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됐던 대우건설 소속 한국 노동자 9명이 3일 만에 풀려났다. 노동자들이 무사히 풀려난 것은 정말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나이지리아에서 한국 노동자들이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된 것은 지난해 5월을 비롯해 벌써 두 번째다. 지난 1년 간 미국·영국·중국·이탈리아 등의 노동자들이 납치됐다. 이곳에서 납치가 거듭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경쟁

최근 아프리카 석유를 둘러싸고 강대국들 사이의 경쟁이 격화됐다.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중동 지역의 불안정이 장기화하면서 미국과 중국 같은 열강은 물론이고 한국도 나이지리아를 비롯해 석유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 지역 진출에 힘써왔다.

특히 미국은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미국은 2004년과 2005년, '테러와의 전쟁'이란 명분으로 이슬람 무장조직을 겨냥한 군사활동을 벌였고, 현재 에티오피아와 함께 소말리아에 대한 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은 아프리카 1위, 세계 7위의 석유 수출 대국인 나이지리아를 아프리카 지역 패권 장악의 교두보로 삼고 싶어한다. 그래서 미국은 군대를 보내 나이지리아 군대를 훈련시키는 등 나이지리아를 지역 패권 국가로 성장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중국도 2000년 이후 아프리카 교역량을 5배 가량 늘리고 2006년을 '아프리카의 해'로 선정하는 등 아프리카 자원 확보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의 경우처럼 군사적 개입과 함께 진행됐다. 지난 1996년부터 2003년까지 중국의 아프리카 무기판매액은 러시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중국이 '유엔평화군'명목으로 파견한 병력의 대부분이 아프리카에 집중돼 있다.

중국 정부는 나이지리아 정부와 대규모 석유 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나이지리아 정부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래서 작년에 니제르델타해방운동(MEND)은 중국 정부에게 나이지리아의 석유 생산지인 니제르삼각주에서 손을 떼라고 경고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다국적 기업들이 속한 제국주의 국가들로부터 재정적·군사적 지원을 받아 니제르델타해방운동(MEND) 같은 무장세력들의 저항을 짓밟고 있다. 최근엔 다국적 기업 스스로 용병을 고용해 지역 주민들에게 폭력을 사용했다.

결국, 니제르삼각주가 그토록 폭력적인 곳이 된 일차적 책임은 미국 중국 등의 제국주의 국가들에게 있다.

부패

나이지리아 대중들이 서방 제국주의 국가와 다국적 기업의 진출을 환영할 수 없는 이유는 명백하다. 석유 때문에 나이지리아 등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그것이 평범한 아프리카인들의 삶을 개선시키기커녕 어떤 면에서는 더 악화시켰다.

석유 생산·수출 과정에서 생겨나는 부는 고스란히 다국적 기업과 토착 지배계급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

'국제위기그룹'의 보고서 〈나이지리아: 풍요 속의 결핍〉2006)을 보면, 나이지리아에서 석유로 벌어들인 돈의 85퍼센트를 인구의 1퍼센트가 가져간다. 나이지리아 정부의 반부패 당국이 조사한 바로는 2003년에 나이지리아가 석유로 벌어들인 돈의 70퍼센트가 착복되거나 엉뚱한 곳에 낭비됐다.

1965년 나이지리아의 국민 1인당 소득이 2백50달러였는데 2004년에는 2백12달러로 오히려 줄었다. 1960년 15퍼센트였던 나이지리아의 빈곤층은 1996년에 66퍼센트까지 늘어났고, 2003년 조사를 보면 하루 1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생계를 꾸리는 사람이 80퍼센트다.

환경파괴도 심각하다. 지난 30년 동안 계속된 석유 채굴 과정에서 배출된 매연들은 대기를 심각하게 오염시켰다. 니제르삼각주가 속한 바엘사 주(州)에서 5천 건의 호흡기 질환과 12만 건의 천식이 보고됐다. 송유관에서 유출된 석유가 농지와 식수를 오염시키기도 한다.

절망

요컨대, 제국주의 국가들의 군사적 지원과 개입, 다국적 기업의 이윤 지상주의와 그와 유착한 토착 지배계급의 부패가 나이지리아와 니제르삼각주에 만연한 폭력, 빈곤과 불평등, 환경파괴의 원인이다.

이런 현실에 절망한 나이지리아인들이 저항의 한 방식으로 석유시설 테러나 외국인 납치 등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도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처럼 아프리카, 특히 나이지리아의 석유 자원 확보에 힘을 써왔다. 대우건설의 나이지리아 진출도 그 일환이다. 대우건설은 이곳에 진출한 다른 기업들처럼 용병을 고용하면서 이곳의 불안정에 일조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평범한 나이지리아인들의 삶을 담보로 한 석유자원 확보를 중단하지 않는 한, 무고한 한국 노동자들이 토착 무장세력들의 공격과 납치 위협에 계속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