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을 방문한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 치피 리브니는 유엔군의 구실을 이렇게 말했다. "[곧 파병될 한국군을 포함해] 평화유지군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싸우려고 파견되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런 점에서 한국군의 파견을 지지한다."

실제로, 유엔결의안은 레바논을 침략해 무고한 민간인을 1천 명 넘게 학살하고 1백만 명을 난민으로 만든 이스라엘이 아니라 그에 맞서 싸운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요구한다. 또, 유엔군은 이스라엘의 거듭된 유엔결의안 위반(영공과 국경 침범 등)은 사실상 묵인한 채 헤즈볼라만 압박했다.

이렇듯 유엔군의 제국주의적 본질이 점점 더 뚜렷해지면서 레바논에서 유엔군에 대한 반감이 꾸준히 고조돼 왔다. 예컨대, 지난 1월 26일 〈연합뉴스〉의 레바논 현지 취재팀은 한국군이 파병될 레바논 남부 지역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주민들은 이스라엘의 잦은 침공에 시달려 온 탓에 이스라엘을 비호한다고 그들이 생각하는 나라에는 강한 적대감을 품고 있다. … 유엔평화유지군(UNFIL)이 앞으로 레바논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헤즈볼라의 무장해제 문제에 개입하게 되면 주민들의 적이 된다.

"테브닌[티레와 함께 한국군 파병 예정지로 거론되는]의 한 주민은 프랑스군은 헤즈볼라 요원들이 누구냐고 묻는 등 주민들을 통해 헤즈볼라의 실체를 알아내려고 했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위해 활동하는 '스파이'라고 프랑스군을 비난했다."

스파이

최근 레바논 남부에서 스페인군 소속 유엔평화유지군과 현지 주민들 사이에 벌어진 충돌도 유엔군에 대한 고조되는 불신과 반감을 반영한다. 시니오라의 친미 정부와 헤즈볼라가 이끄는 반정부 운동 사이의 갈등이 격화할수록 시니오라 정부를 편드는 유엔군에 대한 반감은 더 커질 것이고 그에 따라 충돌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최근 헤즈볼라 정치국의 한 간부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레바논 파병 한국군이 만약 헤즈볼라를 무장 해제하려 하면 "더는 손님으로 대우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론 그가 '한국군이 이스라엘의 공격에서 레바논을 보호한다면 환영한다'는 조건부 환영 입장을 밝힌 것은 유엔군에 대한 헤즈볼라의 모호한 태도를 반영하는 듯하다. 〈연합뉴스〉는 교활하게도 '조건부 환영'만 제목으로 부각하며 자기 목적에 이용하려 했다.

그러나 유엔군의 구실은 이미 분명해졌다. 헤즈볼라는 지금이라도 유엔군에 분명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는 것이 옳다.

반전 운동은 헤즈볼라의 이러한 '불필요한 타협'을 비판하면서도 제국주의의 헤즈볼라에 대한 압박과 이를 돕는 파병에 반대하는 운동을 계속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