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30번 넘게 부동산 대책을 발표해 온 것이 무색하게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집값을 잡는다더니 실제로는 집값만 올려놓은 노무현 정부에 대한 분노가 켜켜이 쌓이고 있다.

이에 청와대 홍보수석 이백만은 “획기적인 주택 공급 정책을 준비하고 있”으므로 “지금 집을 샀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사람들을 겁주려 했다.

그러나 자신은 대출을 받아가며 강남에서 아파트를 사고팔아 약 20억 원을 번 것이 밝혀져 “이백만이 아니라 이십억 홍보수석”이라는 비웃음을 샀다.

연간 소득이 평균 3천~4천만 원인 보통 사람들은 일주일 새 아파트 가격이 1억 원 넘게 올랐다는 소식에 울화가 치밀어오른다. “평생 집 한 채 못 사고 셋방살이로 살아야 하는 이 세상 … 아끼고 절약해 봤자 무슨 소용 있겠느냐.” 건교부 게시판에 적혀 있는 한탄이다.

“집값이 안정된다는 정부의 말을 믿고 집을 팔았는데, 평당 1천만 원대에 판 그 집이 평당 3천만~5천만 원이 된다고 하니 미쳐버릴 것 같다.”

뒤늦게 부담스런 이자를 지고라도 대출받아 집을 산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혹시 내가 상투를 잡은 건 아닌가” 하며 불안에 떨고 있다.

코미디

노무현 정부는 아직도 남 탓하기에 바쁘다. “투기를 조장해 폭리를 취하려는 일부 건설업체들, 주택을 담보로 높은 금리의 돈장사를 하려는 일부 금융기관들 … 자극적인 기사로 시장 관계자와 독자들의 관심을 끌려는 일부 부동산 언론들”이 정부 정책을 흔들어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설업체들의 폭리를 막기 위해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의 주장에 “열 배 남는 장사도 있다”며 시장 논리를 역설하고, “분양가가 높으니까 내리라는 압력이 제기될 게 분명한만큼, 공개할 수 없다”며 ‘투기를 조장하는 건설업체들’을 비호한 게 바로 노무현 정부다.

그래서인지 경실련이 발표한 ‘문민정부 출범 이후 건설부패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노무현 정부 들어 건설부패의 건수와 액수가 커졌다.

주공은 판교에서 “33평짜리만 당첨돼도 1억 6천만 원은 법니다” 하고 홍보했다. 그러고는 국세청을 통해 판교 당첨자 전원에게 투기 혐의가 있는지 조사한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투기판을 만들어 놓고 투기를 막겠다니 이게 무슨 코미디인가.

금융기관 탓이라는 주장도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설비투자 등 기업대출이 크게 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니까 “은행들은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되는 주택담보대출에 주력”하게 된다.

물론 “부동산 정책이 기존의 세제정책에서 공급확대 정책으로 선회했다”는 보수 언론의 비난에 정부가 발끈하는 것은 당연하다. 노무현 정부는 판교 개발부터 은평 뉴타운, 송파 재개발, 검단 신도시 등 공급확대 정책을 포기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비록 공급확대 발표 때마다 집값은 치솟기만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정부 부동산 정책의 또 다른 축이라는 ‘세금 강화’는 노무현의 비유처럼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린” 대표적인 정책이다. 주택·토지 재산세 실효세율을 0.15퍼센트에서 1퍼센트로 단계적으로 올리는 것을 2017년으로 멀찍이 잡고, 이마저도 5·31 지방선거 패배 후 세금 인상률을 50퍼센트에서 10퍼센트로 낮춰 집부자들에게 굴복했다.

종합부동산세도 끝까지 유지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다음 집권이 유력하다고 생각하는 한나라당은 “주택 2~3채 보유자는 투기자라기보다는 주택임대 시장 공급자”라며 떳떳하게 집부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IMF

결국 노무현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정책은 ‘더 많은 공급’밖에 없다. 이번 주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용적률 확대·녹지비율 조정 등을 통한 분양가 인하·공급 확대 정책이나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도 건설업자와 투기꾼의 이익을 보장하는 대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와중에 한국을 방문한 IMF 아시아·태평양 한국담당 부국장 제럴드 시프는 “[한국] 주택 가격에 거품은 없다”고 말해 공급확대 정책에 힘을 실어줬다.

하긴 1980년대 말 일본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직전에도 “일본 부동산 시장에는 거품이 없다”고 말하고, 1997년에 한국 정부가 구제 금융을 신청하기 직전에도 “한국 경제의 펀더멘틀[기초]은 양호하다”고 말한 게 IMF였다. 돌팔이 의사는 여전하다.

노무현 정부가 집값을 잡고 싶은 의지는 있는지 모르지만, 그걸 실행할 능력은 없다. 왜냐하면 열우당이건 노무현 정부건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장주의자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별것도 아닌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경기가 후퇴할까 봐 벌벌 떨었다. 한나라당조차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하자, 노무현은 “경기를 죽일 수 있는 이런 규제[분양원가 공개]를 만들자는 것인가” 하고 말했다.

인구의 0.1퍼센트에 불과한 부동산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는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면서도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 김수현은 “고용이 악화될까 걱정했고, 8·31 때는 너무 걱정스러웠”다고 실토했다.

노무현 정부의 시장주의 정책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개별 공시지가는 1천18조 원이 올랐고 아파트 시가총액은 3백90조 원이나 올랐다. 같은 기간에 당국에 신고된 부동산 양도차익만 64조 3천1백38억 원에 달한다.

이제 ‘반시장적’ 정책을 도입해야만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토지보유세를 올리고 주택토지공개념 같은 근본적인 투기수익 환수 정책을 펴면서,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할 때만 집값 폭등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대다수 집없는 서민들이 조직 노동계급의 주도로 거리로 나서는 행동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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