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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연대 ‘전략’은 안 돼도 ‘전술’은 된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사회연대전략’이 당 안팎의 좌파적 반발에 부딪혀 비틀거리고 있다. 2월 10일 당 중앙위에서 문성현 대표는 저소득층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방안을 제외하고는 ‘사회연대전략’ 항목을 ‘2007년 사업 계획’에서 다 들어내겠다고 말했다.

그 이틀 뒤에 문 대표는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가 중앙위에서 논란이 됐다. 당대회 가기 전에 논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두 달 전과 비교해 보면 명백한 후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당 지도부의 입장 변화 조짐은 중앙위 전부터 있었다. 2월 8일에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는 “사회연대전략은 대선기획단 보고 사항”일 뿐, “당론으로 정해진 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런 바람직한 변화는 ‘사회연대전략’이 처음 제기됐을 때부터 ‘다함께’ 등 좌파적 당원들의 거센 비판을 받고 민주노총 지도부 선거에서 ‘사회연대전략’에 대한 거부감이 확인되는 등 강한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사회양극화와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한 포괄적 방안으로서의 ‘사회연대전략’은 기각하겠다고 시사했다.(더 정확히 얘기하면 ‘사회연대전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소득층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방안 추진 의사는 굽히지 않았다. 이미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공표한 만큼 무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사회연대전술’론(‘전술적 활용’론)은 당 지도부가 이런 난처한 상황에서 빠져나갈 구멍이라 할 수 있다. ‘사회연대전략’을 진지하게 반대하는 활동가들도 일부는 ‘전술적 활용’론을 지지하고 있다.

‘전술적 활용’론자들은 ‘사회연대전략’을 노골적인 계급협력주의라고 옳게 비판한다. 그러면서도 저소득층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방안이 (하나의 전술로서) 당의 대선 의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전술은 계책이 아니다

물론 전략과 전술은 구별해야 한다. 전술이 계급투쟁에서 특정 과제나 특정 운동 부문에 해당하는 조처들이라면, 전략은 노동계급을 권력 장악으로 이끄는 전술들의 결합을 뜻한다.

이런 개념에 비춰보면, ‘전술적 활용’론은 ‘사회연대전략’을 권력 장악의 수단으로 여기지는 않지만 대선용 득표 수단으로는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그러나 첫째, ‘사회연대전략’을 전략이 아니라 전술로 한정한다 해서 그 핵심적인 정치적 내용 ― 정규직의 양보라는 ― 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전술을 계책으로 오해하는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 ‘전술’이 지배계급을 속이기보다는 우리 편인 노동계급을 속이게 될 것이다. 지배자들은 다년간의 국제적·역사적 경험을 통해 매우 계급의식적이므로 노동계 지도자들의 꼼수에 절대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오히려 속아 넘어가는 것은 우리 편의 후진적 인자들이 될 것이다.

둘째, 노동자 정당의 전술은 노동계급의 단결에 이바지해야 한다. 선거 전술도 응당 그래야 한다. 그러나 ‘다함께’가 누누이 지적했듯이, ‘사회연대전략’은 노동계급의 ‘단결’이 아니라 ‘분열’을 조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술적 활용’론은 득표를 위해 노동계급의 단결을 훼손하는 선거주의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셋째, 그런데 ‘사회연대전략’이 대선에서 득표력 증대 수단이 될 수 있을지 자체도 미지수이다. ‘사회연대전략’의 목표는 당의 지지층을 정규직뿐 아니라 비정규직 저소득층과 영세자영업자로까지 확대하는 것이다.(이미 당은 영세자영업자를 겨냥해 카드수수료 인하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물론 당은 정규직을 넘어 비정규직으로까지 지지층을 확대해야 한다. 또, 저소득층과 박탈당한 사람들도 당의 정치적 청중으로 만들어야 한다. 당은 그런 사람들이 정치적 삶에 입문할 수 있도록 고무해야 한다.

그러나 ‘사회연대전략’ 주창자들은 당의 지지층 확대가 아니라 사실상 지지층 이동을 염두에 두고 있다. 실제 ‘사회연대전략’의 취지 중에는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 민주노총의 당이라는 당의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어설픈 ‘정규직 양보론’과 일종의 재판(再版) ‘고통분담론’을 통해 저소득층이나 박탈당한 사람들이 민주노동당의 주된 사회적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일 뿐이다. 가뜩이나 정규직 노동자의 당 지지 기반이 탄탄치 못한 상황에서 정규직 양보(전략이든 전술이든 간에)를 요구하는 것은 산토끼 쫓다 집토끼마저 놓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지지층 확대는 정규직 양보가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투쟁 연대를 바탕으로 해야 이뤄질 수 있다. GM대우 사내하청지회 권순만 지회장의 다음과 같은 지적을 민주노동당은 경청해야 한다. “미조직·비정규직 조직화를 확대·강화하고, 투쟁을 조직하겠다고 모두 말한다. 그런데 지금 비정규직의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 … 말로만 말고 연대 투쟁을 적극 조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