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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4년:
상처 입은 야수가 더 위험할 수 있다

4년 전 조지 W 부시와 토니 블레어가 이라크 정복을 시작했을 때 미국은 천하무적처럼 보였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순식간에 ― 2001년 9·11 이후 겨우 두 달 만에 ― 전복했을 때, 미국의 세계 지배를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실, 바로 이것이 공화당 내의 신보수주의자들이 이라크 침략을 주장한 주된 이유 중 하나였다. 즉, 신보수주의자인 찰스 크로새머가 “일시적 일극 체제”라고 부른 것을 영속화하려는 것이었다.

신보수주의자들의 계산은 이랬다. 이라크를 차지하면, 냉전 해체 뒤 미국이 이렇다 할 경쟁자 없이 세계를 지배한 역사적 상황이 영속화할 것이다. 이라크를 지배하면, 중동을 지배하는 강대국으로서 미국의 지위가 확고해질 것이다.

이것의 함의는 중동 지역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급진적 지리학자 데이빗 하비가 지적했듯이, 미국이 중동을 확고히 지배하면 유럽연합·일본·중국 같은 잠재적 경쟁자들이 중동 석유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미국은 ‘석유 수도꼭지’를 잠글 수 있을 것이다.

더 거칠게 말하면, 감히 어느 누구도 미국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게 위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중동에서 그럴 것이다. 미국의 정보 자문 기업 〈스트랫포〉의 조지 프리드먼이 지적했듯이, “미국은 눈에 띄는 군사적 승리가 필요했다. 그것은 피에 굶주렸기 때문도 아니고 모종의 카우보이 기질 때문도 아니었다. 그것은 신뢰성의 문제였다.”

4년이 지난 지금, 그 신뢰성은 어디에 있는가? 부시 1기 정부에서 국무부 고위 관리를 지냈고 지금은 유력 단체인 ‘외교협회’의 의장인 리처드 하스는 지난해 10월 이렇게 썼다.

“중동에서 미국의 시대는 끝났다. 새로운 유럽식 중동, 즉 평화롭고 번영하며 민주적인 중동을 만든다는 구상은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자신에게도 해롭고 전 세계에도 엄청난 해를 끼칠 새 중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이렇게 상황이 역전된 주된 이유는 말할 나위 없이 미국의 이라크 정복 실패다. 미군은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속전속결식 전쟁으로 몇 주 만에 이라크 군대를 이겼지만, 점령에 반대하는 대다수 이라크인들의 저항에 직면해서는 대체로 무능력했다.

과거의 식민 점령군들이 그랬듯이, 미군은 반란 진압의 근본 법칙 앞에 무너졌다. 그 법칙이란, 게릴라들을 분쇄할 수 있는 방법은 그들을 대중으로부터 고립시키는 것뿐이라는 점이다.

이라크 점령 세력은 이런 목표를 전혀 이루지 못했다. 무장 저항세력의 주요 기반은 주로 이라크 중부의 수니파 무슬림 거주 지역이었다.

그러나 점령이 시작된 지 채 몇 달이 안 돼 다수파인 남부의 시아파 무슬림들을 비롯한 대다수 이라크인들은 미군과 그 동맹군이 이라크를 떠나기를 원했다.

미국은 동맹국인 영국의 식민지 지배 전례를 따라 이간질시켜 각개격파하기를 실행해 주도권을 되찾으려 했다. 상층에서는 시아파 지도자들과 정치적 동맹을 맺는 한편, 기층에서는 내무부 등에 똬리를 튼 종파적 살인 특공대를 물질적으로 지원했다.

저항

그러나 2006년 2월 사마라의 시아파 황금돔 사원 폭파 사건 이후, 이웃 지역에서 종파가 다른 사람들을 청소하기 위한 종파간 살상의 악순환이 걷잡을 수 없이 격화했다. 특히 광역 바그다드 지역에서 그랬다.

한편, 사담 후세인 정권이 몰락하자 중동 지역의 세력 저울이 이란에 유리해졌다. 미국 국가안보 전문가 발리 나스르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날 이란을 봉쇄할 수 있는 단 하나뿐인 군대 ― 옛 이라크 군대 ― 를 미국이 파괴해 버렸다.”

이런 지정학적 현실에 더해, 이란의 시아파 이슬람 공화주의 정권이 이라크 남부의 시아파에게 미치는 정치적·문화적·경제적 영향력을 추가로 언급해야 한다.

이 포괄적인 실패 때문에 미국 권력에 대한 세계인들의 견해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특히, 이라크 재앙이 중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과 겹쳤기 때문에, 지금 논평가들은 쇠퇴하는 미국이 “과잉 확장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묘사한다.

이라크 재앙에 더해 처음에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둘러댄 거짓말들이 폭로되자, 블레어가 총리직을 수행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졌고,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이후 부시는 레임덕이 돼버렸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패배에도 불구하고 부시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최고 권력자들[베이커와 해밀턴이 대표하는 ― 옮긴이]이 ‘이라크 스터디 그룹’ 보고서에서 이라크 주둔 미군을 ‘감축’하고 이란과 그 동맹국인 시리아와 협상을 시작하라고 제안한 것을 완전히 무시했다.

늘 그랬듯이, 신보수주의자들이 정부 내의 정치적 전투에서 승리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의 새 사령관 데이빗 페트류스는 미군 ‘증파’를 공세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그 중에는 바그다드와 안바르 주(州)의 주요 전투 지역에 적어도 5개 전투 여단을 추가 투입하고, 철통같이 요새화한 대규모 기지들에서 미군들을 빼내 인근 접전 지역의 소규모 기지들로 이동시키는 것도 포함된다. 지난 주말[3월 10일]에 부시는 4천7백 명을 추가로 ‘증파’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군은 2월 14일의 새 정책 시행 이후 폭력 사건 건수가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많은 미군 전문가들은 비관적이다. 그들은 〈워싱턴 포스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4월과 5월까지 “반군과 민병대들은 시간을 벌면서 새로운 전술을 연구하고 취약 지점이 어디인지를 결정할 것이다. … 올 여름이 [이라크 점령] 작전 전체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이 될 수 있다.

“이라크 반군 문제에 대해 미군 고위 간부들에게 조언하는 예비역 해병 대령인 게리 앤더슨은 미군 철수에 대해 경고하며, 수니파 반군과 시아파 민병대들은 ‘미군이 떠나기 시작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가 이라크 보안군을 습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점령에 가장 일관되게 반대한 시아파 민병대인 마흐디 군 지도자인 무크다다 알 사드르는 바그다드 사드르시티의 마흐디 군 근거지에 들어오는 미군을 공격하지 말라고 명령을 내린 듯하다.

그러나 수니파 저항세력은 미군에 대한 공세를 강화해서, 1월 말 이후 적어도 6대의 미군 헬기를 격추시켰다. 그 저항세력 가운데 일부는 지난주에 성지 케르발라 순례에 참가한 시아파 무슬림들을 살해한 일련의 종파적 폭력에도 가담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라크에서는 혼란과 학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짓을 이란으로 확산하겠다는 부시 정부의 위협이 얼마나 진지한 것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한편으로, 부통령 딕 체니의 지시에 따라 작성된 자세한 이란 공격 계획을 베테랑 탐사 전문 기자 시모어 허시가 폭로한 바 있다. 여기에는 이란과 시리아와 레바논 헤즈볼라에 대항하기 위해 수니파 정권들과 운동들 ―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거나 동조하는 급진파들을 비롯한 ― 의 동맹을 구축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협력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반면에,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이 북한과 핵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더 ‘실용적’인 외교 정책으로 변화하는 기류가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이란을 포함해 중동 각국이 참가한 지난 주말 바그다드 회담에 참가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미국의 ‘실용파들’이 승리할 때까지 잠자코 기다려서는 안 된다. 지난주 〈가디언〉에서 노움 촘스키가 지적했듯이, “야수는 부상당했을 때 훨씬 더 위험하고 예측할 수 없는 법이다. 어떻게든 궁지를 벗어나려고 필사적으로 애쓰는 정부가 훨씬 더 큰 재앙을 기꺼이 무릅쓸 수도 있다.”

따라서 반전 운동은 여전히 경계해야 하고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점령 종식과 이란 공격 반대를 위한 운동을 계속해야 한다.

“수퍼파워”

지금까지 반전 운동이 정점에 이른 것은 2003년 2월 15일이었다. 그 날 전 세계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전 시위를 보고 〈뉴욕 타임스〉는 “제2의 수퍼파워”가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침략 4년을 맞아 비슷한 규모의 시위가 전 세계에서 벌어진다면 정말 멋진 일일 것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이것은 시위 규모 때문이 아니다. 지난 1월 워싱턴 반전 시위와 몇 주 전 런던 반전 시위는 어느 모로 보나 대규모 시위였다.

오히려 2003년 4월 9일 바그다드 함락 이후 전국적 반전 연합체들이 대거 운동을 포기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들 연합체들의 많은 수, 특히 유럽 대륙의 연합체들이 냉전기 핵무기 반대 운동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그들은 ‘이슬람-파시즘’에 맞서 싸운다고 주장하며 발호하는 서방 제국주의에 대처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적 무장이 부족했다.

정치적 동맹이 때로는 부정적 구실을 했다. 미국의 반전 운동가들은 2004년 대통령 선거 때 전쟁을 지지하는 민주당 후보 존 케리를 지지하는 오류를 저지르는 바람에 엄청난 방향감각 상실에 빠졌다.

유럽 최대의 반전 운동인 이탈리아 운동은 로마노 프로디의 중도좌파 정부를 지지하느라고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프로디 정부가 이탈리아의 아프가니스탄 점령 동참을 강력히 지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실패들 가운데 어느 것도 불가피하지 않았다. 영국에서는 제국주의의 장기적인 공세에 맞서 싸우고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9·11 이후 전쟁저지연합이 창설됐다. 이런 인식이 영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운동 가운데 하나를 지탱하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전쟁저지연합은 또, 제국주의 공세가 패배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이 점에서 영국 반전 운동가들은 옳았음이 입증됐다. 부시와 블레어가 이라크에 가져다 준 온갖 고통과 참상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실패했다. 이것만으로도 우리가 “제2의 수퍼파워”를 구축하는 데 다시 헌신할 이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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