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는 지난해 11월 25일 대의원대회에서 노무현 정부의 특별법 강요에 맞서 노동3권 쟁취를 위해 법외노조로 남아 싸울 것을 결의한 바 있다. 다수의 대의원들이 “정부의 탄압이 두려워 백기 투항하느니 조합원들을 믿고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2월 24일 대의원대회에서 일부 대의원들은 또다시 ‘악법 수용 여부를 묻는 조합원 총투표’안(이하 수정안)을 제출했다.

이것은 수차례 민주적 토론을 거쳐 결정된 사항을 무시한 채 탄압에 맞서 투쟁할 시기에 또다시 조직을 혼란에 빠뜨리는 무원칙하고 부당한 시도였다.

악법 수용 주장자들은 지난 대의원대회의 결정을 어기고 악법에 투항해 법내로 들어간 일부 지부의 대의원들까지 동원해서 대의원대회에 참석시켰다. 대의원 자격이 있는지도 불분명한데 말이다.

조직 보존

수정안 찬반 토론에서 악법 수용을 주장한 한 대의원은 “법외노조를 고수하면 조합원 이탈이 늘어난다. 조직 보존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마포지부 대의원은 “조직 보존은 정부와 맞선 투쟁을 통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실제 악법을 수용한 지부들이 많은 경남(56퍼센트 감소), 서울(37퍼센트 감소), 전남(42퍼센트 감소)에서 조합원 이탈이 두드러졌다. 반면, 대경본부와 전북본부 소속 몇몇 지부는 탄압에 맞서 강력히 투쟁한 결과 조합원 숫자가 오히려 늘었다.

논리가 너무나 군색해서인지 악법 수용 찬성 주장자는 겨우 4명 정도에 불과했고, 반대 주장은 10명을 훌쩍 넘기고도 의장이 정회를 선언할 때까지 계속됐다.

정회 시간에 악법 수용 반대자들은 찬성자들에게 다가가 왜 정정당당하게 공개 토론하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이 때 ‘6급 이상은 조합원에서 제외하더라도 법내로 들어간다’는 내용의 악법 수용 찬성 측 문건이 폭로됐다. 이에 악법 수용 반대파들은 분노해서 단상으로 올라가 항의하고 구호를 외쳤다.

당황한 지도부가 유회를 선언하면서 대의원대회는 무산됐다. 이날 공무원노조 권승복 지도부는 아쉽게도 분명하게 악법 수용 거부의 입장을 취하기보다 양쪽을 중재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대의원대회 무산 이후 곧바로 “합법화 요구 외면한 전공노 지도부”(〈서울신문〉사설)라는 주류 언론의 공격이 시작됐다. 노무현 정부는 “민주주의의 훼손”이라며 악법 수용 거부 활동가들을 비난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공무원노조가 악법을 수용하지 않았다고 지난해 내내 노조 사무실 폐쇄, 파면, 해임 등 무자비한 탄압을 자행했다.

지금은 악법 수용을 강요하는 노무현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악과 총액인건비제 등의 공격에 맞서 단호하게 투쟁할 때다. 그것이 진정한 단결을 이루고 공무원노조 조직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