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논술과 면접 비중을 대폭 확대한 2008학년도 입시안을 발표했다. "통합교과형 논술"이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본고사 부활이다.

덕분에 학생들은 3년 내내 내신성적을 관리하고, 수능 공부를 하고, 논술 준비까지 해야 하는 삼중고를 겪게 됐다.

서울대 입시안 발표 후 총 45개 대학에서 5만 1천여 명을 논술고사로 뽑겠다며 '서울대 입시안 따라잡기'에 나섰다. 전체 입학 정원의 13.9퍼센트가 논술을 봐야만 합격할 수 있는 것이다.

교육부도 "논술 준비 수험생은 18만 1천여 명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전체 수험생의 절반을 넘는 인원이다. '명문대'에 가기 원하는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논술고사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서울대는 논술로 학생들의 창의적인 사고를 평가한다고 한다. 하지만 입시 위주의 교과과정에서는 일면적 문답풀이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한 논술 출제자는 "어린 왕자와 여우의 관계를 인간 소외의 관점에서 다루라"는 질문에 70퍼센트의 학생이 김춘수의 '꽃'을 인용한 사실을 말하며 혀를 내두른다.

더구나 논술은 정식 교과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은 사설학원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2008년 입시안 발표 이후 전국의 논술학원이 갑절로 증가했다.

서울대 입시안으로 사교육 열풍이 논란이 되자 서울대 총장 이장무는 "강남 논술학원에 의존한 학생들이 좋은 점수를 못 받게 하겠다"며 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중심으로 논술고사의 난이도와 문제 등을 조율하는 "대학-고교 논술협의체"를 구성했다.

그러나 난이도와 문제를 조절한다는 대책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서울대와 교육부의 미봉책일 뿐이다.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사교육에 기댈 수밖에 없다. 결국 비싼 학원을 찾아갈 수 있는 소수의 부유층 자녀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단체들은 '본고사형 논술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11월 2일부터 교육부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공대위에서 주장한 것처럼 "진정 창의적이고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지려면 우선 가혹한 입시경쟁 체제가 해소돼야"한다.

진보적 교육운동단체들 중 일부는 "내신비중을 강화하는 것이 당장에 공교육을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학생들에게는 내신등급제 역시 "죽음의 트라이앵글"내신, 본고사, 수능)의 한 꼭지점일 뿐이다.

"죽음의 트라이앵글"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대학서열체제를 폐지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