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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 부시의 “미스터 사무총장”

"'인류 전체'에 대한 관심을 통해 편파적이지 않은 조직"을 만들겠다던 유엔 총장 반기문이 취임 초반부터 친제국주의적 편파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반기문은 "처형은 각국이 법에 따라 정하는 문제"라며 후세인 사형을 옹호했다. 유엔의 아시라프 카지 이라크 특사가 "유엔은 사형에 반대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 다음 날이었다.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스〉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사형 옹호가 유엔의 기본 입장에 반하는 것이라며 주요 뉴스로 다뤘다. 이 때문에 반기문은 공식 업무 첫날부터 "지나치게 친미적"이라는 비난에 시달렸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가 "재판소 설립 당시 이라크인들의 의견 참여 등 투명한 과정이 배제됐"다고 밝혔듯이 후세인 처형은 이라크인들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점령세력에 의한 것이었다. 반기문은 후세인이 저지른 범죄에는 단호하지만 이라크 전쟁을 통해 후세인 시절만큼 많은 민간인을 학살한 미국에는 쉽게 면죄부를 줬다. 이라크 침공의 불법성 여부는 "이미 지나간 논의"이며, "누가 잘못됐느냐를 따질 때는 지나갔다"고 말이다.

반기문은 얼마 전 부시를 만난 뒤에는 이란의 핵개발을 '세계 평화와 안전에 가장 위험한 행동 중 하나'라고 비난했다. 역겹게도 그는 부시를 "위대한 지도자"로 치켜세웠다.

그래서인지 반기문은 "군비 축소와 비확산 노력을 강화할 필요"를 말한 바로 다음날, 유엔에서 군비 축소를 담당하는 조직인 군축국 축소 계획을 발표해버렸다. 미국측 인사가 책임질 정무국에 군축국을 흡수시킨다는 구상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려는 이 시도는 비동맹회의 회원국과 평화단체들의 항의에 밀려 결국 철회됐다.

'기름장어'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는 "특히 아프리카에 포커스를 맞출 것"이라더니, 미군이 소말리아를 공격한 것의 국제법 위반 여부에는 '예', '아니오'로 대답할 문제가 아니라며 빠져나갔다. '기름장어'라는 별명다웠다. 최근에는 "소말리아 분쟁 등 국제 현안을 해결하려는 미국 노력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미국 백악관의 시각으로 아프리카에 "포커스"를 맞추겠다는 본심을 드러냈다.

반기문은 한국의 대외원조자금 지원 확대를 자신의 과제로 제시했지만 대북 정책에서는 거꾸로 가고 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을 "환영"한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유엔개발계획(이하 UNDP)의 대북 현금 지원 중단과 대북활동 전반을 감사하라고 지시했다. 미국 국무부가 북한 당국이 현금을 무기개발에 썼을 가능성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UNDP의 대북지원 프로그램은 수년간 축소돼 왔다. 대북제재결의안이 나온 후 더욱 위축됐고 사업 분야도 줄었다. 2005∼6년 집행된 금액은 고작 책정 예산의 4분의 1인데, 여기에 현금 지원 중단까지 겹치면 UNDP를 통해 이뤄지던 인도적 지원, 공중보건 사업 등은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반기문의 친제국주의 행보는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파병반대국민행동',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등 시민단체들은 일찍부터 반기문을 '파병몰이 6인', '파병5적'중 하나로 꼽아 왔다. 〈알자지라〉와 인터뷰할 때 "한국인이 납치돼도 한국군 파병 계획은 변함없"다며 냉혹한 공언을 하더니 정말로 김선일 씨가 피랍되자 뻔뻔하게도 "위험지역에 가면 국민 스스로 안전에 책임져야 한다"며 이라크 파병을 밀어붙였다. 레바논 파병도 적극 지지한다.

이 모범적인 '제국주의 장학생'은 미국의 지지를 등에 업어 유엔 총장에 당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취임하자마자 노골적인 부시 편들기로 화답하고 있다.

반기문은 취임 연설에서 "미래의 인류에게 더욱 평화적이고 정의롭고 번영된 삶을 선사"하자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인류에게 더욱 폭력적이고 의롭지 못하고 황폐한 삶을 가져다줄 전쟁에 협조하는, 부시의 "미스터 사무총장"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