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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운동의 전진을 위해

최근 뚜렷이 강화되고 있는 반전 정서는 실로 한국 지배자들의 걱정거리다. 〈KBS 9시 뉴스〉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무려 90퍼센트가 자이툰 부대 철군을 지지했고, 〈MBC 뉴스데스크〉여론 조사에서도 76퍼센트가 파병 연장에 반대했다.

이런 압도적 파병 반대 정서 때문에 열우당 이미경 의원은 “미국의 명분 없는 전쟁에 끌려가다 유권자들에게서 외면당할 것”(〈중앙일보) 12월 1일치)이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심지어 〈조선일보〉조차 “미국 내에서 1년 앞으로 다가온 한국 대선에서 반미 감정이 나타날 가능성에 대한 경고성 발언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고 우려할 지경이다.

열우당이 “2007년 자이툰 임무 종결”이라는 ‘면피용’ 카드를 내놓은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다.(이에 대해서는 관련 기사 “2007년 자이툰 철군? ― 생색내기에서도 후퇴한 열우당의 눈속임”과 “정부와 열우당의 ‘철군’ 사기극”을 참조하시오.) “2007년 자이툰 임무 종결”이라는 눈속임 카드를 꺼내 반전 여론을 현혹시키지 않고서는 도저히 파병을 연장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의 반전 여론 확산은 부시와 공화당의 중간선거 패배가 촉발했다. 전쟁광들의 선거 패배는 반전 활동가들과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제공했다.

그러나 부시의 중간 선거 패배 이면에는 이라크인들과 국제 반전 운동의 끈질긴 저항이 있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03년 이라크 침략 이후 국제 반전 운동은 미국·영국·한국 등 주요 파병국 정치 지도자들의 지지율 하락과 반전 여론 확산을 이끌어 냈고, 몇몇 나라들에서는 실제로 철군을 쟁취하기도 했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2004년 3월 스페인 반전 운동이 우파 총리 아스나르를 쫓아내고 스페인 군대를 철군시킨 것이다.

물론 부시 일당이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현재 부시의 이라크 점령은 이라크인들의 저항과 미국 내 반전 여론에 부딪혀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고, 이 때문에 점령 정책이 일부 수정될 수 있다. 예컨대 일부 미군의 철군, 미군 기지의 숫자를 줄이면서 효율을 높이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이것은 점령의 포기가 아니다.

중간선거

부시는 이라크 총리 알 말리키와의 만남에서 “명예로운 철군”은 없다며 “미군 철군이라는 생각은 비현실적이며 미국은 필요한 만큼 이라크에 계속 미군을 주둔시키겠다”(〈뉴욕타임스〉12월 2일치)고 못박았다.

중간선거 결과 다수파가 된 민주당이 전쟁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도 중요한 사실이다. 1965년 베트남 전쟁을 시작했던 것도, 1991년 걸프전이 끝난 뒤에 이라크 경제제재를 지속하고 간헐적인 폭격으로 1백만 명의 이라크인들을 학살한 것도, 1999년 발칸반도 전쟁을 주도한 것도 민주당 정부였다.

한편, 한국 반전 운동이 맞이한 흔치 않은 기회에 비추어 볼 때 좌파민족주의 경향의 주요 지도자들이 한미FTA 반대 운동에 비해 자이툰 철군 운동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지금 자이툰 철군 문제는 한국 주류 정치의 아킬레스건이자 약한 고리다. 이런 상황에서 운동이 전체 전선 가운데 가장 유리한 곳에 힘을 집중해 강력한 투쟁을 벌인다면 다른 운동의 사기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열우당이 파병 연장에 동의했기 때문에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등 일부 의원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파병 연장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반전 운동의 사기가 꺾일 이유는 없다. 파병 찬성론자들은 철군 시한 논란 등으로 이미 정치적 상처를 크게 입고 파병을 연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들도 결코 그들에게 유리하지 않다.

열우당이 “2007년 임무 종결 시한” 집어넣는 것을 포기한다면 이는 그들의 위선을 드러내 반전 운동의 정치적 명분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만약 “임무 종결 시한”을 집어넣는다면, 그것은 내년에 벌어질 운동에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 될 것이다.

게다가 내년 대선도 반전 운동에게 좋은 기회다. 이미 유력 대선 후보들에 대한 평가 항목에서 자이툰 철군 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한국일보〉의 “대선주자 정책 지상청문회”에서 첫번째 질문은 부동산 문제였고 두번째 질문이 바로 자이툰 철군 문제였다.

하반기 “자이툰 즉각 철군”을 위한 운동에 집중하면서도 ― 이는 내년의 운동을 위한 중요한 기반을 다지는 일이다 ― 그와 동시에 내년을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