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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진흙탕 개싸움:
‘유신공주’냐 ‘개발독재 불도저’냐

한나라당 대선후보 선출을 둘러싼 이명박과 박근혜의 진흙탕 개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박근혜와 그 지지자들은 “이명박의 명자는 ‘명치유신’의 명자고, 박자는 ‘이등박문’의 박”이며 “이명박의 일본 이름은 아키히로”라는 둥 이명박에게 ‘친일’ 이미지를 덧씌우려 애썼다. 사실, ‘친일’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사람이 박근혜의 정치적·생물학적 아버지인 박정희인데도 말이다.

이명박도 “나처럼 애를 낳아 봐야 보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고, 고3생 4명을 키워 봐야 교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다”며 박근혜를 공격했다. 그러자 박근혜는 “군대를 안 갔다 온 사람은 국군 통수권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냐”며 이명박의 병역 면제 의혹을 건드렸다.

그러나 사실, 이 둘 사이에 진정한 차이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박근혜가 ‘후보 검증’ 운운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 둘은 누가 더 독재자 박정희에 가깝냐를 두고 다퉜다.

이명박은 박정희를 따라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경부운하는 제2의 경부고속도로”라며 악취나는 개발독재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려 애썼다. 박근혜는 이명박이 “일관성이 없다”며 자신이야말로 박정희의 ‘살아있는 화신’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법원이 30년 만에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자 이들은 갑자기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특히 인혁당 사건에 대한 ‘국정원 과거사위’의 조사 결과를 두고 “가치없는 것이며 모함”이라 힐난했던 ‘유신공주’ 박근혜는 “연좌제” 운운하며 아버지와 거리를 두려 했다.

박정희

또, 이들은 현대차노조의 성과급 투쟁 때도 “공공의 적”(박근혜), “국가 발전의 걸림돌”(이명박)이라며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경부운하’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명박이나 ‘열차페리’로 국가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박근혜나 대선에서 한탕 하겠다는 전략은 마찬가지다.

만날 때마다 “경선 승복”을 다짐하지만, ‘유신공주’와 ‘개발독재 불도저’의 이전투구는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이명박과 한나라당 내 지지기반이 확고한 박근혜 모두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발 정계개편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손학규가 범여권 대선후보로 갈 것이라는 얘기도 끊이지 않는다. 박근혜 캠프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무성은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 의원들을 퇴출하고 “한나라당의 간판을 내려 …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국민중심당의 건전 보수들을 영입”하자는 보수대연합을 주장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조사에서도, 38.9퍼센트가 차기 정부의 이념 성향이 ‘진보’이길 바랐고(반면, ‘보수’는 17.3퍼센트)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많이 부과하자는 의견도 82.2퍼센트였다. 그래서 여의도연구소는 “높은 지지율은 언제든지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한나라당의 대선가도가 마냥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