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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아이스크림 인터뷰 - 영상을 통한 반전 메시지

스튜디오 아이스크림 인터뷰 - 영상을 통한 반전 메시지

양인애 정리

지난 3월 11일에 개최된 제1회 시민방송영상제 시상식에서 〈잘려 나간 평화, 데이지 커터〉(이하 〈데이지 커터〉)가 대상을 수상했다. 작품명에서 드러나듯이 〈데이지 커터〉는 반전 영상물이다. 〈데이지 커터〉를 제작한 스튜디오 아이스크림(Studio Iscream)을 만나 부시가 벌이고 있는 전쟁의 본질과 목적, 그리고 이에 맞서는 반전 운동의 방향 등을 들어 보았다.

Q. 〈데이지 커터〉를 만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A. 1999년 시애틀 투쟁 이후 세계화에 맞서는 운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7월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30만 명이 모인 반세계화 시위는 많은 영감과 고무를 준 사건이었죠. 그러던 차에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시작됐습니다. 우리는 전쟁이 결코 세계화와 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이것을 영상으로 표현하기로 맘먹었죠. 전쟁과 세계화가 맞닿아 있어 유럽에서는 반세계화 운동을 펼쳤던 사람들이 그대로 반전 운동에 가담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아셈(ASEM) 반대 투쟁이 건설됐던만큼 반전 운동이 싹틀 토양은 충분하다고 봤죠.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폭격 직후 〈더 이상 더는〉이란 반전 뮤직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20세기에 일어났던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내용이었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시가 벌이는 전쟁의 진실을 폭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10월부터 〈데이지 커터〉 제작에 돌입하게 된 것입니다.

Q. 〈데이지 커터〉에서는 반전과 반세계화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작품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습니까?

A. 영상은 미국이 테러를 당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어서 당시 진행되고 있던 미국의 무차별적인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비춥니다. 동시에,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숨겨져 있는 제국주의적 의도를 폭로합니다. 열심히 전쟁을 수행하는 것은 카스피 해에 매장되어 있는 석유와 천연가스 그리고 그것을 운송하는 안전한 수송로를 확보하려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이권을 획득하기 위해서였죠. 중반부에서는 미국이 전쟁을 벌이는 데 동원했던 명분이 얼마나 위선적인가를 실제로 전쟁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따지게 됩니다. 미사일에는 눈이 없죠. 전쟁은 저항할 새도 없이 어린이와 여자, 노인들을 희생시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전쟁으로 인간의 삶이 처참하게 파괴되지만 아프가니스탄이 아닌 곳에서도 인간의 삶은 파탄납니다. 바로 전쟁의 수확물을 거둬 가는 자들이 키우고 있는 신자유주의라는 괴물 탓입니다. 이것을 교차시키면서 반전과 반세계화를 연결시켰습니다. 결론은 전쟁을 끝장낼 수 있는 방안을 담았습니다. 세계화에 반대해 왔던 투쟁들, 특히 영국이나 이탈리아에서 벌어진 거대한 시위들을 소개하는 것을 담았죠. 그리고 세계화의 군사적 표현인 전쟁을 종식시킬 진정한 세력의 중요성을 보여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Q. 〈데이지 커터〉는 얼마 전 개최된 제1회 시민방송영상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는데요. 대상을 수상한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덧붙여 작품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A. 시민방송영상제는 우리의 목소리를 외칠 또 하나의 장이었습니다. 대상을 받은 것은 우리의 목소리가 진실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작품을 다시 보면 반전과 반세계화의 연결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제작 과정에서 노동자들과 인터뷰를 해 보니 아직 노동자들은 전쟁과 자신의 투쟁을 연결짓지 못하고 있어요. 다시 작품을 만든다면 전쟁을 종식시킬 진정한 힘을 지닌 노동자들이 왜 자신의 투쟁을 작업장에만 가둬 두는지에 천착하고 싶습니다. 노동자들은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분명하게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일환인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사유화 정책에 반대하는 자신들의 투쟁이 전쟁과 연결되어 있다는 자각을 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우리의 주장을 노동자들에게 납득시키려면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고 부연 설명도 필요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의 중동 개입 역사라든가, 아프가니스탄과의 연계 등 자료 화면이 영상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는데요. 주제의 성격상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고 봅니다.

Q. 〈데이지 커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A. 독립 매체이기 때문에 자금 사정이 무엇보다 문제죠. 하지만 금전 문제는 처음부터 각오했던 것이기 때문에 카다란 장애가 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영상물에 담을 인터뷰 내용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반세계화의 관점에서 전쟁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곳이 많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전쟁과 세계화의 밀접함을 지적하는 데서 굉장한 고민을 하더라구요.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의 지도부 역시 전쟁에 반대하고 있었으나 그것이 자신들 분야에서의 투쟁과 어떻게 연관돼 있느냐를 명확히 하지 못하고 있었던 거죠. 이 점에서 〈데이지 커터〉가 반전 운동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고 그것을 통해 함께 고민하고 성장하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Q. 준비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점점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반세계화의 측면에서 계속 부시의 전쟁에 맞서는 반전 영상물을 제작할 것입니다. 그것이 〈데이지 커터〉에 덧붙이는 식이 될지, 새로운 단편물이 될지는 아직 계획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외에도 환경 관련 영상을 준비중입니다. 세계화는 직접적인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것도 모자라 환경도 무참히 짓밟습니다. ‘교토 의정서’를 폐기한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부시는 환경 파괴 주범이기도 하죠. 환경 관련 영상물은 세계화와 환경 파괴 문제를 연관지으면서 환경을 착취하는 자가 인간도 착취한다는 것을 폭로할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반전 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사람이라면 누구든 외치고 싶어합니다. 특히 감춰져 있는 진실을 발견했다면 그것은 한층 더하겠죠. 하지만 한사람씩 흩어져서 외치는 것은 의도적으로 진실을 감추었을 누군가에게 대항하는 데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우리는 주위 사람들과 손잡고 이것을 논의해야만 합니다. 외치는 방법도 여러 가지입니다. 그림이 될 수 있고 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영상이 필요하다면 저희와 함께합시다. I Scream은 We Scream을 꿈꾸니까요.

스튜디오 아이스크림 홈페이지 http://www.studioiscream.com 전화 번호 : 02-964-3736016-229-0490(김학균)/017-624-5222(이훈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