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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악을 저지하라

한미FTA를 타결한 노무현 정부가 이제 국민연금 개악까지 강행하려 한다. 이번에도 조중동은 노무현의 개악을 열렬히 지지하고 있다.

기성 정치권의 분열 때문에 4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의 개악안과 한나라당의 수정안이 모두 부결됐다. 그러나 노무현은 포기하지 않고 곧바로 다시 개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유시민의 복지부장관 사퇴 소동은 연금 개악을 강행하겠다는 신호다. 노무현은 유시민의 진퇴와 연동시켜 더욱 강력히 개악을 추진하려는 것이다.

정부의 개악안이 통과되면 국민연금 급여율은 자기 평균소득의 60퍼센트에서 50퍼센트로 줄고, 보험료는 9퍼센트에서 2018년까지 12.9퍼센트까지 오르게 된다.

앞으로 연금 평균 가입 기간을 21.7년으로 추정할 경우, 실질 급여율은 30퍼센트 남짓이다. 이 기간동안 노동자 평균임금인 월 소득 2백40만 원 기준으로 연금 보험료를 납부하면 매달 21만 원의 보험료를 내고, 60만 원 조금 더 받는다.

정부 개악안이 통과되면 매달 30만 원 정도를 내고도, 50만 원 수준의 연금밖에 못 받는다. 여기에 기초노령연금 9만 원을 더해도 지금보다 손해다. 국민연금의 월 소득 상한선이 3백60만 원이어서 월 소득 2백40만 원인 사람도 높은 수준인데도 이 정도밖에 받지 못하니, 국민연금 가입자 대다수가 최저생계비 이하를 받는 것이다.

명백한 복지 삭감이며 개악이다.

노무현 정부는 개악을 강행하려고 역겨운 거짓말을 계속하고 있다. 2047년에 국민연금 재정이 고갈돼 후세대에게 부담이 된다는 협박을 주술처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포함해서 사회 전체의 노령 인구 부담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음 세대는 국민연금을 더 내든 개별적으로 부모님을 부양하든 더 많아진 노인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 더 많은 부담을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후세대 부담“ 운운하는 것은 완전한 기만이다.

진정한 문제는 늘어나는 노령 인구를 부양하는 사회적 비용을 과연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이다.

복지 삭감

노무현 정부의 ‘더 내는’ 개악은 이 부담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는 시도다. ‘덜 받는’ 개악은 공적 연금을 축소해 노령 인구 부양 비용을 개인 부담으로 떠넘기려는 시도다.

국민연금은 노후 빈곤을 예방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연기금을 계속 운용하려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정부와 사장들은 노후 빈곤 예방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그들의 진정한 관심사는 ‘주인 없는 돈’(연기금)을 끌어다 부족한 투자 재원을 메우고 운용하는 것이다.

게다가 국민연금 제도는 애당초 일정 시점이 되면 쌓아놓은 연기금이 고갈되도록 설계돼 있다. 연기금이 고갈되면 그 때부터는 그 해 걷은 돈으로 그 해 연금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다.

정부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사람들의 노후 보장에는 관심이 없는 한나라당이 정부 개악안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는 개악의 내용에서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2005년에 기초연금제를 내놓은 이유는 국민연금을 소득비례연금과 기초연금으로 나누고 소득비례연금을 축소하기 위해서였다.

소득비례연금이 줄면 국민연금의 낮은 급여액수에 불만인 사람들이 ING나 삼성생명 등 사적 연금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가난한 노인들은 사각지대로 내몰리게 된다.

또, 한나라당이 연금 보험료 인상에 반대하는 것은 노동자들이 내는 보험료의 절반을 내게 돼 있는 기업주들의 압력 때문이다. 기업주들이 ‘더 내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개악안과 한나라당 개악안의 차이는 ‘똥과 오줌’의 차이 정도다.

4월 2일 개악 시도 실패 이후, 민주당이 중재안을 내면서 정부와 한나라당의 타협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중재안은 급여율을 40퍼센트로 낮춰 ‘그대로 내고 훨씬 덜 받는’ 내용이며, 지난번 유시민 안처럼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을 분리시키는 것이다.

유시민은 “국민연금법 개정이 굉장히 입에 쓰기 때문에 (기초노령연금법이라는) 일종의 사탕을 상에 같이 놓은 것”이라고 했는데, ‘사탕’마저 상에서 내리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지난 4월 2일 정부의 개악안에 반대한 것은 옳았지만 한나라당과 ‘공조’한 것은 잘못이었다. 이것은 2004년 총선 전부터 민주노동당이 주장해 온 국민연금 삭감 없는 기초연금제 도입 주장에서 후퇴한 것이다.

그 점에서, 오건호 정책전문위원처럼 이것을 “성과”라고 평가하는 것은 한참 틀렸다. 지금의 ‘개악 정국’에서 사각지대 해소와 국민연금 강화를 통한 소득재분배 강화 등 좌파적 대안은 실종된 상태다.

한미FTA 저지 투쟁에 앞장서고 있는 민주노동당이 한미FTA 골수 지지자인 한나라당과 ‘공조’하는 것은 지지자들을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공조

오건호 위원은 “진보 운동이 … 국가 재정 확대의 비전을 보여 주어야 한다”며 후퇴를 정당화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재정 고갈론’에 주눅들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복지 향상을 위한 아낌없는 지출을 주장해야 한다. 한국은 연금에 대한 정부 지출이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민주노동당은 복지 재정 확보를 위해 기업주와 부자들이 지금보다 세금과 보험료를 몇 배 ‘더 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얼마 전 재산공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약 90퍼센트의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 재산이 몇 억 원씩 늘었다. 현대차 회장 정몽구의 지난해 주식 배당금은 무려 2백76억 원이었다.

‘지속가능한 공적 연금’은 강력한 소득재분배 쟁취 여부에 달려 있고, 그것은 급진적 의제제시와 이를 뒷받침할 강력한 대중 투쟁 건설을 통해 가능하다.