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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밀실 거래로 우리의 삶을 파괴하려는 시도

한미FTA 6차 협상이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끝났지만 미국 측 대표인 웬디 커틀러는 “[협상이] 잘 되고 있고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남은 ‘핵심 쟁점’들인 무역구제·자동차·의약품·섬유·농업 등은 고위급 회담을 통해 ‘빅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미대사 이태식은 미국 의원들을 만나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에서 광우병에 대한 쇠고기 무역 기준이 완화되면 곧바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을 완화한다는” ‘묘안’을 제시했고, 미국 의원들은 이를 “고무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또, 지난 1월 7~8일 하와이에서 양국 협상 대표들이 비밀리에 만나 회담을 했는데, 이는 이제 공식 협상(특히 한국에서 열리는 협상)은 요식절차가 됐고 핵심적인 협상은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음을 뜻한다.

이런 와중에 〈한겨레〉, 〈프레시안〉등이 정부의 비공개 문서를 공개해 정부의 협상 의도를 알리자, 정부와 보수 언론들은 “치열한 외교 전쟁에서 … 작전 계획을 적군에게 넘겨주는 일은 간첩죄나 반역죄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라며 맹비난했다.

그러나 대중의 삶을 망가뜨릴 협정을 밀실에서 거래하려는 것이야말로 “범죄 행위”다. 이들이 문서 공개를 비난하는 핵심 이유는 “국내의 당사자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반대에 나설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한미FTA는 물 건너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들은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한미FTA에 대해서 더 이상 정보를 제공하기 어렵다”며 한미FTA에 대한 감시 자체를 차단하려 하고, 한미FTA 반대 광고와 집회를 불허하는 등 민주주의 기본권마저 억압하려 한다.

민주주의 기본권

점차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협상 내용은 한미FTA의 핵심이 무역이 아님을 보여 준다. 정부가 최근 국회에 보고한 비공개 보고서를 보면, “무역구제 분야는 … 여타 분야의 협상에 활용하기 위해 미국 측을 계속 압박할 [카드]”라고 한다. 무역구제가 핵심 목표인 양 홍보하던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한국무역협회도 “무역구제 분과 협상에서 우리측 요구 사항이 다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해서 한미FTA 협상 전체를 그만둬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산업 구조조정으로 “경제 효율성과 체질 개선”을 이루는 것이 주요 목표임을 밝혔다.

따라서 협상 대표들이 큰 이견 없이 합의한 투자자-정부제소제도·서비스·투자·경쟁 부문 등이 오히려 진정한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 대표들은 “공공서비스의 유지·보수에도 공공성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이런 분야에 뛰어들 의사를 드러냈다. 이것은 공공서비스 부문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늘리고 공공서비스의 가격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빅딜’이 성사된 협상안이 나온다면 의료비 폭등·배기가스 규제 완화·광우병 쇠고기 수입으로 우리의 환경과 건강은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다.

물론 한미 양국 자본가들 사이의 이해관계 충돌이 해결되지 못해서 협상이 결렬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 무역대표부 부대표인 캐런 바티아는 “FTA 협상에 따른 양국간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며 “어떻게든 성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도 “한미FTA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하며 협상 타결에 목매고 있고, 한국과 미국 재계 대표들도 노무현과 부시에게 한미FTA 협상이 조속히 타결되도록 해 달라는 공동 서한을 보내기로 결의했다.

한미 양국의 지배자들이 협상 타결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한미FTA를 좌절시키려는 항의 운동도 최대한 힘을 결집해야 한다. ‘한미FTA 저지 범국본’의 주장처럼 “끝장 투쟁을 통해 한미FTA를 중단시키는” 광범한 대중 동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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