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조는 지난 2월 24일 대의원대회 무산 이후 조직 방향에 대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공무원노조는 노무현 정부의 무자비한 탄압과 공무원연금개악, 구조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악법(공무원노조특별법) 수용 주장자들은 엉뚱하게도 정부의 탄압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조합원과 활동가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악법 수용을 거부한 공무원노조를 무자비하게 탄압한 것은 올해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공무원연금 개악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다.

실제 악법을 수용하고 합법화된 공노총 소속 화순군청은 위원장, 부위원장, 사무총장 등 노동조합 간부들이 일방적인 보직 박탈과 전보인사를 당했다.

정부는 파업권 없는 악법을 수용하면 대화할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새빨간 거짓말이다.

반면, 악법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하고 특별관리제(공직부적격자를 정해서 특별 관리하고 직권면직시키는 제도) 철회를 요구하며 투쟁한 공무원노조 마포지부는 승리할 수 있었다.

따라서 정부의 구조조정 공격에 맞서, 공무원 노동자들의 삶을 방어하는 것은 악법을 거부하고 투쟁할 때만 가능하다.

또한, 악법을 수용하면 그동안 투쟁하다가 해고된 공무원 노동자들은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이것은 함께 투쟁해 온 동지들을 져버리는 일이다. 때문에 지난 대의원대회에서 악법 수용 주장자들은 당당하게 찬성 주장을 펼칠 수 없었다.

악법 수용 주장자들은 지난해 대의원대회 결정을 무시하고 악법을 수용해 법내노조로 굴복해 들어간 지부에서 대의원들을 파견했다. ‘6개월 이내에 전국공무원노조에 조합비를 납부한 적이 있다’는 궁색한 명분으로 말이다. 그러나 이들은 대의원 자격이 없다.

오히려, 법내노조로 굴복해 들어간 지부의 대표자들은 징계 대상자들이다. 지난해 공무원노조는 법내노조 투항을 선동한 정유근 경북본부장을 제명한 바 있다.

투항

지명제나 간선제인 공무원노조의 비민주적 대의원 선출 구조도 오래된 문제점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악법 수용 거부자들의 의사가 대의원 비율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점도 있다.

공무원노조는 이번 기회에 대의원 자격을 분명히하고 대의원 선출도 조합원들의 직접 투표를 통한 민주적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

한편, ‘특별법 수용 여부를 묻는 조합원 총투표’(이하 수정안)는 수차례 민주적 토론을 거쳐 거부된 바 있다. 공무원노조 권승복 지도부도 ‘특별법 거부 노동3권 쟁취’를 공약으로 내세워 조합원 직접투표로 당선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출마한 모든 후보가 특별법 거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럼에도 틈만 나면 ‘노동3권 쟁취’입장을 번복하려는 악법 수용 주장자들의 시도는 산적한 투쟁 과제를 앞둔 공무원노조의 발목을 잡고 사기를 떨어뜨리는 행위다.

지금처럼 정부가 어떠한 협상조차 하지 않고 탄압으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손발을 묶는 악법을 수용할지 묻는 투표는 ‘독이 든 술을 마실지 투표로 정하자’는 제안일 뿐이지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회 시간에 단상에 올라가 악법을 거부하고 정부와 맞서 단결된 투쟁의 필요성을 주장한 대의원들의 행동은 전적으로 정당했다.

노무현 정부는 올 상반기 안으로 근무태도가 좋지 않거나 업무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공무원을 담배꽁초 줍기 등 단순 현장업무에 투입하는 ‘현장시정추진단’을 발표했다.

이것은 지난 2월 21일 행자부장관 박명재가 주장한 총액인건비제 전면 실시와 맞물리는 구조조정 계획의 일환이다.

공무원노조는 작년 대의원대회에서 ‘특별법 거부 노동3권 쟁취’뿐 아니라 총액인건비제와 공무원연금 개악에 맞선 총력 투쟁을 결의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3월 5일 공무원노조 권승복 지도부가 ‘특별담화문’을 발표해 ‘특별법 거부 기조’를 다시 분명히 하고 “연금법 개악 저지와 총액인건비제 … 저지를 위한 대정부 투쟁”을 약속한 것은 정말 기쁜 일이다. 이제 악법 수용 거부를 분명히 하면서, 구조조정에 맞선 강력한 투쟁을 건설하는 과제가 남아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