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해결책에 관한 다양한 계획들 사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제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국민투표로 여겨졌던 지난달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거둔 승리에도 불구하고 미군의 조기 철수라는 생각은 가능한 대안에서 급속히 제외되고 있다.”

지난 12월 1일치 〈뉴욕타임스〉는 오는 6일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이라크 스터디 그룹(ISG)’의 최종 보고서 내용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ISG는 민주·공화 양당의 고참 정치인과 전·현직 관료들로 이뤄진 자문위원회로, 지난 몇 달 동안 이라크 수렁에 빠진 미군을 구해낼 ‘묘책’을 찾으려 애써 왔다.

〈뉴욕타임스〉의 보도를 보면, ISG 보고서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이라크 주둔 미군 병사 15만 명 중 15개 전투여단(최대 7만 5천 명 규모)을 단계적으로 철수하도록 ‘권고’(강제력이 없다)하는 것이다.

그러나 점령 종식과 진정한 평화를 염원하는 입장에서 볼 때 이 방안은 완전한 사기극이다. 첫째, ‘단계적 철군’이라지만 구체적 철군 시한이나 일정표가 없다.

둘째, 사실 ‘철군’이라는 말 자체가 사기다. 미국 어법상 ‘철수’나 ‘철군’이라는 용어는 반드시 해외 주둔군의 본토 복귀를 뜻하는 게 아니다. 여기에는 단순히 전투 현장에서 벗어나는 것까지 포함되고, 따라서 실제로 7만 5천 명이 이동하더라도 그것은 ‘본토 복귀’가 아닌 ‘이라크 또는 중동 내 재배치’일 수 있고 또 그럴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군이 이라크에 짓고 있는 4개의 초대형 기지는 이를 방증한다.

재배치

셋째, ‘철군’(또는 ‘재배치’)은 결코 평화적 과정이 아니다. 베트남전의 경험을 볼 때, 지상군 감축은 공군력에 대한 의존을 크게 증대시킬 것이다. 이것은 더 많은 폭격을 뜻할 것이고, 따라서 더 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낳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일시적 병력 증강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즉, ‘재배치’의 핵심 전제 조건인 바그다드에 대한 통제력 회복 등을 위해 ‘일시적’ 병력 증강을 허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부시 정부는 바그다드에 추가 병력을 보낼 계획인데, 상당수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바로는, ISG 인사들은 적어도 “몇 개월 정도는 ‘재배치에 필요한 환경 조성’을 위해 병력 증강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이 ‘용두사미’ 보고서에 유일한 ‘장점’이 있다면, 그것이 부시 일당에게도 별 도움이 안 될 거라는 점이다. 노련한 ‘현실주의자들’답게 “ISG 위원들은 민주적 이라크를 위한 시나리오는 하다 못해 아주 장기적으로 볼 때조차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뉴욕타임스〉)

그러나 이러한 ‘현실적 목표 수정’조차 미국이 이라크에서 처한 정치·군사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먼저, 부시 자신이 거듭 인정·강조하듯이, 미군 ‘철군’ 또는 ‘재배치’의 수준과 속도는 대체로 이라크 군·경의 독자적 치안 유지 능력 확보 수준과 속도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이라크 군·경의 독자적 치안 유지 능력 확보는 거의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다는 게 분석가들의 중론이다. 게다가 이라크 군·경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은 점점 더 미군과 사이가 틀어지고 있는 시아파 민병대들의 수중에 떨어지고 있다.

사실, 부시 처지에서 지금 상황은 이라크 ‘정부군’이 아니라 ‘정부’ 자체의 앞날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지난 11월 30일 이라크 총리 말리키가 부시와의 회담을 강행하자 강경파 반미 성직자인 알 사드르는 앞서 공언했던 대로 정부와 의회에서 자신의 지지자들 ― 장관 5명과 의원 30명 ― 을 모두 철수시켰다.

나아가, 알 사드르 측 의원들은 미군 철수 일정표를 요구하기 위해 모든 종족과 종파를 아우르는 “반미·반점령 동맹”의 결성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동맹은 말리키 정부의 불안정을 심화시키는 한편 미군의 점령 명분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다.

ISG가 내놓을 보고서의 또 다른 핵심 내용인 ‘이란·시리아와의 대화’는 미국 혼자서는 이러한 정치·군사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에서 비롯한다.

그러나 최근 레바논 정치 위기에 대한 부시 일당의 반응을 볼 때, 적어도 당분간 그들은 ‘악의 축과의 타협’을 뜻하는 이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행여라도 전술적 유연성을 발휘해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이라크 상황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 이라크 정치 세력에 대한 이들 ‘외부 세력’의 영향력은 상당히 과장돼 있고, 특히 사드르 운동과 수니파 저항 세력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이라크 전쟁을 주도했던 당사자들 사이에 실패를 인정하는 ‘고백’이 유행하고 있지만 ― 최근에는 럼스펠드와 라이스가 가세했다 ― 미군 철수라는 진정한 해결책은 여전히 그들의 선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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