자들의 장례식에는 무려 1만여 명이 참가했다.

장례식에 참가한 사람들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 한 남자는 살해된 두 명의 갓난아기 시신을 가리키며 "이 아기에게 무슨 죄가 있냐"고 절규했다.

희생자와 부상자들의 후송을 거들었던 한 간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저항을 지속해야 합니다. 비록 그 대가가 이처럼 클지라도 말입니다. 해방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대가를 치를 각오가 돼 있어야 합니다."

학살 소식이 알려진 직후 시리아에 망명 중인 하마스 지도자 칼레드 마샬은 2005년 2월 이후 지속된 이스라엘과의 휴전 협정을 파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상황이 어려운데도 모든 팔레스타인 단체들에게 저항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나아가 하마스의 군사조직은 미국을 겨냥한 공격을 촉구했다. "미국은 시온주의자들의 점령 범죄를 정치적·재정적·논리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미국은 베이트 하눈 학살에 책임이 있다."

심지어 이스라엘과 타협을 추구해 온 마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조차 "이스라엘은 전혀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세는 지난 6월 말과 비슷하게 팔레스타인 통합정부 구성 논의가 막바지에 이를 즈음 벌어졌다. 서방 강대국들과 이스라엘은 지난 1월 총선 이후 구성된 하마스 정부를 인정하지 않은 채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돌아가야 할 구호 자금과 조세 수익을 차단해 왔고, 이를 통해 파타와 하마스 사이에 분열과 갈등을 부추겨 왔다.

이번 학살에도 불구하고 하마스와 파타 사이의 통합정부 구성 논의는 계속될 듯하다. 그러나 통합정부 구성이 곧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나 이스라엘군의 공격 중단을 뜻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스라엘 외무장관 치피 리브니는 지난 10일 〈예루살렘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떤 팔레스타인 정부든 세 가지 조건[이스라엘 국가 인정, 무장저항 포기, 이스라엘과의 기존 협정 수용]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 정부에 누가 있건, 그 정부의 이름이 무엇이건, 그건 중요치 않다." 또, 이스라엘 총리 올메르트는 이번 학살과 같은 "실수가 계속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이번 학살을 비난하는 유엔결의안에 또다시 ― 그리고 유일하게 ―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자신이 이스라엘의 한결같은 후원자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이것은 또 다른 학살을 방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레바논에서의 패배와 중간선거에서 겪은 수모에도 불구하고 시온주의자와 네오콘 일당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 전범 일당을 완전히 물리칠 때까지 반전 운동이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